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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신론(Atheism) 학과’의 등장은 종교학에 대한 도전인가?

 



 

 

 

 

news letter No.449 2016/12/20

 

 

2016년 5월 뉴욕 타임즈는 세계 최초로 마이애미 대학에 '무신론 학과'가 개설된다는 기사를 내보냈다. 이 학과의 정확한 명칭은 “무신론, 인본주의, 세속윤리 연구”(Study of Atheism, Humanism and Secular Ethics)로 한 은퇴한 사업가가 해당 대학에 220만 달러를 기부함으로써 성사된 것이라고 한다. 이 기부자(Louis J. Appignani)는 해당 기사에서 "무신론자에 대한 차별을 없애려고 노력하고 있으며“ 해당 학과 개설은 “무신론을 타당한 것으로 만들기 위한 첫 걸음"이라고 밝히고 있다. 이와 관련하여 『만들어진 신』(The God Delusion)을 저술한 진화생물학자이자 무신론의 저명한 주창자인 리처드 도킨스(Richard Dawkins)는 해당 언론과의 전화 인터뷰에서 마이애미 대학의 용기 있는 결정을 지지하며, 윤리 연구가 종교의 족쇄로부터 벗어나는 것이 매우 중요하다고 말했다. 이 기사는 해당 대학의 공식 발표 전에 나온 것으로 미국 사회에 커다란 반향을 일으켰다. 그러나 미국 대학에서 종교학이나 신학 외에도 무(無)종교나 반(反)종교 현상에 대한 연구를 전공과목으로 개설하려는 움직임은 이미 감지되었던 것으로 캘리포니안 남부의 작은 대학인 피처 대학(Pfizer College)은 2011년부터 ’Secular Studies‘(세속학?)를 학부 전공과목에 포함시키고 있다. 비슷한 맥락에서 현재 적어도 46개의 미국 대학이 관련 교과과목(무신론, 인본주의, 세속주의)을 개설하고 있다고 한다. 이러한 미국 대학의 움직임은 종교학 전공자인 필자에게 신선한 충격으로 다가왔으며, 이러한 변화에 대한 사회문화적 배경에 관심을 가지게 되었다.


무신론 연구는 미국 학계에서 최근 하나의 인정받는 연구영역으로 정착하고 있으며, 관련 학술지 - Secularism and Nonreligion (2012~); International Journal of Atheism (2014~) - 가 발간되고 (국제)학술대회 또한 정기적으로 개최되고 있다. 이와 함께 미국의 무신론자들은 국내는 물론이고 국제적 연대 - Atheist Alliance International; International League of Non-religious and Atheists - 를 강화하고, 일종의 이익집단으로서 정치적 의사결정에 참여하고자 한다. 이들 단체의 공동 목표는 사회적 편견/차별에 맞서 무신론자들의 인권을 보장받고, 국가와 종교의 철저한 분리를 주창하면서 종교단체의 세금면제를 무효화하고 공교육에서 종교의 영향을 배제시키는 것이다. 이들의 정치적 영향력은 최근 오바마 미국 대통령이 서명한 ‘프랭크 R. 울프 국제종교자유 법안’(H.R.1150)에서 "종교와 사상의 자유는 어떤 종교를 실천 내지 천명하지 않을 자유는 물론이고, 유신론적(theist) 그리고 무신론적(non-theist) 믿음을 보호하는 것으로 이해된다.“는 문항의 내용에서도 간접적으로 확인된다. 즉 종교의 자유와 관련하여 처음으로 무신론자들이 보호받을 집단으로 명기된 것이다.


이렇게 무신론자들의 목소리가 커지고 무신론(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이 높아진 데는 일련의 요인이 작용하고 있다. 우선 ‘신 무신론‘(New Atheism)이라고 불리는 21세기의 문화현상을 언급할 수 있다. 이 현상은 2004년부터 2007년 까지 무신론을 주창하는 지식인들 - 리처드 도킨스, 샘 해리스(Sam Harris), 대니얼 데닛(Daniel Dennett), 크리스토퍼 히친스(Christopher Hitchens) - 이 일련의 베스트셀러 서적을 내놓으면서 ’무신론‘에 대한 높은 대중적 관심이 형성되고 이와 함께 지식인들의 활발한 토론과 논쟁이 전개된 것이다. 여기에는 2001년 발생한 9·11 테러도 한 몫을 한다. ‘신 무신론’의 시작을 가져온 최초의 베스트셀러 책인 샘 해리스의 『종교의 종말』(The End of Faith: Religion, Terror, and the Future of Reason, 2004)이 9·11 테러에 자극을 받아 저술되었다는 것은 잘 알려진 사실이다. 미국의 9·11 테러는 일본의 옴 진리교 사건처럼 종교 전체에 대한 회의를 불러일으켰으며 이는 무신론 관련 서적의 높은 판매와 무관하지 않다. 특히 9·11 테러는 이슬람 혐오가 확산되는 계기를 제공하였으며, ‘신 무신론’을 비판하는 (무신론자) 학자들은 전자의 이슬람에 대한 높은 적대감을 지적하기도 한다.


