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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문화, 한국개신교, 그리고 이슬람포비아
2009.7.21
그런데 이러한 시대적 조류에 역행하는 사례가 한국 개신교 일각에서 발견되고 있다. “이슬람 쓰나미가 몰려오고 있다!” 라는 구호가 그 사태를 잘 요약하고 있다. 얼마 전에 열린 한 국제포럼에서 한국 개신교의 선교 전문가들이 모여 국내의 이슬람 선교 현황에 관한 발표를 하였는데, 이슬람의 한국 침투를 적극 저지해야 한다는 것이 중심 내용이었다. 이들에 의하면 현재 한국에는 1만5천명의 무슬림 선교사들이 들어와 포교활동을 하고 있으며, 대학가에도 포교를 목적으로 한 무슬림 유학생들이 대거 들어와 활동하고 있다. 이슬람권 출신의 외국인 노동자들이 한국인 여성과 결혼하여 아이를 많이 낳는 ‘고출산 전략’ 으로 저출산 사회에 접어든 한국의 이슬람화를 추진한다는 내용도 포함되어 있다.
심지어는 “이슬람화 8단계 행동전략” 이라는 보고서까지 등장하고 있다. 이 보고서에 의하면 “한 국가에 무슬림 인구가 1% 미만이면 평화를 사랑하는 그룹으로 위장하여 잠복을 하고, 2-3% 로 소폭 증가한 2단계에는 감옥에 있는 재소자들을 집중적으로 이슬람으로 개종시킨다. 무슬림이 20% 를 넘어서는 4단계에 도달하면 폭동과 소요사태가 일어난다....무슬림 인구가 100%가 되는 8단계에 도달하면 인종청소와 대학살이 시작되고 끊임없는 테러와 전쟁, 폭동으로 인해 사회는 혼란과 공포에 빠지게 된다.” 발표자들은 이러한 현상이 한국의 현실이 될 수 있음을 강조하였다. 동영상 자료로 되어 있는 이 보고서는 국내 교회들의 홈페이지에도 올라 있는데 이 영상물을 시청한 신자들은 대부분 이슬람의 폭력성에 큰 충격을 받았을 것이다.
이처럼 이슬람에 대한 공포증과 혐오증을 의미하는 이슬람포비아(Islamophobia) 는 서구사회에서 먼저 등장한 용어이지만 한국사회에서도 개신교의 장을 통해 빠른 속도로 확산되고 있다. 그러면 왜 갑자기 한국 개신교에 이슬람포비아가 출현한 것인가? 이는 최근 한국 개신교가 맞이하고 있는 총체적 위기 특히 해외선교의 위기와 관련하여 파악해야 할 것이다. 2007년 여름 아프간 인질 사태를 계기로 우리사회의 싸늘한 시선을 접하게 된 개신교는 해외선교의 최전방에서 한발 후퇴하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후방에 돌아와보니 선교의 대상이었던 파키스탄, 방글라데시, 인도네시아, 말레시아 등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노동자와 유학생들이 들어와 있었던 것이다. ‘전방에서의 후퇴’와 ‘후방에서의 역습’이었던 것이다. 이러한 사상 초유의 위기 상황에서 이슬람포비아가 하나의 무기로 선택되었다. 이제 이슬람권 국가 출신의 노동자들은 한국의 이슬람화를 목표로 은밀히 활동하는 ‘이슬람 스파이’로 간주되고 이들이 방치되는 한 한국의 미래는 없다는 위기의식이 강조되었다. 따라서 오늘날 이주노동자들은 한국 교회의 사회복지 사업에 의해 물질적 도움을 받으면서도 무슬림이라는 이유로 종교적 공포와 혐오의 대상이 되는 이중적 상황에 처하게 되었다. 이것이 다문화시대에 접어든 한국사회의 한 단면이자 개신교의 한 단면이기도 하다.
이진구_
본 연구소 연구실장 jilee80@dreamwiz.com
최근논문으로 <최근 한국사회의 종교정당 출현과 그 의미>, <현대 한국종교의 정치참여 형태와 그 특성>등이 있고, 주요저서로 <<현대사회에서 종교권력,무엇이 문제인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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