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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의 역공’? 12.3 비상계엄 이후 어느 종교학자의 딜레마

 

 

news letter No.878 2025/4/15

 

 

 

지난해 123일 이후 우리가 겪은 한 겨울밤의 악몽은 이번 44일 헌법재판소의 대통령 윤석열 파면 결정으로 과연 끝난 것일까? 이런 와중에 이번 사건을 통해 여실히 드러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정치 선동과 그에 따른 엄청난 사회적 혼란은 많은 종교학자에게 커다란 도전이자 의문으로 남게 되었다. 물론 한국 개신교 성직자들이나 이들을 따르는 일반 교인들의 보수적 성향은 익히 알려져 있고, 또한 일부 개신교 지도자들의 노골적인 정치참여나 정치세력화 시도는 이미 사회적 주목을 받아왔다. 그러나 지난 비상계엄 이후 한국의 개신교회는 극우 정치집회의 핵심세력은 물론이고 다양한 보수/극우 세력을 결집하는 핵심 세력으로 자리를 굳혔으며, 아마도 이러한 모습은 한동안 유지될 것이다. 극우 세력의 확산이 유럽에서 미국까지 이어지는 동시대의 글로벌 정치 트렌드라고는 하나, 유럽 극우의 경우 2008년 금융위기 이후부터 우익 포퓰리즘을 앞세우며 성장하면서 비교적 탄탄한 대중적 기반을 갖추고 있다면, 한국 사회에서 지금 문제 되는 극우 흐름은 12.3 이후 일련의 개신교 지도자가 이 흐름을 주도하면서 정치 무대 한가운데로 난입하였다는 점에서 특이하다 할 것이다.

 

이러한 작금의 현상에 대해서 자칭 종교사회학자라는 본 연구자가 한동안 뒤통수를 맞은 것 같은 기분이 들었던 것은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회를 단순히 현대사회에 적응 못 하는 비합리적인 종교집단으로 간주했기에, 개신교 보수세력의 일부가 빠르게 극우화하면서 하나의 위협적인 정치세력으로 한국 사회를 뒤흔들 것이라고는 예상하지 못했기 때문이다. 즉 한국의 극우 개신교는 이번 기회에 어느 때보다 활발하게 교회라는 제한된 예배 공간을 넘어 다양한 공적 공간으로 활동무대를 넓히면서, 소위 아스팔트 우파라는 추종 세력을 통해 특정 음모론을 확산시키고, 개별 교인들의 분신(시도/사망)을 직간접적으로 유도하고, 무엇보다 공개적으로 대법원, 헌법재판소, 선관위 등을 향한 테러를 주문하고 실제로 서울서부지방법원 점거 폭동이 발생하는 등 공권력에 도전하면서 기존 민주 질서를 크게 위협한 것이다. 이런 맥락에서 한 인터넷 매체는 한국 사회가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세계를 마주하게 되었다며 이를 주제로 일련의 기고문을 게재한 바 있다. 관련 글에서 장석준은 극우파파시즘의 개념은 명확히 다르며, 후자는 전자의 한 부류, 그러나 그중에서도 가장 극단적인 가닥이라고 적고 있다. 그 이유로 그는 파시즘의 핵심 특징은 민주주의 제도에 대한 직접적 공격과 파괴이며, 이탈리아나 독일의 파시즘 사례가 보여주듯 파시즘은 자유주의-민주주의의 기본 토대를 무효화 하려는 지향과 의지가 있느냐는 기준에 따라 적용되어야 한다.”고 주장한다. ([극우파시즘이라는 낯선 세계] 릴레이 기고한국과 유럽의 극우 비교,민중의소리25.03.11)

 

한편 극우파이든 파시즘이든 혹은 극우 파시즘으로 불리던 이러한 정치적 현상은 대중을 선동하는 주요 자원으로 다른 인종, 외국인/이민자, 사회적 약자, 성 소수자 등에 대한 차별과 혐오를 사용한다는 공통점을 가진다. 이와 관련하여 카스 무데(Cas Mudde)는 좌익과 우익의 핵심적 차이는 다양한 문화, 경제, 인종, 종교 등의 차원에서 - 불평등을 바라보는 시각이라며, 우익은 불평등을 인간사회에서 자연스럽고 긍정적인 현상으로 간주하여 정부는 이를 그대로 놔둬야 한다고 보지만, 좌익은 이를 인위적, 부정적 현상으로 보아 정부가 이를 적극적으로 제거하는 노력을 해야 한다고 요구한다는 것이다. 그는 자유민주주의에 적대적인 반체제 성향의 우익을 극우라고 부르며 이를 다시 두 종류로 나눈다: 극단우익즉 파시즘은 민주주의의 본질인 국민주권과 다수통치를 거부하며, 궁극적으로 혁명을 추구한다; 이에 비해 급진우익은 민주주의의 본질은 수용하지만, 그 기본 요소인 법치, 권력분립, 소수 권리 등의 개념에 반대하며, 궁극적으로 개혁을 추구한다. (카스 무데 지음, 혐오와 차별은 어떻게 정치가 되는가위즈덤하우스 2021: 13-14)

 

 