그러나 무신론자들의 사회적 영향력이 커지고 무신론(자)에 대한 연구가 활발해진 실질적인 이유는 바로 미국사회에서 어느 종교집단에도 속하지 않는 소위 ‘무종교인’(religious none)의 수가 폭발적으로 증가한데서 찾을 수 있다. 미국의 퓨 조사센터(Pew Research Center)의 2014년도 ‘종교지형도 조사’(Religious Landscape Survey)에 따르면 미국 전체인구의 70.6%가 기독교인(개신교 46.6%, 가톨릭 20.8% 등)이며, 비기독교 종교인은 6.5%, 그리고 특정 (제도)종교에 속하지 않는 사람 즉 ‘무종교인’은 22.8%를 차지한다. 그 결과 ‘무종교인들’은 복음교회(25.4%)에 이어 미국에서 두 번째로 큰 ‘종교집단’이 되었다. 이러한 조사결과는 해당 기관의 2007년도 조사와 비교해서 기독교인의 지속적인 감소(78.4% →70.6%)와 함께 ‘무종교인'의 빠른 증가(16.1% → 22.8%)를 보여준다. 무종교인의 빠른 증가는 유럽에서도 관찰되는데 영국의 경우 한 조사(NatCen's British Social Attitude survey)에 의하면 2014년 종교를 가지지 않은 사람들의 수(48.5%)가 기독교인의 수(43.8%)를 추월하였다는 것이다. 그렇다고 ‘무종교인들’이 자동적으로 비(非)/반(反)종교적인 것은 아니다. 오히려 이들은 특정 종교집단에 속하지 않을 뿐, 일반적인 추측과 달리 무신론자나 불가지론자(agnostic)의 비율은 낮은 편이다. 그러나 이러한 ‘무종교인’들 또한 - 특히 젊은 층에서 - 점차 세속화되는 경향이 강화되면서 이들 중 ‘무신론자’의 비율이 점차 높아지고 있다 (2007년: 25% → 2014년: 31%). 이렇게 서구에서 ‘종교’에 무관심하거나 ‘종교’를 거부하는 인구가 지속적으로 증가하면서 연구자나 대학의 정책수립자 또한 이러한 현실을 심각하게 받아들일 수밖에 없게 된 것이다.


한국의 경우 2014년 갤럽조사에 의하면 (종교를 믿고 있지 않다고 답한) ‘비종교인’이 성인 인구의 50%를 차지한다고 한다. 최근에 일련의 종교사회학자들이 이들 ‘비종교인’에 주목하여 조사연구를 시작하고 있는 것은 고무적이며, 특히 한국종교사회학회에서 ‘종교없음’(religious nones)에 관한 한-미 공동협력연구를 진행함으로써 이들 그룹의 ‘종교성’ 혹은 ‘비종교성’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가 주어졌다. 그러나 한국사회에 엄연히 존재하는 ‘무신론자’ 내지 ‘반(反)종교인’에 대한 조사연구는 부재하다는 것을 지적할 수밖에 없다. 그 이유의 하나로 한국과 같이 전통적인 다종교 사회에서는 서구와 달리 ‘무신론자’에 대한 차별/편견이 사회적 이슈나 문제로 가시화되지 않는다는 점을 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러나 ‘비종교인’ 중 무신론자와 같이 종교조직이 아닌 ‘종교’ 자체를 거부하는 사람들이 - 특히 젊은 층에서 - 증가하는 추세에서 이들 그룹에 대한 연구는 필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무종교인’이나 무신론(자)에 대한 학문적 관심은 종교학의 연구영역을 넓히고 동시대 종교지형도를 파악하는데 긍정적인 역할을 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끝으로 한국의 대학에 과연 ‘무신론 학과’가 개설될 수 있을까 라는 가상적 질문을 던져본다. 그 대답은 누구나 짐작할 수 있듯이 전혀 가능성이 없다는 것이다. 인문학의 ‘비효율성’을 근거로 인문학의 쇠퇴를 조장하고 있는 현 대학정책 속에서 기존의 종교학과도 폐지 내지 축소되고 있는 마당에 ‘무신론 학과’와 같은 새로운 실험적 학과의 등장은 기대할 수 없다. 단지 한국의 종교학과 내에서 ‘무신론’을 독립적 교과과목으로 개설할 수 있는 미래를 소박하게 기대해본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동시대 종교현상으로서 ‘유동적 종교’(Fluid Religion)에 대한 논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종교현상>, <New Age in South Korea>, 〈젠더화된 카리스마〉, 〈현 한국사회에서 합동천도재의 복합적 기능에 대하여〉, 공저로는 Religion in Focus,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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