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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종교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 사이언스북스, 2009.06, 647p(공저)

종교전쟁

책소개

사이비 과학/사이비 종교 운동이 파고들 틈을 메울 수 있는 과학과 종교 간의 진지한 대화를 다룬 책이다.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모르쇠하는 한국 교회의 보수성 속에서 진정한 신앙의 길을 모색하는 현직 목사이자 미래의 사제들은 교육하고 있는 신학자인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문화 이론으로 천주교와 개신교의 한국 전래 과정과 성, 취향, 계급, 인종 차별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깊이 연구해 온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진화 생물학과 과학 철학을 공부하고 인문학과 자연 과학, 진화 생물학과 인지 과학의 통섭의 길을 찾고 있는 과학 철학자 장대익 교수(동덕여자대학교 교양교직학부)가 함께 쓴 이 책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고 진정한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들을 전면적으로, 아무런 감춤 없이, 그리고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전공과 입장이 서로 다른 세 소장 학자가 주고받은 13편의 편지와 10시간에 걸친 좌담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본격화된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갈등에서 시작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서 인간 정신의 본질과 마음과 종교성의 비밀까지 들여다봄으로써 기존에 종교가 해 왔던 역할을 대신하려는 과학의 야심 찬 시도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물론이고,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회 발전의 장애가 되어 대중의 멸시를 받는 종교와 인간의 갈등 양상까지, 종교와 종교, 종교와 과학, 종교와 인간의 전쟁에 얽힌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지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저자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과 교수로, '과학' 문화 속에서 '한국' 신학을 고민하는 신학자이며 목사이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 신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계선에 머물면서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신학과 다른 분야가 교류하는 잡종적 학문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10년째 신학과 과학,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영화감독이나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반복되는 일상을 싫어하고 여행을 좋아해서 늘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꾼다.『아우구스티누스 & 아퀴나스』『종교전쟁(공저)』『생태학과 기독교 신학의 미래(공저)』등을 집필하고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근대 신학의 이해』을 번역했다.

김윤성

서울대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동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조선후기 천주교 성인공경에 나타난 몸의 영성」이라는 논문으로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한신대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면서,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위원으로도 활동 중이다. 저서로 『종교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공저), 『종교 읽기의 자유』(공저) 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젠더의 렌즈로 신화 읽기」, 「신화와 에로티즘의 유형학」 등이, 역서로 『거룩한 테러』, 『다윈 안의 신』 등이 있다.

장대익

대전과학고등학교를 졸업한 후 KAIST에서 기계공학을 공부할 때만 해도 정말 먼 나라 얘기였다. 하지만 서울대학교 대학원 과학사 및 과학철학 협동과정에서 공부하는 동안 진화론의 우아함에 매료돼 비로소 학문의 새로운 줄기를 잡았다. 인간 본성을 화두로 삼아 서울대 행동생태연구실에서 인간팀을 이끌었고, 영국 런던정경대학의 과학철학센터와 다윈세미나에서 생물철학과 진화심리학을 공부했다. 영장류학에도 푹 빠져 일본 교토대학 영장류연구소에서 침팬지의 인지와 행동을 공부하기도 했다. 융합생물학의 사례로 최근에 큰 주목을 받고 있는 이보디보Evo-Devo의 역사와 철학으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이후에는 미국 터프츠대학 인지연구소의 진화철학자 대니얼 데닛 교수의 날개 밑에서 마음의 구조와 진화를 공부했다.
지식의 소통에도 관심이 많아 국내의 젊은 학자들이 참여한 〈지식인마을 시리즈〉를 기획했으며, 그 중『진화론도 진화한다: 다윈&페일리』와 『과학에는 뭔가 특별한 것이 있다: 쿤&포퍼』는 직접 쓰기도 했다. 최근 한국 사회에서 화두로 등장한『통섭』의 공역자이기도 하지만, 통섭은 구호가 아니라 생활이어야 한다고 믿는다. 2009년에는 신학자, 종교학자와 함께 「종교전쟁」을 쓰며 과학과 종교의 소통을 시도했다. 현재는 서울대학교 자유전공학부 교수로 재직하면서 학생들과 함께 인문과 자연의 공생을 실험하고 있다.

