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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48호-크리스마스 트리와 초파일 연등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6. 12. 22. 15:07

 

                        크리스마스 트리와 초파일 연등

 


 

 

 


 

 

news letter No.448 2016/12/13

 

 

2016년 올해도 역시 달력의 마지막 한 장을 남겨둔 12월이 시작되었나 싶더니 벌써 3분의 1을 지나고 있다. 해마다 11월말-12월초가 되면 거리는 반짝이는 크리스마스 트리로 장식되곤 하였지만, 올해는 트리 대신 촛불의 반짝임이 거리를 메우고 있다. 그래도 서울시청 앞을 비롯한 곳곳에는 연말의 분위기를 맞아 크리스마스 트리가 빛을 발하고 있다.


크리스마스(Christmas)란 ‘그리스도의 미사(the Mass fo Christ)’라는 의미를 가진 고대 영어에서 비롯되었다고 한다. 즉 예수의 탄생을 축하하는 미사를 가리켜 크리스마스라고 한 것이다. 매년 12월 24일 밤이 되면 성당에서는 미사가, 교회에서는 예배가 행해졌다. 전국의 모든 교회와 성당에서는 이날을 기념하여 크리스마스 트리를 세운다.


어린 시절만 하더라도 해마다 연말이면 거리는 반짝이는 트리와 캐럴송으로 가득하고, 구세군의 자선냄비 종소리는 거리를 훈훈하게 만들며, 지인들끼리 크리스마스카드나 연하장을 보내는 것은 흔한 풍경이었다. 그러나 언제부터인가 거리를 나가도 구세군의 종소리는 들리지만 트리나 캐럴송, 그리고 크리스마스 카드와 같은 것은 예전처럼 쉽게 접할 수 없는 것이 되어 아쉬운 마음도 한편에 자리한다.


크리스마스 트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는 분명하지 않다. 가장 오래된 사례는 16세기 초의 L. 크라나하(아버지)의 동판화에 새겨진 것으로 알려져 있다. 또한 1605년의 알자스 지방의 스트라스부르 연보에는 크리스마스에 색종이로 만든 장미꽃이나 사과, 설탕 등을 장식하였다는 기록이 있는 것으로 보아 이 무렵 이 지역에서 일반화된 것으로 생각된다. 이 지역은 독일 문화권에 속하므로 트리의 유래는 독일에서 비롯된 것으로 볼 수 있다. 마르틴 루터로부터 트리가 유래되었다는 설도 있지만 명확하지는 않다. 그보다는 이전부터 독일 지역에서는 연말연시 무렵 생명력을 상징하는 전나무와 같은 상록수의 나무 가지를 장식하는 풍습이 있었다고 한다. 이 시기가 크리스마스와 겹치면서 게르만의 풍습과 크리스마스가 결합되어 크리스마스 트리가 유래되었다고 보는 것이 더 일반적이다.


독일 민간의 이런 풍습은 독일의 궁정으로, 그리고 귀족이나 부유층에게 퍼지게 되었고, 뒤이어 영국과 프랑스, 그리고 미국 등에도 전파되어 전 세계로 퍼지게 된 것이라고 한다. 그렇게 본다면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계적으로 일반화된 것은 19세기 말에서 20세기 초, 그러니까 대략 백여 년에 불과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크리스마스 트리는 본래 크리스마스 날부터 공현일(1월6일)까지만 장식되었다고 한다.


한국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언제부터 시작되었는지도 분명하지 않다. 그러나 1923년 7월 17일 동아일보에 연재된 이희철의 소설에 크리스마스 트리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한국의 크리스마스 트리도 백여 년 정도는 된 것으로 보인다. 1964년에는 휴전선 앞 김포시의 애기봉에 거대한 등탑을 세워 트리로 만든 개신교계의 사례도 있다. 애기봉 등탑은 2004년 남북 군사회담을 통해 점등하지 않기로 하였다가 2010년 재개되었지만 2013년 다시 철회되어 올해도 점등하지 않는다고 한다.


한편 서울시청 앞 광장이나 일부 관공서에 트리가 장식되어 사람들에게 연말연시를 알린다. 올해도 어김없이 12월이 찾아오고 역시 서울시청 앞 광장, 구미시청, 순천시청, 여수시청 등을 비롯한 일부 관공서에 트리가 세워졌다. 서울시청 앞의 트리 점등식에는 개신교계를 주축으로 서울시장과 주한미국대사 등이 참석했다고 한다. 또한 한국의 관문인 인천국제공항에도 역시 크리스마스 트리가 세워졌다.


크리스마스 트리와 맞물려 생각나는 것이 사월초파일의 연등행사이다. 연등을 설치하는 것은 사월초파일을 맞은 불교계의 주요행사 가운데 하나이다. 연등행사의 유래는 불교초기부터 시작되었던 것으로 전해진다. 고려시대에도 연등회는 국가의 주요한 연례행사의 하나였다. 성리학을 지배이념으로 하는 조선시대를 맞아 이러한 국가적 연등행사는 사라졌지만, 불교계의 주요 연례행사의 하나임은 분명한 것이다. 현대에 와서도 초파일을 맞아 연등행사를 갖는 것이 불교계의 주요 연례행사이다. 연등을 설치하는 것도 역시 서울시청을 비롯한 여러 공공기관에서 행하는 연례행사가 되었다.


그러나 이러한 행사들이 항상 순탄하기만 했던 것은 아니다. 2013년 인천공항에서 연등의 설치를 반대했다가 불교계의 항의를 받고 허가를 해 준 일이 있었다. 2015년에는 서울역에서 연등 설치를 불허하여 논란이 된 적도 있다. 2014년에는 서울시에서 시청 앞 광장에 종교시설물, 즉 연등과 크리스마스 트리를 설치하는 것을 불허한다고 하여 불교계와 기독교계의 반발을 불러 일으켰다.


이러한 논란들이 일어나는 원인은 여러 가지가 있겠지만 아직도 관련 규정이나 제도의 미비 때문이 아닌가 한다. 따라서 관련 단체장의 성향에 따라 허가와 불허의 잣대가 적용되곤 하였다고 보는 것이 일반적이다. 그리고 이런 논란이 불거질 때마다 관련 종교단체의 항의가 이어지고 그러한 항의 뒤에는 다시 허가를 하여 종교단체의 항의를 수용하는 반복된 모습을 보여 왔다. 한마디로 원칙이 없는 허가와 불허의 반복이 이어진 것이다. 반드시 법률로 규정하는 것까지는 아니더라도 관습과 전통을 세워 일정한 기준이 마련된다면 이러한 논란은 훨씬 줄어들지 않을까?



윤용복_
한국종교사회연구소
논문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의 위치>, <한국 천주교의 의례와 특성>, <대순진리회의 조상의례와 특징> ,<대한성공회의 종교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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