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 3월 30일 조계종 중앙종회는 임시회를 열어 '은퇴출가' 제도를 신설하는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 제정안”을 표결에 부쳐 - 52명이 출석 중 찬성 39명, 반대 5명, 기권 8명 - 이를 통과시켰으며, 해당 특별법의 목적을 “국가와 사회를 위하여 헌신한 은퇴자에게 출가를 통하여 수행과 보살행의 기회를 제공하고, 고령화 시대에 부응하는 새로운 출가문화의 확산을 통하여 불법을 널리 홍포하는 것”이라고 명기하였다. 무엇보다 이 특별법에서는 은퇴출가의 주요 자격조건으로 연령 51세 이상 65세 이하 그리고 사회 각 분야에서 15년 이상 활동 경력을 제시하고 있다.
조계종단 내에서 출가제도 특히 출가연령 제한에 대한 문제제기는 새로운 것은 아니나, 2011년 2월 조계종 교육위원회와 중앙종회가 출가종책 세미나를 개최하면서부터 이에 대한 논의가 본격화되기 시작했다. 해당 세미나에서 주경 스님(종회 총무분과위원장)은 종법령(승려법, 교육법)에 의해 출가자의 학력(고등학교 졸업)과 연령(15~50세)이 제한되고 있는 것에 반해 만18세 이하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 ‘청소년 출가자 제도’와 만50세 이상의 재가자를 위한 ‘인행(因行)출가자 제도’를 제안하였다. 후자의 경우 재가자는 갈마위원회의 자격심사를 거쳐 행자 등록을 할 수 있으며, 2년간의 행자교육과 소속교구에서 4년간의 교육 후 구족계를 수지할 수 있으나, 공직 진출과 선거ㆍ피선거권이 제한되며 종사 이상의 법계를 품수할 수 없음을 내용으로 한다. 2012년 6월에는 조계종 승가교육진흥위원회(위원장 자승 스님, 총무원장)가 ‘출가제도 개선과 활성화 방안을 위한 공청회’를 개최하였다. 이 공청회에서는 고령자와 장애인의 출가 등 ‘특수출가제도’를 마련하기 위한 정책방향이 논의되었다. 여기서 가섭 스님은 교단을 유지·발전시키는데 가장 기본적인 요소인 출가자의 수급문제가 교단의 미래를 열어가는 데 결정적인 역할을 한다며, 고령자와 장애인을 위한 ‘특수출가제도’의 필요성을 주장하였다. 스님은 고령자 ‘특수출가자’를 ‘재능출가’와 ‘봉사출가’로 구분하고, 전자는 전문직 종사자가 자신의 재능을 불교발전에 돌려 전문성을 구현하도록 하고, 후자는 (전문성 보다는) 신심과 원력으로 신행활동을 한 불자가 기도나 염불을 수행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하고, 사찰 관리나 종무행정 지원, 템플스테이 등에서 업무를 볼 수 있도록 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논의는 ‘특수출가자’에게 교육, 선거권과 피선거권, 주지 임명, 법계 등에서 제한을 둠으로써 이전의 논의와 같이 일반적인 출가와는 확실한 구분을 두었다.
기존의 출가제도를 개선하려는 이러한 일련의 움직임이 곧바로 법제화로 이어지지는 못하였으나, 여기서 예외는 2013년 젊은 층의 출가를 유도하기 위한 “청소년출가, 단기출가에 관한 특별법”의 제정이다. 2014년에 다시 일부 개정된 ‘청소년 출가’ 관련 특별법의 골자는 중·고등학교에 재학 중(검정고시 과정 포함)인 만13세 이상 만19세 미만의 ‘소년’(소녀?)을 출가대상으로 하며, 행자교육과정(일상교육, 입문교육, 본사교육)을 면제하고, 사미‧사미니 수계교육 이수 및 5급 승가고시 합격 후 사미‧사미니계를 수지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에 반해 ‘장애인 출가’에 대한 논의는 더 이상의 진전이 없으며, 이는 장애인은 수행생활이나 승가공동체의 대중생활이 어려우며, 승단의 권위를 위해 장애인의 출가를 막는 것이 불가피하다는 인식이 종단에 팽배하기 때문이다. 전 조계총림 송광사 율학승가대학원장 도일 스님의 다음과 같은 언설은 냉소적으로 들린다. “정말로 불법을 좋아하고 수행하려고 한다면 굳이 출가의 길을 걷지 않아도 된다.” (불교신문: 2015.07.24.)