목차

책을 시작하며
과학, 신학, 종교학의 만남과 진화를 꿈꾸며 장대익
1부 과학이 종교에게
편지 1.1
과학의 시대, 종교가 더 이상 필요할까요? 장대익
편지 1.2
종교와 과학, 원래 이웃사촌입니다 신재식
편지 1.3
종교와 과학의 논쟁, 행복하게 엿듣겠습니다 김윤성
2부 다시 과학이 종교에게
편지 2.1
반성 없는 과학, 중세 기독교와 다를 게 뭔가요? 신재식
편지 2.2
종교는 말살해야 할 정신의 ‘바이러스’일지도 모릅니다 장대익
편지 2.3
실재의 깊이는 종교나 과학보다 깊습니다 김윤성
3부 종교가 과학에게
편지 3.1
종교인은 과학을 어떻게 보나요? 장대익
편지 3.2.1
종교는 과학을 시녀로 보지 않습니다 신재식
편지 3.2.2
과학과 종교의 새로운 공존을 꿈꿔 봅니다 신재식
편지 3.3
9·11이 종교 전쟁의 결과라고요? 아닙니다 김윤성
4부 과학과 종교가 함께
편지 4.1
나의 창조 과학 탈출기 김윤성
편지 4.2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 그것은 틀린 것조차 아닙니다 장대익
편지 4.3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론, 사이비 종교 운동이 기독교를 잡다 신재식
5부 대화: 과학과 종교의 미래
종교 없는 미래를 상상할 수 있나요? 신재식+김윤성+장대익
책을 마치며
친밀한 타자들의 대화 김윤성
더 읽어야 할 책들/참고 문헌/찾아보기/도판 저작권

출판사서평

종교 전쟁을 끝낼 대화의 시작

과학과 종교의 새로운 만남과 진화를 꿈꾼다!
목사, 종교학자, 과학 철학자가 주고받은 뜨거운 지적 대화의 기록


지난 5월 (사)한국창조과학회는 논평을 내고 “진화론만 교과서에 싣는 것은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위헌”이라며 진화론만 가르치라는 교육부 지침을 폐기하기 위해 “헌법 소원을 준비 중”이라고 밝혔다. 그리고 이 단체는 일방적인 진화론 교육에 반대하는 한국진화론실상연구회, 좋은교사운동,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 진화론대책위원회, 성경과학선교회, 지적설계연구회 등과 힘을 합쳐, 진화론은 문제가 많은 이론에 불과하다는 사실을 ‘선포’하고, 창조론을 과학 교육에 편입시킬 수 있는 방법을 모색하기로 했다고 한다. 진화론 교육 문제가 법정까지 가기도 하는 미국의 사정이 한국 사회에서도 재현되려 하고 있는 것이다.

그러나 이들의 야심 찬 시도는 종교 다원주의 사회인 우리나라에서 어느 정도의 성공을 거둘까? 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교수이자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목사이기도 한 신재식 교수는 한마디로 창조 과학이나 지적 설계론 등은 사이비 과학조차도 아니고, 사이비 신학 수준에도 못 미치는 “문제 많은 종교 운동”이라고 일갈한다. 기독교 성서의 ?창세기?를 역사적, 과학적 사실의 근거인 양 들고 나오는 이들의 시도는 성서를 과학 논문 수준으로 격하시키고, 한국 교회의 보수성에 기생하는 “반기독교적인 종교 운동”이라고 비판한다.

또 진화 생물학과 생물 철학을 연구하는 과학 철학자로 동덕여자대학교 교양교직학부 교수로 재직하고 있는 장대익 교수는 자신들의 이론이 다윈주의 진화 생물학과 경쟁하는 과학 이론으로 자처하는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론이 “틀린 것조차도 아니”라고 단언한다. 진화론에는 어떤 이론도 사이비 과학이 될 수밖에 없는 엄격한 기준을 갖다대면서 자신들의 이론에는 한없이 관대한 “이중 잣대”의 논리에 의존하고, 과학자들이 말을 섞기 싫어서 그렇지 한번 제대로 비판당하면 순식간에 붕괴될, 제대로 된 연구 프로그램을 하나도 가지지 않은 사이비 이론이라는 것이다.

또 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는 과학 교육 과정에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론을 포함시키려는 시도는 국교를 두지 않고, 정교 분리를 규정하고 있는 대한민국 헌법에 직접적으로 반하는 “위헌적인 시도”라고 규정한다.

본질적으로 반기독교적이고, 비과학적이며, 위헌적이라는 비판을 받는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운동이,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국 사회에서 세를 과시하는 것은 무엇 때문일까? 앞에 거론되었던 한국 학계의 젊은 학자들인 신재식, 김윤성, 장대익 세 교수는 그것이 과학과 종교의 대화와 소통이 부재하기 때문이라고 입을 모은다. 과학과 종교 사이에 제대로 된 대화와 소통이 없기 때문에 그 틈새를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같은 사이비 과학/사이비 종교 운동이 파고들 수 있는 것이라고.

