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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47호-수련, 수행, 수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12. 8. 16:32

 

수련, 수행, 수도

 



 

 

 

 

 

 

 

news letter No.447 2016/12/6

 

 

지금 시각은 2016년 11월 29일 오후 5시. 일 년 가운데 가장 느긋한 시간이다. 11월 말에 연례행사처럼 해야 하는 일이 하나 있다. 연구과제의 결과보고서를 제출하는 것이다. 이걸 막 끝내고 이제 한 숨 돌리는 중이다. 지금은 무언가를 끝내고 집에 가기에는 조금 이르고, 그렇다고 새로운 일을 시작하기에는 너무 늦은 때라서 왠지 어정쩡한 느낌이다. 그래서 아무 것도 안 하고 멍청하게 앉아 있는 편이 낫다. 그렇다고 이 글을 심심파적으로 쓰는 것은 아니다. 농사 다 짓고 나서 올 한 해 어떻게 지냈는지 되돌아보는 마음으로 독자들에게 보고하는 글이다.


올 해 내가 한 연구는 <현대 한국 종교와 수련문화>라는 주제 아래에 다섯 연구자가 참여한 공동 연구였다. 수련문화라니? 처음 시작할 때에는 『단(丹)』이라는 소설이 떠올랐다. 고등학교 때로 기억하는데 무협지 뺨치는 도술들이 현란하게 내 눈을 어지럽혔다. 아마 그 이후 기(氣) 수련에 관한 여러 단체들이 우후죽순처럼 생겨났을 것이다. 정신세계라는 이름의 출판사도 그런 분위기에 한 몫을 하지 않았나 싶다. 그리고 1990년대에는 민족 고유의 수련법, 단군으로부터 유래한 수련법 등등을 내세운 수련단체들, 중국이나 일본, 서구에서 들어온 기공(氣功), 아바타 코스, 레이키[靈氣], 초월 심리학, 의식혁명 등 다양한 수련법들이 풍미하였다.


분명 한국 종교사 속에는 고대부터 근대에 이르기까지 여러 가지 원천을 지닌 수련 전통들이 이어져 내려왔을 것이다. 그리고 그것들은 일종의 수련문화라고 부를 만한 현상들을 이루고 있었다. 어쩌면 한국 종교사를 수련문화사라는 입장에서 다시 서술하는 것도 가능하지 않을까 싶다. 하지만 그런 것을 기획하기에는 쓸 만한 자료도 많지 않고, 한두 사람의 힘으로 될 일도 아니다. 차라리 우리가 익숙하게 알고 있는 수련법과 수련단체들을 현대 한국 종교의 맥락 속에서 다루면 어떨까? 어차피 단행본을 출판해야 하는 과제이므로 현대 한국의 수련단체와 수련법들을 각 종교 전통별로 취합하여 수록하고 이에 대한 분석과 진단, 전망 등을 제시하는 방식으로 연구를 진행하면 어떨까? 이런 생각에서 출발한 연구였다.


다섯 연구자가 모여서 일을 분담하였다. 불교, 신종교, 천주교, 개신교, 이렇게 네 개의 범주로 묶어서 자료를 조사하기로 하였다. 동참한 네 연구자들은 정말 열심히 자료를 찾고, 각 종교에서 중시하는 수련법들을 요령 있는 잘 정리하였다. 그리고 각자의 시각에서 그런 수련법들이 어떤 의미를 지니며, 또 앞으로 어떻게 될 것 같은지를 전망하는 결론도 썼다. 놀고 먹을 생각은 아니었지만 나는 총론을 맡았다. 전체 기획 의도를 설명하고, 간단한 한국 종교의 수련문화사를 쓰고, 수련문화 연구를 위한 현장 조사 매뉴얼을 제시하는 일이었다. 인류학이나 민속학 등에서는 나름의 현장 조사 방법론이 많이 나와 있지만, 종교학에서는 모범적인 방법론이나 매뉴얼이 아직 없는 것 같아서 시도해 보기로 하였던 것이다. 여러 서적들을 참고하고, 답사 다니면서 아쉽게 생각했던 것을 정리하였지만, 여전히 만족스럽지 않았다.


그보다도 더 큰 문제는 수련(修鍊 또는 修練), 수행(修行), 수도(修道), 이런 다양한 용어들이 있는데 이를 어떻게 교통 정리하느냐는 것이었다. 수행은 불교에서 많이 쓰는 것 같고, 수도는 천주교나 개신교에서 애용하는 것 같았다. 수련은 신종교 단체도 많이 쓰지만, 좀 더 광범위하게 적용되는 용어라는 느낌이 들었다. 그래서 일단은 수련 그리고 수련문화라는 낱말을 대표 용어로 선택했다. 하지만 개인적으로는 어릴 때 산수 문제집을 수련장이라고 했던 기억이 있어서 수련이라는 말이 더 친숙했던 탓이 크다.


나중에 우리 다섯 연구자가 올 해 작업한 내용들을 좀 더 보완하여 단행본으로 묶을 생각이다. 현대 한국 종교의 수련문화 등등의 제목으로 나오지 않을까 싶다. 책이 나오면 꼭 연구소에 몇 부 기증할 계획이다. 또 한 해가 저물어간다. 가만, 내년이면 내가 몇 살이지? 아이고.



조현범_
한국학중앙연구원
논문으로 <한말 태양력과 요일주기의 도입에 관한 연구>, <선교와 번역>, <조선 후기 천주교 신자들의 연옥 관념과 의례 실천>, <조선 후기 유학자들의 서학 인식>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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