한편 고령자 출가제도에 대한 논의가 중요한 전환점을 맞은 것은 2016년 1월 신년 기자회견에서 조계종이 저출산과 고령화라는 사회현안에 적극 대처하겠다며 ‘은퇴 특수출가제도’ 도입을 종단의 주요 사업으로 제시하면서 이다. 총무원장 자승 스님은 이 제도를 통해 “사회에서 전문 역량을 갖고 활동해 온 분들과 은퇴 후 수행자의 삶을 꿈꾸는 분들이 귀의할 수 있도록, 일정 자격과 전형을 거쳐 출가하고 전문 분야에서 소임을 맡아 활동할 수 있도록” 하겠다고 밝혔다. 여기서 ‘특수출가’라는 용어가 다시 사용된 것은 이 제도가 기존의 50세 이하 출가와는 별도로 운영될 것임을 강조한 것이다. 조계종 측은 ‘특수출가자들’의 사회에서의 전문성을 고려해 전문분야에서 소임을 맡을 수 있도록 하겠다고 하였다. 이렇듯 대상을 사회 전문직종 은퇴자로 제한한 것은 해당 제도가 인력 활용에 초점을 맞추고 있음을 말해준다.
조계종은 2016년 3월 중앙종회에서 출가제도개선특위를 구성하고 제도화 논의를 본격적으로 시작, 11월 중앙종회 정기회에 은퇴출가자 특별법을 발의했다. 당시 중앙종회에 상정된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은 출가 대상을 만 51세 이상 70세 이하의 은퇴자로 하고 ‘수행법사’라는 명칭을 부여하며, 출가 기간을 1년으로 하고 심사를 거쳐 1년 단위로 연장하도록 하며, 승려법·교육법·승려복지법 등은 적용하지 않았다. 당시 불교계에서는 은퇴출가자가 출가 수행자인지 아니면 출가 신도인지 신분과 지위가 불분명하며, 사실상 단기 출가를 허용하는 것이라는 비판이 일었고, 결국 출석의원 3분의2 이상의 찬성을 얻지 못하고 해당 특별법은 부결되었다. 이에 출가제도개선특위는 2017년 1월 특별법의 일부 내용을 수정하고 은퇴출가제도 개선안을 마련해 2월 공청회를 갖고 3월 중앙종회 임시회에 재상정한다고 발표하였다. 2월에 열린 공청회에서는 은퇴출가자의 자격을 각 사회 분야에서 10∼15년 활동 경력을 가진 55세 이상의 자로 정하고, 출가 이후 3년간 행자 신분을 유지하는 안이 제시됐다. 주경 스님이 제시한 이 안에 따르면 은퇴출가자는 행자 기간 3년 후 부터 호적과 세속관계를 정리하고 사미계 혹은 사미니계를 받을 수 있으며 이후 5∼10년이 지나면 구족계를 받을 수 있으나, 이후 더 이상의 법계는 취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 법안은 다시 수정되어 조계종 중앙종회는 올해 3월 현 “은퇴출가에 관한 특별법”을 제정한 것이다.
현 은퇴출가 제도의 문제는 은퇴출가 지망자는 승려가 되기 위해 일반 출가 지망자에 준하는 준비과정을 거치나 구족계를 받고 정식 승려가 된 후에는 일반 출가자와는 달리 권리행사에서 상당한 제한과 차별을 받는다는 것이다. 즉 은퇴출가자는 호적정리(이혼)를 통해 법률상 독신 신분을 취득하여 1년 이상 행자 생활을 한 후 5급 승과고시를 통해 사미·사미니계를 받고, 5년 이상 사미·사미니 생활을 한 후 4급 승과고시를 통해 비구·비구니계를 받아 정식 승려가 될 수 있으나, 더 이상의 승과고시를 볼 수 없어 가장 낮은 법계인 견덕·계덕에 머무르며, 이로 인해 중앙종무기관 교역직 종무원 및 말사주지로 임명될 수 없으며, 일체의 선거권 및 피선거권도 부여되지 않는다. 더 나아가 승려복지법의 지원도 구족계를 수지한 후 5년이 경과하여야 받을 수 있기에, 은퇴출가 특별법은 은퇴자의 출가 자격을 국민건강보험에 가입되어 있고, 공적연금 또는 개인연금 수혜자 혹은 예정자로 정하고 있는 것이다. 특히 법계와 승과고시의 제한은 은퇴출가자의 역할이나 승려집단에서의 위치에 결정적 역할을 하는데, 이는 법계법 제2조에서 “법계는 수행력과 종단 지도력의 상징이며 종단 위계서열의 기본이다.”라고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의미에서 은퇴출가자는 재가신도는 아니나 그렇다고 일반 불교 성직자에게 부여된 권리를 온전히 행사할 수도 없기에, 일종의 ‘제3의 집단’이라고 할 수 있다. 이는 종단이 기존 승가의 권위체계에 커다란 변화를 주지 않고 필요한 전문인력을 활용하려는 의도로 읽힌다. 그러나 이는 평등한 출가공동체라는 불교의 근본정신과 배치되는 것으로, 이러한 부조리는 은퇴출가자를 일반 승려법이 아닌 특별법에서 다루면서 충분히 예견할 수 있는 것이었다.
