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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34호-018 캐나다 UBC 국제 컨퍼런스 참가 보고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8. 8. 7. 22:15

                          2018 캐나다 UBC 국제 컨퍼런스 참가 보고

 

 

                                                                                                     news  letter No.534 2018/8/7      

 

 

 


       지난 7월 16~17일 양일간 캐나다 밴쿠버 소재 브리티시 컬럼비아 대학교(University of British Columbia, 이하 UBC)에서 “한국의 종교문화: 전통과 변용”이라는 주제의 국제 컨퍼런스가 아시아 연구학과(Asian Studies)의 주최 하에 개최되었다. 이에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이하 연구소) 소속 연구자 7인이 발표자(김호덕, 민순의, 박상언, 심형준, 최화선)와 토론자(윤승용, 최유진)의 자격으로 참가하였다(이상 성명은 가나다 순). 그 밖에도 서울대학교 철학과의 조은수 교수, UBC 아시아 연구학과에서 학위를 받고 현재 프린스 에드워드 아일랜드 대학교(University of Prince Edward Island)에서 강의 중인 박정은 박사, 서울대학교 종교학과에서 학위를 받고 현재 UBC 방문학자로 연수 중인 김성은 박사 등 3인이 발표자로 참가하였으며, 캐나다 리자이나 대학교(university of regina) 비교종교학과의 오강남 명예교수와 UBC 소속의 재직자‧방문학자‧대학원생 다수가 참석하여 토론에 임하였다. 좌장은 UBC 아시아 연구학과의 허남린 교수가 맡아 전체 발표와 토론을 주관하였다.

       연구소 소속 연구자 일동은 컨퍼런스가 시작되기 이틀 전인 7월 14일 오전 현지에 도착하여 당일 UBC 경내 인류학 박물관을 방문하고, 다음날인 15일에는 현지 원주민의 안내에 따라 밴쿠버 항구에서 브리타니아 비치를 따라 북쪽으로 좁게 이어진 해만(海灣)의 원주민 거주지역을 멀리서 둘러보았다. 온화한 해양성 기후와 천혜의 자연환경으로 최적의 주거지역 중 하나로 꼽히는 밴쿠버는 본디 북아메리카 북서부 해안의 원주민인 하이다, 침시, 틀링깃, 콰키우틀, 누트카 족들의 땅이었다. 인류학 박물관을 가득 메운 이들 부족들의 토템 기둥(Totem pole)은 이들의 역사와 문화가 얼마나 우아하고 위엄 있게 지속되어 왔는지를 보여준다. 그러나 그 우아한 위엄은 이제 단층의 박물관에 유폐되어 삶의 현장이 아닌 전시의 대상으로 진열되고, 그 후예들은 해만의 좁은 지역을 따라 거주하며 국가의 지원을 받으며 살고 있다. 우리를 자신의 배에 초대하여 식사를 대접하며 원주민 지역을 안내한 하이다 족 향토학자 Cheryl Brillon 여사는 하이다족 추장이었던 외조부를 자랑스러워했지만, 한편으로는 슬라브계의 부계 전승을 지닌 이였다. 뿐만 아니라 중국계와 한국계의 사위를 두고 있기도 했다. 현재 대다수의 원주민들은 이처럼 여러 민족과 피가 섞이었음에도 밴쿠버 원주민으로서의 정체성을 유지하며 살아가고 있는데, 이는 그들 전승에 대한 자랑스러움 때문이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원주민의 혈통을 조금이라도 계승하는 이들에 대한 국가의 지원 때문이기도 하다는 설명이다. 150여 년 전의 원주민들이 미약하게나마 국가의 형태로 존재했다면 오늘날 그들의 존재 양상이 조금은 달랐을까. 서구인들이 오래 전에 뿌려놓은 제국주의의 부정의(不正義)가 오늘날까지 해소되지 않는 것을 보면서, 답답함을 금할 수 없었다.

