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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10호-문화의 시대, 21세기 종교문화의 지향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8. 2. 20. 22:36

문화의 시대, 21세기 종교문화의 지향

             

 news  letter No.510 2018/2/20

 

 

 

 


       21세기를 일컫는 다양한 말들이 있다. 그 중에서도 두드러지는 것이 ‘문화’의 시대이다. 이는 지난 20세기가 ‘경제’의 시대였던 것과 대비를 이룬다. 경제의 시대, 곧 산업의 시대에서는 ‘성장’과 ‘발전’이 시대를 관통하는 핵심 키워드였다. 발전의 세기에서 ‘공동체/국가’는 ‘개인/시민’보다 우선적이었다. 이러한 흐름은 종교 영역에 있어서도 예외가 아니었다. 종교 또한 발전의 논리로부터 자유롭지 못했다. 20세기의 종교 역시 대형화・물량화의 추세에 적지 않은 영향을 받았던 점을 부인하기 어렵다. 이는 종교가 ‘개인/시민’의 ‘영적 복지’의 차원까지 세심하게 관여하지 못하였음을 암시하는 사안이기도 하다.

  
       21세기가 경제의 시대를 넘어 문화의 시대를 지향하게 되었다는 사실은 종교문화 측면에서도 매우 의미심장하다. 20세기 내내 종교가 지니는 공동체적 맥락이 강조되면서, 종교적 가르침은 하나의 진리 체계 내지는 절대 신념 체계로 기능하였다. 이러한 거대 담론으로서의 체계는 개개 인간의 삶의 ‘숨’과 신앙 공동체의 ‘결’을 충분히 어루만져 주지 못하였다. 모름지기 문화란 인류의 ‘숨결’이 남긴 발자취이다. 숨결을 느낄 수 없는 목숨을 진정한 숨이라 할 수 없다. 21세기가 문화의 시대를 지향하는 것은 먹고 사는 문제를 넘어서 사람다운 삶이 지니는 가치를 추구하기에 이르렀음을 뜻한다.


       21세기 종교문화는 문화의 시대에 걸맞은 ‘문화적’ 종교를 지향해야 할 것이다. 문화적 종교란 어떠한 종교일까? 첫째, 무엇보다도 개개 인간의 삶에 ‘빛’을 비출 수 있어야 할 것이다. 그 빛은 종교적 진리의 빛인 동시에 개개 인간의 내적인 삶을 따뜻하게 덥히는 생명의 빛이 될 것이다. 둘째, 이웃과 더불어 살며 서로의 숨결을 나누는 ‘공생(共生)’의 메시지를 발신해야 할 것이다. 그 공생은 단순히 함께 걸음에 머물지 않고 서로의 역사와 문화로부터 창조적 기운을 분유(分有)하는 운동이 될 것이다. 셋째, ‘미래의 역사’에 대한 우주적 비전을 제시함으로써, 삶의 주체요 역사의 주도자로서의 인간의 존재론적 가치를 제시할 수 있어야 할 것이다.


       21세기 종교문화의 지향 가치를 빛, 공생, 비전이라는 키워드를 중심으로 제시해 보았다. 현재의 시점에서 한국의 종교들이 이러한 가치를 어떻게 갈무리하고 있으며 어떠한 잠재력을 지니고 있는지 살펴보는 것은 의미 있는 일이 될 것이다.

 


신광철_
한신대학교 교수
논문으로 <신종교와 문화콘텐츠 -현황과 전망->, <‘신화와 영화’론의 종교학적 재평가>, <대만 세계종교박물관의 전시 이념 및 체계에 대한 연구>, <한국기독교민속론의 가능성에 대한 종교학적 탐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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