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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천지와 통일교 논란으로 돌아보는 한국 사회의 종교와 권력

 

 

news letter No.958 2026/10/27

 


최근 한국 정치권에서 종교단체와 정치의 관계가 다시 중요한 논쟁으로 떠올랐다. 신천지예수교 증거장막성전(신천지)의 정당 가입 의혹과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의 정치권 불법 자금 제공 사건은 종교가 정치와 어떤 관계를 맺을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관계에 어떤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는지 질문하게 한다.

2026년 초 출범한 검·경 합동수사본부는 신천지의 정당 가입 및 경선 개입 의혹과 통일교의 불법 정치자금 제공 의혹 등을 수사했다. 8월 수사본부는 활동을 마무리하면서 신천지와 통일교 관계자들을 포함한 여러 인물을 기소했다고 밝혔다. 통일교 한학자 총재는 정치자금 및 뇌물 관련 사건에서 징역 2년을 선고받았으며, 신천지 이만희 총회장도 신도들의 정당 가입을 둘러싼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이러한 사건들은 종교와 정치의 관계가 단순한 가치관의 차이를 넘어 법과 민주주의의 문제로 이어질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런데 여기서 한 가지 더 주목할 만한 변화가 나타났다. 10월에는 더불어민주당 자체 조사에서도 신천지 교인의 집단 당원 가입 정황이 확인됐다는 발표가 나왔다. 실제 가입 규모와 조직적 지시 여부, 경선에 미친 영향 등은 여전히 구체적인 확인이 필요한 부분이다. 이제 논쟁은 특정 정당과 종교단체의 관계를 넘어, 종교단체의 정치적 영향력 행사를 어떤 기준으로 판단할 것인지에 대한 문제로 확장되고 있다.

종교와 정치는 서로 무관한 영역처럼 보이지만, 실제로는 오랫동안 긴밀한 관계를 맺어 왔다. 종교는 인간이 무엇을 옳고 그르다고 판단할 것인지, 어떤 사회를 바람직하다고 생각할 것인지에 영향을 미친다. 정치 역시 법과 제도를 통해 사람들이 살아가는 사회의 방향을 결정한다. 두 영역 모두 인간의 가치와 공동체의 질서를 다룬다는 점에서 만날 수밖에 없다.

종교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정치적 의견을 표현하거나, 종교단체가 사회복지와 인권, 평화와 같은 공적 의제에 참여하는 것은 민주사회에서 충분히 가능한 일이다. 종교적 신념 역시 시민의 자유로운 의견 형성에 영향을 미칠 수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종교의 사회 참여와 종교조직의 정치권력 행사는 같은 문제가 아니다. 개인이 자신의 신념에 따라 투표하는 것과 조직의 지시에 따라 특정 정당에 가입하거나 경선에 영향력을 행사하는 것은 구별해서 살펴봐야 한다. 특히 신도들이 자율적으로 정치적 선택을 했는지, 조직적 지시나 강요가 있었는지, 그 과정에서 법률 위반이 발생했는지는 각각 확인해야 할 사안이다.

종교가 사회에 목소리를 내는 것 자체가 문제가 되는 것은 아니다. 문제는 종교적 권위와 조직력이 개인의 정치적 자유를 제한하거나 민주적 의사결정에 부당한 영향을 미치는 상황이 발생할 때 시작된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와 정치의 관계를 논의할 때 빼놓을 수 없는 원칙이 정교분리다. 대한민국 헌법 제20조 제2항은 “국교는 인정되지 아니하며, 종교와 정치는 분리된다”고 규정하고 있다. 이 원칙은 종교가 정치에 관해 어떠한 의견도 표현해서는 안 된다는 뜻으로만 이해할 수 없다. 국가가 특정 종교를 공식적으로 우대하거나 종교적 신념을 강요하지 못하도록 하고, 시민이 종교를 선택하거나 선택하지 않을 자유를 보장하는 의미도 지닌다.