       캐나다 서부의 브리티시 컬럼비아 주에 속하여 태평양을 바라보며 자리 잡은 밴쿠버는 114.97㎢의 넓이에 60여만 명의 인구를 보유하는 도시이다. 그런데 적어도 UBC에서 마주치는 이들의 절반은 동아시아인으로 보였으며, 그들의 언어로 추정컨대 또 그 중 1/3은 한국인, 나머지 2/3는 거의 중국계였다. 1997년 홍콩의 중국 반환 당시 홍콩의 부유층이 밴쿠버의 토지를 집단적으로 대량 매입한 뒤로 밴쿠버의 인구 구성과 지가(地價)에 크게 영향을 미쳤다는 후문이다. 하지만 UBC의 학내 인구 구성은 아시아 연구학과의 역량이 성숙해온 데에 따른 효과도 없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UBC 아시아 연구학과는 최근 20여 년간 밴쿠버에 유입된 동아시아계 인구의 증가에 힘입어 북미주 아시아 연구의 메카로 떠오르는 모양새다. 컨퍼런스에 함께 참여한 신진 연구자들은 실제로 아시아, 특히 동아시아 3국의 역사적 전개 및 교류와 관련하여 실로 다양한 주제를 포괄하는 관심을 지니고 있었다. (밴쿠버의 인구 구성과 관련하여 한 가지 더 첨언하자면, 택시건 버스건 우리가 접한 모든 차량의 운전기사들은 놀랍게도 하나같이 인도‧시크‧서아시아 계였다는 사실이다. 아마도 운송업계의 실무진은 이들 국적의 이민자들이 일종의 조직체계를 구축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싶다.)

       컨퍼런스는 이틀에 걸쳐 오전과 오후로 나뉘어 각 2인씩 총 8인이 발표하였다. 각 발표 당 발표와 토론까지 1시간 반 내지 2시간 정도가 할애되었으며, 토론은 지정 토론자가 배정되지 않고 배석자 전원이 참여하여 난상으로 토론하는 집담회의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첫날 첫 번째 발표자인 김성은은 “Postcolonialism and Buddhist Studies in Korea: The Effects from Japanese Colonialism to the Present Western-Centricism”이라는 제목의 발표문을 통하여 한국불교를 다루는 학계의 인식이 한국불교의 실상을 온전히 담기보다는 참선수행과 교학에 치중하는 현실을 지적하였다. 이에 대하여 토론자들 사이에서는 19세기 서구에서 시작된 불교학(Buddhology)이 불교의 실제 역사와 현실을 직시하기보다 초기불교의 교학적 전통에 관심을 기울였을 뿐 아니라 그것을 문헌을 통해 규명하려 하였음이 이미 여러 학자들에 의해 주장되어왔고, 한국 내 한국불교학계에서도 그러한 주장에 일찍이 공감하여 현재는 문헌에 근거한 교학적 전통 뿐 아니라 신앙현실과 의례 등 다양한 분야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음이 논의되었다. 그러나 서구의 한국불교학계에서는 여전히 한국의 불교를 참선수행과 문헌교학을 중심으로 바라보고 있음에 대체로 동의하며, 이를 극복하기 위하여 더욱 활발한 국내외 학자들의 소통이 필요하다는 데에 의견을 같이 하였다.

       두 번째로 “20세기 초 근대과학의 수용과 유교의 위상 변화”를 발표한 김호덕은 지식체계로서의 유교의 권위 상실과 유교적 세계관의 와해라는 측면을 중심으로 하여 근현대 한국사회에서의 유교의 위상 변화가 ‘근대과학’의 수용과 직접적으로 연관되어 있음을 해명하였다. 다음으로 최화선은 “소리, 종교, 공간: 한국 종교의 사운드스케이프에 대한 소고 -그리스도교를 중심으로 한 사적인 스케치-”라는 발표에서 ‘종교의 소리’, ‘종교적인 소리’, ‘성스러운 소리’와 ‘종교’, ‘종교적인 것’, ‘성스러움’을 연결시키는 종교학 논의의 가능성을 개진하며, 특정 종교 및 그 종교의 공간이 사운드스케이프를 변화시키고 또 그렇게 함으로써 결국에 가서는 종교 및 종교와 관련된 개념들에 대한 이해를 변화시킨 바에 대해 새롭게 논의할 수 있는 계기를 제공하고자 하였다. 첫날 마지막으로 “일그러진 고난의 종교 한국 기독교의 풍경”을 발표한 박상언은 ‘동성애자’, ‘구국의 열정’, ‘자식사랑’, ‘십일조’ 등 오늘날 펼쳐지고 있는 한국교회의 몇 가지 풍경을 키워드로 삼아 ‘가부장적 가족주의와 반지성주의’, ‘자본을 향한 교회의 욕망과 고난 서사의 변주’ 등에서 현행 한국교회의 문제에 대한 원인과 연원을 추적하고자 하였다.

