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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08호-제2대 이사장에 취임하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8. 2. 7. 04:30

 

                                            제2대 이사장에 취임하며

 

 

 

 

 news  letter No.508 2018/2/6

 

 

 

 

 

한국종교문화연구소 회원 여러분께 인사드립니다.


지난번 뉴스레터를 통해 이진구 신임 소장은 취임 인사말과 함께 우리 연구소가 걸어온 여정과 그 동안의 연구 활동을 개관하였습니다. 돌아보면 참으로 보람차고 결실 있는 시간의 연속이었습니다. 무엇보다 역대 소장들은 연구소 운영이나 회원과의 소통 방식에서 각기 다른 면모와 색깔을 보여 주었습니다. 역대 소장의 학문적 정향(scholarship)을 따른 변천의 흔적도 찾아볼 수 있었습니다. 사람이 바뀌니 연구소의 학풍도 바뀌는 것은 자명한 일이겠지만 실제로 우리 주변의 단체들이 항시 그러한 것만은 아닙니다. 역대 소장들이 보여준 우리 연구소의 학문적 지향과 성취는 그런 면에서 매우 독보적이었습니다.


30주년 기념행사를 앞두고 있는 지금, 연구소의 지난 일들을 되돌아보면 많은 점이 착목됩니다. 무엇보다도 연구소 회원들의 학문적 열정은 단 한 번도 방만하거나 창의성을 잃지 않았다고 생각합니다. 오히려 지나친 실험적 시도와 기성의 틀을 벗어난 작업이 우리 자신을 혼란스럽게 하거나 우리의 정체성을 의심하게 한 적도 있었다고 봅니다. 종교라는 표제 아래 확대 될 수 있는 범주들, 그것들을 다룰 의욕만 있으면 언제나 새로운 도전을 시도한 것이 한 두 번이 아니었습니다. 이러한 일련의 시도는 우리 자신의 학문적 성실성의 표출이라는, 자기위로의 주장마저 서슴치 않았습니다.


이러한 실험적인 일들을 가능하게 하고 여기까지 이끌어 온 분이 바로 초대 이사장인 정진홍 선생님이었습니다. 우리의 활동을 담을 수 있는 그릇의 역할을 한 분입니다. 그것마저 연구소라는 객체화된 제도의 틀에 실어 놓은 것만은 아니었습니다. 살아 움직이며 성장하는 생명체의 기능을 불어넣으려 고심하셨습니다. 이 분은 ‘폐쇄된 학문공동체’나 ‘학문적 권위의 배타적 구축’과 같은 작업을 지양했습니다. 우리 연구소가 우리의 (학문적/종교적) 삶의 현장이고 성장의 장소이기를 희구했습니다. 그래서 성숙과 변화를 가능하게 한 틀을 유지할 수 있었던 것입니다. 2대 이사장으로 본인이 담당해야 할 책무가 더 무겁게 느껴지는 소이이기도 합니다.


이 시대의 종교 연구는 모든 영역과의 연계 속에서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종교 고유의 영역이라는 설정 자체가 불가능해진 것입니다. 개방된 새로운 학문분야는 미래에 대한 신선한 기대감 못지않게 미지에 대한 두려움을 가져다주는 것이 사실입니다. 그러나 새로운 것에 대한 시험적 시도는 우리 연구소의 하나의 생리로 되어 있습니다. 이제껏 그랬듯이 앞으로도 우리 연구소는 그 방향을 견지하리라 생각합니다.


우리 연구소의 오랜 전통이자 특징은 회원 주도의 공동체라는 점입니다. 연구소라 불리는 많은 법인체는 소장, 이사장, 연구원이라는 고식적인 직책이 존재하고 이 틀 속에서 운영되곤 합니다. 그러나 우리 연구소는 회원 조직이 제일의적(一義的)이고 모든 일은 회원의 중지를 모아 진행되고 있으며 이 틀은 앞으로도 지속될 것입니다. 회원 중심의 민주주의적 절차는 전임 이사장과 소장들이 견지해 온 연구소의 30년 전통입니다. 나 역시 이 틀 속에 위치하는 것은 분명합니다. 따라서 나는 ‘돌국 끓이는 비유’에 합당한 역할을 하려 합니다. 회원들의 각기 다른 학문적 개성이라는 식재료와 양념이 맑은 물로 채워진 돌솥 속에서 함께 섞여 끓기를 기대합니다. 나 역시 이 솥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회원이 되겠습니다.


이민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신임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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