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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471호-다양성과 관용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7. 5. 23. 15:30

 

   다양성과 관용
     

 

      news  letter No.471 2017/5/23


 

 

 



        계절의 여왕이라는 5월도 벌써 하반기로 접어들어 여름의 문턱에 서 있다. 5월이 계절의 여왕이라고 하지만 요즘은 4월 중순부터 시작되어 오월 중순이면 막을 내리는 듯하다. 녹음이 짙어가는 5월과 6월도 좋지만 필자는 새순이 돋아나는 4월이 더 반갑다. 그 이유는 여러 가지가 있지만 가장 큰 이유는 거의 매일 변해가는 다양한 산의 색채 때문이다. 진달래꽃을 시작으로 다양한 꽃들이 차례차례 피고 지는 모습이 보기 좋다. 또한 그 안에 있는 다양한 종의 나무들이 차례차례 움이 트고 새순이 돋아나면서 파란 잎사귀로 변해가는 모습도 좋다. 산 속의 꽃들이 시간을 달리하면서 우리에게 보여주는 아름다운 모습과 색채는 그 안에 다양한 종류의 식물들이 섞여서 제각기 다른 특징들을 드러내기 때문일 것이다.

       3년 전 중국의 절강성 지역을 답사한 적이 있었다. 차창 밖으로 지나치는 다양한 풍경 가운데 주변이 대나무밭으로 변해가는 산의 풍경도 보게 되었다. 대나무를 마음대로 사용할 수 있을 것이라는 부러움도 잠시, 조만간 모든 산이 대나무 밭으로 변해버릴 것을 생각하니 비록 우리나라가 아니더라도 아쉬운 마음이 더 컸다.

       지난 6개월간 한국 사회는 총체적 혼돈을 겪었다. 이 시기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정치에 대해 한마디라도 하지 않은 사람은 없으리라. 우리는 촛불로 시작된 탄핵집회가 태극기 집회로 이어지고 대통령이 탄핵을 받아 파면되고, 새로운 대통령이 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았다. 처음 태극기로 출발한 집회는 태극기와 성조기가 함께 등장하고 십자가를 전면에 내세운 모습도 등장하였다. 이 과정에서 필자는 누구에게나 지극히 상식적일 것 같던 개념도 또 다른 누군가에게는 그렇지 않을 수도 있다는 사실을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다. 나는 너무도 당연하다고 생각하고 있는 사실을 내 옆의 사람은 나와는 반대로 생각하고 있다는 것이 신기하기도 하였다. 그러면서도 그 사람의 생각과 내 생각이 다르다고 해서 서로 다툼을 벌일 수는 없다고 판단해서 최대한 말을 아끼기도 하였다.

       한편 이러한 혼돈은 인간의 모습을 다시 한 번 되돌아보는 계기도 되었다. 그것은 바로 인간의 다양성이다. 인간은 그 겉모습이 다양한 만큼 내면의 생각이 서로 다르다. 그런데 우리는 이러한 사실을 종종 망각하는 듯하다. 그렇기에 서로 간의 다름을 깨닫지 못하고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이 말다툼의 대상이 되고 공격의 대상이 되는 것이 아닐까?

       2014년 3-4월 ebs에서 6부작으로 방영한 ‘강대국의 비밀’이라는 다큐멘터리를 본 적이 있다. 로마, 영국, 몽골, 네덜란드, 미국 등 역사상 세계 최강대국이 되었던 나라들이 어떻게 강대국이 되었으며, 또한 어떻게 그 나라들을 다스렸는가에 대한 이야기들을 개괄적으로 보여주었다. 그 나라들이 강대국이 된 이유는 뛰어난 전투력, 경제 등등 다양한 요인이 있지만, 그것들 가운데서도 가장 근원적인 요인은 ‘다양성과 관용’이라고 말하고 있다. 다양한 문화적 배경과 종교를 지닌 사람들이 그것 때문에 차별받지 않을 뿐만 아니라 모든 면에서 동일한 기회를 제공받은 것이 강대국이 되는 힘이었다는 것이다. 로마, 영국, 몽골, 네덜란드, 미국 등이 모두 그러한 조건에 부합한다는 것이다. 실제로 로마는 자신들이 정복한 지역의 모든 사람들에게 시민권을 얻을 수 있는 권리를 부여하였고, 영국은 가톨릭에서 벗어났으며, 네덜란드는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몽골의 종교정책은 상당히 관용적이어서 종교를 차별하지 않음은 물론 심지어 종교인들에게 면세의 혜택까지도 부여했다고 한다.(김호동, 『몽골제국과 세계사의 탄생』) 미국이 다인종, 다문화의 세계임은 부인할 수 없는 사실이다.

       반대로 16세기 후반 스페인은 초강대국으로서 무적함대를 보유하고 해가 지지 않는 나라라는 별칭을 들었지만, 그것은 짧은 시기에 지나지 않았다. 초강대국으로 성장시켰던 당시 국왕 펠리페2세는 가톨릭에 집착한 나머지 다른 종교를 절대로 허용하지 않았는데, 이것이 스페인 파멸의 주요 원인으로 지적된다. 가장 가까이는 근대 독일과 일본의 사례에서 보듯이 다양성과 관용을 받아들이지 못하게 되면 다른 조건이 성숙했어도 결국 강대국의 지위에 이르거나 그것을 유지할 수 없다는 것도 보여주었다.

       우리의 사회는 어떠한가? 다문화 시대라고 해서 다른 문화권에 대한 이해와 관용을 이야기하지만 여전히 한 쪽에서는 다른 종교, 다른 문화권 출신의 사람들에 대한 편견이 도사리고 있지는 않은지? 다양한 종교가 있지만 모든 종교가 차별없이 자유롭게 종교 생활을 보장받고 있는가? 다른 것은 차치하고 종교의 자유를 충분히 보장받고 있는가? 이것에 대해 자신있게 그렇다고 답하기 어렵다. 헌법은 종교의 자유를 보장하고 있지만 그것이 제대로 보장되고 있다고 말하기 어렵다. 때때로 어떤 종교에 대해서는 관용이 아닌 편견과 선입견을 지니고 다소 다른 태도로 대하고 있다는 것을 부인하기 어렵다. 헌법에 보장된 대로 국가는 종교의 자유를 인정하지만, 비록 공권력은 아닐지라도 때로는 학교에서, 그리고 때로는 길거리에서 무심코 그 자유를 침해당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세심하게 돌아볼 필요가 있지 않을까?

 

 


윤용복_
한국종교사회연구소
yoonyongb@hanmail.net
논문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의 위치>, <한국 천주교의 의례와 특성>, <대순진리회의 조상의례와 특징> ,<대한성공회의 종교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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