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닭을 치며 모스(Marcel Mauss)를 생각함
news letter No.475 2017/6/20
모스는 마오리 족의 선물과 답례의 교환체계의 중심에서 기능하는 물건의 영, ‘하우’에 주목했다. 근대 자본주의의 시장에서 물건(생산물)은 죽은 사물에 불과하다. 물건뿐만 아니라 인간의 감정과 몸짓도 하나의 매매 대상으로 간주하고, 따라서 사람조차 사물로 셈하는 오늘날 경제중심주의자들의 시각에서 물건의 영을 이야기하는 마오리 족은 영락없는 ‘원시인’에 불과하다. 여기서 모스는 왜 그러한 토착민의 증여체계에 관심을 두었는지가 궁금해진다. 단지 모스가 활동하던 무렵 서구 학계에서 새롭게 등장한 민족지학적 관심에서 비롯된 것일까? 데이비드 그레이버(David Graeber)는 이 궁금증에 대한 하나의 해답을 제시한다. 그에 의하면, 모스는 이론적 담론이나 심오한 철학을 통해서만이 아니라 일상적 실천이나 관습을 통해서 드러나는 ‘도덕법칙’을 다루려고 했고, 선물과 답례의 증여 방식은 그 하나의 사례였다는 것이다. 그의 다음 이야기는 더욱 귀에 솔깃하다.
「증여론」을 통해 모스가 시도한 것은 결코 사람과 물건, 이기주의와 이타주의, 자유와 의무의 엄격한 구분과 함께 등장한 시장 논리가 어떻게 근대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았는지에 대한 설명이 아니다. 오히려 그의 목적은 그런 논리가 어떻게 이 사회의 상식으로 자리 잡는 데 실패했는지를 보여 주는 것이었다고 할 수 있다.(『가치이론에 대한 인류학적 접근』, 서정은 역, 그린비, 2009, 351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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