이런 맥락에서 이번 12.3 내란 이후 일어난 극우성향 개신교인들의 대규모 결집은 미리 예견할 수 있었다고 말할 수 있다. 즉 지난해 비상계엄 발발 약 한 달 전인 20241027, 보수 개신교계 - ‘한국교회 200만 연합예배 및 큰 기도회 조직위원회’- 가 기획하여 서울 광화문 광장 일대와 여의도에서 옥외 집회 형태로 동성혼·차별금지법 반대대규모 집회를 개최하였으며, 이 연합예배는 2024년 한국교회가 주관한 이벤트 중 가장 큰 규모를 자랑하는 것이었다. 이에 한국교회총연합, 한국장로교총연합회 등 보수적 교회단체와 120개 시민단체 등이 참여하였고, 주말을 맞아 전국 각지에서 상경한 목회자들과 신자들로 주최 측 추산 210만 명이 모인 것이다. 참고로 조직위원회는 대한민국 복음의 역전을 이루는 10·27 연합예배를 위한 100대 기도 제목을 공개했는데 이를 주제별로 분류하자면 다음과 같다: 10·27 집회(1-15), 동성애 차별금지법 및 젠더 성혁명(16-30), 젠더 갈등·비혼주의·저출산·생명 윤리와 낙태(31-60), 청소년·청년 마약 중독(61-75), 북한과 자유통일(76-90), 한국교회와 다음 세대(91-100). 이 중 젠더 관련 기도로는 젠더 갈등의 원인은 사회구조적인 문제가 아니라 자기중심성이라는 죄 때문임을 고백하게 하옵소서(31)”, “페미니즘이라는 악한 사상과 그 사상에 물든 영혼을 분리하게 하옵소서(41)”, “결혼과 출산은 여성에게 손해라고 말하는 페미니즘 사상에 젖어 젠더 갈등과 저출산 비혼주의 확산에 협력한 것을 회개하게 하옵소서(44)”가 포함된다.(페미니즘이란 악한 사상에서 영혼을 분리하옵시고’..'차별 기도'로 쪼개진 개신교」『한국일보2024.10.25.) 해당 집회에서는 포괄적 차별금지법과 동성혼 합법화가 이미 제정된 서구국가에서는 기독교 신앙의 자유가 억압당하고 있습니다. 대한민국만큼은 차별금지법과 동성혼을 끝까지 막아내는 거룩한 나라로 남아야 할 것입니다!”; “사법부와 입법부가 뚫리게 되면 기독교인들의 신앙과 표현의 자유가 억압될 것이며 동성애가 죄라고 생각한다면 죄라고 크게 말하라등의 발언이 공공연히 쏟아져나왔다. (동성혼 막은 거룩한 나라로예배 가장한 혐오도심에 쏟아졌다」『한겨레2024.10.28.) 해당 집회에서, 많은 보수 개신교인들이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을 재확인하고 동일한 신념/믿음 공동체의 일원으로 일사불란하게 행동하면서 개인을 초월하는 - 집단으로의 강렬한 힘을 경험하였으리라 쉽게 짐작할 수 있었을 것이다.

 

 

 

한국 개신교 세력의 정치화 그리고 보다 최근의 현상으로 보수적 개신교 세력이 극우의 핵심 세력으로 등장한 배경에 관한 학계의 연구는 꾸준히 진행되고 있다. 관련 현상에 대한 설명으로는 우선 한국 개신교의 신학적 뿌리나 교리체계가 제시되고, 한국 개신교가 지난 역사 속에서 처했던 구체적인 종교적, 정치사회적, 문화적 상황 등이 분석된다. 에서는 주로 복음주의, 근본주의, 신사도운동 등이 언급되고, 에서는 6.25 전쟁을 거치며 반공의 종교이념화, 개신교 지도자를 정점으로 하는 기독교 국가론 대두, 민주화 이후 변화된 개신교 보수세력의 정치 행태, 보수 우익 또는 극우의 정치세력화 등등이 언급된다. 이에 더불어 한국 개신교의 보수화는 미국 개신교 선교의 결과이며 현재까지도 미국 보수 개신교 (정치)세력과의 교류가 활발하다는 점에서 미국 개신교 근본주의의 역사까지도 연구대상에 포함된다. 따라서 한국 개신교 세력의 우익화나 극우화 현상은 매우 복합적인 현상으로 이를 단순화하거나 특정 요인으로 환원할 수 없음은 틀림없다. 이와 관련하여 이수인은 이미 2004년 대다수 관련 연구가 보수적 개신교 세력의 정치화를 이들의 신학적 세계관으로부터 직접 도출하거나 적어도 이를 가장 중요한 요인으로 다루고 있음을 지적하고, 무엇보다 보수적 개신교 집단을 일종의 동질적인 집단으로 다루고 있음을 비판하였다. 대신 그()는 보수적 개신교 집단의 정치적 행위를 발생시키는 직접적인 계기는 그들의 교리보다는 그들의 이해관계라고 주장하며, 개신교 보수분파 지도자들의 경우 권위주의 정권하에서 국가와의 협력을 통해 자신들의 이해관계를 관철했으나, 민주화를 추구하는 국가는 이들의 이해관계를 대변해 주지 않고 오히려 이들의 종교 이데올로기(친미 반공주의, 근본주의 등)에 반하는 조치를 취하면서, 이중 퇴행적 보수분파는 국가를 공격하고 정당을 창당하고 극우 정치 집회에 적극 참여하는 정치 행위를 한다는 것이다.(이수인, 개신교 보수분파의 정치적 행위 - 사회학적 고찰, 경제와사회64, 2004: 266-267; 295-296) 여기서 나이브하게 주류 종교의 선한 영향력을 기대했던 사람들에게 찰스 킴볼(Charles Kimball)의 저서 When Religion Becomes Evil (종교가 사악해질 때 타락한 종교의 5가지 징후, 2020)는 종교의 순기능은 어쩌면 매우 유토피아적 그림일 수도 있음을 일깨워준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재난연구와 한국의 종교학: 그 대화의 필요성에 대하여>, <순례와 다크투어리즘의 교차지점에 대해서: 천주교 해미순교성지를 사례로>, <한국의 현 종교지원정책과 문화자본주의>,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공저로는한국사회와 종교학,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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