사실 은퇴출가 제도는 출가자 급감과 사찰(특히 교구본사)의 공동화라는 종단의 위기의식에서 탄생한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조계종단은 2016년 1월 출가 장려 포스터 3종을 1만장 제작해 전국 사찰과 대학 불교동아리 등에 배포한다는 계획을 발표하였고, 대학가에서 ‘출가콘서트’를 개최하기도 하였으며, 현재 출가사이트(http://monk.buddhism.or.kr/)도 운영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2017년에 들어서 조계종 출가제도개선특별위원회는 승려 중 타 종단에 등록해 활동하다 되돌아오는 귀종승(歸宗僧)의 자격요건 완화도 추진하고 있다. 이러한 종단의 출가자 확보를 위한 여러 노력 중 은퇴출가 제도는 특히 전문 인력 확보와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것으로, 여기서 가정주부나 자영업자 등은 자동적으로 배제되고 있다. 종단의 출가자 감소 속에서 두드러지는 현상은 여행자(女行者)의 급감으로 이전에 여행자 대 남행자 비율이 대략 1:1을 유지하였다면, 2006년을 기점으로 1:2의 비율을 벗어나지 못하며, 최근에는 여성 출가자의 수 또한 남성의 절반 수준으로 떨어졌다는 사실을 인지한다면, 고령자 출가제도에서 일생을 가정주부로 살아왔으나 독실한 불자로 자식이 ‘출가’한 후 자신의 출가를 꿈꾸는 여성들을 배제한 것은 쉽게 이해가 되지 않는다. 이는 종단이 재가신도의 다양한 욕구를 수렴하기 보다는 실용주의적 관점에서 조직의 유지와 이익을 위해 (재가)전문인력의 즉각적 활용에 초점을 맞춘 결과라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종단이 이렇게 확보된 전문직종 은퇴출가자들을 계속 유지할 수 있는지는 불확실해 보인다. 이들에게 적용되는 여러 차별조항은 차치하더라도, 출가 행자의 높은 퇴사(退寺) 비율은 이들에 대한 전망을 어둡게 하고 있다. 최근 조사에 의하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5년간 등록한 행자(1,576명) 중 26%(410명)이 강압적 명령이나 교육시스템 부재 등을 이유로 중도 퇴사하였으며, 2016년 수계교육을 받은 행자 81명 중 84%에 달하는 67명이 퇴사를 생각해본 적이 있는 것으로 집계되었기 때문이다. 특히 사회에서 전문인력으로 이에 상응하는 지위와 처우를 경험했던 은퇴출가자의 경우 위계질서적인 사찰의 조직구도에 적응하기는 쉽지 않을 것으로 예상된다. 따라서 은퇴출가자의 성공적 안착은 물론이고 출가자의 충분한 확보는 종단과 수행공동체의 근본적인 개혁을 전제로 한다. 조계종 종헌은 “본종은 승려(비구·비구니)와 신도(우파색·우파이)로써 구성한다”라고 명기하고 있으나, 같은 종헌에 의하여 종단의 주요직책은 비구만이 맡을 수 있게 정해지고 신도들에게는 권리 보다 의무가 강조됨으로써 결국 사부대중의 평등한 공동체 정신이 희석되고 있음을 지적할 수 있다. 재가신도들에게 수행공동체 안에서 자신들의 다양한 역량을 충분히 개발하고 발휘할 수 있는 여건이 제공되었다면 이들이 은퇴 후 필히 출가를 결심하지 않았을 것이며, 이들이 가족부양과 돌봄의 의무를 완료한 후 출가라는 보다 엄격한 자기단련의 방식을 자발적으로 선택하였다면 이 또한 존중되어 출가공동체의 일원으로 일반 승려 혹은 성직자와 동일한 의무와 권리가 부여되는 것이 당연할 것이다. 이런 의미에서 조계종의 현 은퇴출가 제도는 한국 불교종단의 제 문제를 오로지 반영하고 있다고 할 수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