따라서 정교분리를 둘러싼 논쟁에는 서로 다른 두 가지 우려가 존재한다. 하나는 종교단체가 조직력을 이용해 정당과 선거에 부당하게 개입할 가능성이다. 다른 하나는 정치권이 종교단체의 활동을 과도하게 규제하거나, 비판적인 종교를 통제하는 수단으로 법을 사용할 가능성이다.

2026년에는 종교단체의 정치 개입을 규제하고 종교법인의 해산이나 재산 처분 등을 가능하게 하는 법안이 논의되면서 이러한 긴장이 더욱 두드러졌다. 종교계 일각에서는 불법 행위에 대한 책임은 물어야 하지만, 규제 기준이 모호하면 종교의 자유가 침해될 수 있다고 우려했다.

결국 중요한 것은 규제의 강도만이 아니다. 어떤 행위가 위법한지 명확한 기준을 마련하고, 충분한 증거와 공정한 절차를 바탕으로 책임을 묻는 동시에 종교의 자유를 보호할 수 있는 제도를 갖추는 일이 필요하다.

이번 논란은 신종교에 대한 사회적 인식도 돌아보게 한다. 한국 사회에서 신종교는 종종 낯선 교리나 조직문화 때문에 논란의 대상이 되어 왔다. 일부 종교단체를 둘러싼 의혹이 제기될 때 해당 단체 전체와 그 구성원 모두를 동일하게 평가하는 시선도 나타난다.

그러나 특정 종교단체의 지도부가 법적 의혹에 연루되었다는 사실과 그 종교를 믿는 모든 사람이 같은 행위에 책임이 있다는 주장은 구별되어야 한다. 신앙을 가진 개인과 조직의 의사결정권자, 실제 위법 행위에 관여한 사람의 책임은 서로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러한 구분은 신종교를 무조건 옹호하기 위한 것이 아니다. 오히려 문제가 발생했을 때 책임의 소재를 정확하게 밝히고, 피해를 입은 사람을 보호하며, 비슷한 일이 반복되지 않도록 하기 위해 필요한 태도다.

종교에 대한 비판 역시 교리의 내용이나 사회적 평판만으로 이루어지기보다 구체적인 행위와 증거를 바탕으로 이루어져야 한다. 이는 신종교뿐 아니라 오랜 역사를 지닌 종교와 대형 종교단체에도 동일하게 적용되어야 할 기준이다.

신천지와 통일교를 둘러싼 논란이 우리에게 던지는 질문은 단순히 특정 종교가 정치에 개입했는지 여부에 그치지 않는다. 종교의 자유는 어디까지 보장되어야 하는가. 종교단체가 공적 의사결정에 참여할 때 어떤 책임을 져야 하는가. 정치권은 종교단체의 위법 행위에 어떻게 대응해야 하며, 그 과정에서 종교의 자유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이 질문들에는 간단한 답이 없다. 종교를 정치로부터 완전히 분리된 사적 영역으로만 볼 수도 없고, 종교라는 이유로 조직적 행위에 대한 책임을 면제할 수도 없다. 종교 역시 사회의 한 구성 요소인 만큼 공적인 영향력을 행사할 때 그에 따른 책임을 져야 한다.

다만 그 책임은 종교적 정체성이나 정치적 성향에 따라 달라져서는 안 된다. 같은 행위에는 같은 기준이 적용되어야 하며, 의혹은 증거를 통해 확인되어야 하고, 책임은 법과 절차에 따라 판단되어야 한다.

신앙은 개인에게 삶의 방향과 의미를 제공할 수 있다. 그러나 종교적 신념이 다른 사람의 자유를 제한하거나 민주적 절차를 훼손하는 근거가 될 수는 없다. 동시에 정치권의 권한 역시 종교를 통제하기 위한 수단으로 사용되어서는 안 된다.

종교와 정치가 만나는 지점에서 우리가 지켜야 할 것은 어느 한쪽의 승리가 아니라, 신앙의 자유와 민주주의의 원칙이 함께 존중받는 사회일 것이다.

 

 

 

 

윤용복_
한국종교사회연구소
논문으로 <현대 한국사회에서 ‘여호와의 증인’의 위치>, <한국 천주교의 의례와 특성>, <대순진리회의 조상의례와 특징> ,<대한성공회의 종교교육>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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