       둘째 날 “Re-thinking Married Bhikṣu: Examination of Bhikṣu Ordinations and Clerical Marriage in 1920s Korean Buddhism”이라는 제목으로 첫 번째 발표에 나선 박정은은 일제시대의 불교관련 법조문과 승려에 대한 재판관련 기록들을 통하여 이 시기 대처승의 존재 양상과 그 연원을 탐색하고자 하였다. 그 결과 일제시대 대처승의 존재가 일본불교의 영향을 받은 것이라는 기존의 시각으로부터 벗어나서, 대처승의 존재에 내재한 조선후기 이래의 연속성을 발견하였다. 계속해서 조은수는 “한국 불교 성격론에 대한 소고: 보편성과 특수성의 관점에서”라는 발표에서 18세기 전반기에 생존한 한국 승려 기성쾌선(箕城快善)의 ‘염불환향곡’을 소개하며, 이를 통하여 선수행-화엄교학-염불의 3문을 통합하였던 조선후기의 불교가 동아시아 불교사의 보편성을 지니면서도 한국적 특수성을 또한 지니고 있음을 논증하였다. 이어지는 발표에서 민순의는 “근대 전후 한국불교의 의례 인식 변화 -『작법귀감』과 『석문의범』을 중심으로-”라는 제목 하에 조선시대부터 일제시대까지 간행된 주요 의례관련 서적들의 제목과 목차를 분석하고, 이를 통하여 근대성의 유입을 전후로 한 시기 한국불교계에서는 ‘의례’라는 개념과 범주에 대해 전통시대와는 다른 근대적/서구적 인식이 싹트게 되었음을 지적하였다. 마지막으로 “인물신 교체 사례로 본 신격화 논의: ‘신’ 개념의 착시를 넘어 ‘집단기억’으로”를 발표한 심형준은 강릉단오제와 장좌리 당제에서 발견되는 인물신 교체 사례를 분석하고, 분석 과정에서 상징화와 신격화를 개념적으로 구분하여 접근함으로써 인물신의 신격화에서 사회적 측면의 요소가 중요한 영향을 끼친다는 사실을 입증코자 하였다. 심형준의 발표는 UBC측 연구자들로 하여금 ‘신’ 관념에 대한 근원적인 물음을 묻게 하고, 연구소 측 참석자들 사이에서도 사회적 요소 이전에 상징성의 가치에 대한 재고를 주장케 하는 등 활발한 토론을 유발하였다. 대체로 그의 발표는 인지종교학적 관점에 의거한 새로운 조류의 학문적 시각을 소개한 점에서 의미가 있다고 평가되었다.

       전체적으로 이번 컨퍼런스는 연구소 소속 참가자들은 서구에서 진행되는 한국불교학에 대한 논의 수준을 재인식하는 계기가 되었으며, 아울러 UBC 아시아 연구학과의 한국학 연구 동향을 알 수 있는 기회가 되었다. 또한 연구소 소속 신진연구자들의 관심 및 연구소의 학문적 현황을 해외 학자들에게 소개할 수 있었던 점 또한 이번 컨퍼런스의 중요한 성과라 할 수 있다. 특히 전체 발표의 절반을 차지하는 불교 연구자들의 발표는 국내외 불교연구의 동향을 지속적으로 상호 확인하고 교류하는 초석을 마련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컨퍼런스에서 발표한 연구자로서 현재 캐나다에서 활동 중인 김성은 박사와 박정은 박사, 그리고 한국 측 참가자인 조은수 교수와 민순의 박사 모두 국내외 불교연구자들의 지속적인 교류 및 의견교환이 필요하다는 데에 뜻을 같이 하였다.

      향후 연구소에서는 해외에서 활동하는 종교학 연구자들과의 접촉 기회를 (특히 신진학자들을 중심으로) 다변화할 필요성이 있으리라 생각한다. 해외 종교학 연구자 및 연구소와의 공동연구 진행을 모색하며, 해외 학자의 최신 연구업적의 국내 번역 및 연구소 업적의 해외 번역을 활성화하는 것 또한 필요한 일이라 하겠다. 이 같은 국내외 학자들의 직접적이고 폭 넒은 상호 교류 확대는 한국 종교학의 앞날에 긍정적인 신호탄이 될 것이다.

      

 


민순의_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원 전문연구원
주요 논문으로 〈조선 초 법화신앙과 천도의례〉, 〈조선 초 조계종의 불교주도적 자의식과 종파 패러다임의 변화〉, 〈정도전과 권근의 불교이해와 그 의의〉, 〈조선 세종 대 僧役給牒의 시작과 그 의미〉, 〈조선전기 승인호패제도의 성격과 의미〉, 〈조선 초 불교 사장(社長)의 성격에 관한 일고〉, 〈조선전기 도첩제도의 내용과 성격〉, 〈전환기 민간 불교경험의 양태와 유산〉, 〈참법(懺法)의 종교학적 기능과 의미〉, 〈조선전기 수륙재의 내용과 성격〉, 〈한국 불교의례에서 ‘먹임’과 ‘먹음’의 의미〉, 〈전통시대 한국불교의 도첩제도와 비구니〉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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