신이라는 망상과 무신론의 몽상 사이에서 과학과 종교의 폭주를 멈출 지혜를 찾는다!
21세기에 다시 불붙기 시작한 과학과 종교 논쟁에 대한 한국 지식 사회 최초의 대응


이번에 (주)사이언스북스에서 펴낸 『종교 전쟁: 종교에 미래는 있는가?』는 사이비 과학/사이비 종교 운동이 파고들 틈을 메울 수 있는 과학과 종교 간의 진지한 대화를 다룬 책이다. 현대 사회의 급격한 변화를 모르쇠하는 한국 교회의 보수성 속에서 진정한 신앙의 길을 모색하는 현직 목사이자 미래의 사제들은 교육하고 있는 신학자인 신재식 교수(호남신학대학교 신학과), 문화 이론으로 천주교와 개신교의 한국 전래 과정과 성, 취향, 계급, 인종 차별과 종교의 관계에 대해 깊이 연구해 온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한신대학교 종교문화학과), 진화 생물학과 과학 철학을 공부하고 인문학과 자연 과학, 진화 생물학과 인지 과학의 통섭의 길을 찾고 있는 과학 철학자 장대익 교수(동덕여자대학교 교양교직학부)가 함께 쓴 이 책은 과학과 종교 사이의 거대한 간극을 메우고 진정한 소통을 하는 데 필요한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주제들을 전면적으로, 아무런 감춤 없이, 그리고 진솔하게 다루고 있다.

전공과 입장이 서로 다른 세 소장 학자가 주고받은 13편의 편지와 10시간에 걸친 좌담 기록으로 이루어진 이 책은, 2001년 9·11 테러 이후 본격화된 기독교 근본주의와 이슬람 근본주의 갈등에서 시작해, 우주와 생명의 기원에서 인간 정신의 본질과 마음과 종교성의 비밀까지 들여다봄으로써 기존에 종교가 해 왔던 역할을 대신하려는 과학의 야심 찬 시도에 대한 종교와 과학의 갈등은 물론이고, 더 이상 제 역할을 하지 못한 채 사회 발전의 장애가 되어 대중의 멸시를 받는 종교와 인간의 갈등 양상까지, 종교와 종교, 종교와 과학, 종교와 인간의 전쟁에 얽힌 다양한 주제를 오가며 지혜의 길을 모색하고 있다.

세 저자들은 “왜 지금 과학과 종교가 문제인가?”, “종교의 유통 기한은 이제 끝난 것은 아닌가?”, “과학이 정말 종교의 모든 것을 대체할 수 있는가? 그것은 과학의 오만이 아닌가.”, “창조 과학이 이렇게 번성하는 것은 어떤 징후인가?”, “종교는 미래에도 멸종하지 않고 살아남을 수 있는가?” 같은 질문들을 주고받으며 자신의 경험과 지식과 성찰을 최대한 짜내며 나름의 논의를 전개해 나간다. 이 과정에서 과학과 종교의 관계가 과학자나 종교인 그리고 일반인들(무신론자나 유신론자나)이 생각하는 것만큼 단순하지 않으며, 더 깊은 논의가 필요함이 분명하게 드러난다.

종교의 유통 기한이 지나지 않았느냐고 따져 묻는 과학 철학자, 진화론을 비롯한 현대 과학과 종교를 다시 통합하려는 신학자, 과학과 제도 종교로는 포섭되지 않는 종교성을 들춰내는 종교학자,
세 사람의 소장 학자가 펼치는 화려한 지적 향연


장대익 교수는 종교를 진화론적으로 설명하고자 하는 리처드 도킨스(옥스퍼드대 교수, 진화 생물학자), 에드워드 윌슨(하버드대 교수, 사회 생물학자), 대니얼 데닛(터프츠대 교수, 인지 철학자) 등 서구 지식계의 최신 종교 논의를 소개하면서 “종교의 유통 기한은 끝”났으며, 종교가 여전히 “독점”하고 있는 “의미와 가치의 영역”을 과학에 양보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창조론 같은 온갖 기원 신화에서 시작해, 영혼, 인간의 심리와 마음, 인간 관계의 역학, 언어와 상징의 메커니즘, 의식적이건 무의식적이건 인간 행동의 비밀 등을 과학이 해명하고 설명하고 있으므로 더 이상 종교가 자신의 권세를 떨칠 자리는 남아 있지 않다는 것이다.

반면 신재식 교수는 과학과 종교의 관계 속에서 최근 500년 동안, 종교(특히 서구 기독교)가 지동설, 진화론, 정신 분석학이라는 파도에 쓸려 이리저리 흔들리기도 했고, 최근 인지 과학과 뇌과학이라는 거대한 쓰나미를 마주해 큰 위기에 처해 있는 것은 사실이지만, 밀려드는 과학의 도전에 대응해 신학과 신앙을 끊임없이 갈고 다듬고, 제도 종교가 가진 독선적이고 일방주의적인 요소를 제거해 왔음을 설득력 있게 보여 준다. 그리고 현대 신학이 문자주의적이거나 근본주의적인 도그마를 버리고 대폭발 우주론과 진화론을 품으며 개방적이고 복합적인 체계를 구축해 가고 있는 모습을 존 호트나 볼프하르트 판넨베르크 같은 신학자들의 논의를 통해 보여 준다. 또 종교를 과학 또는 진화 생물학이 모두 설명해 버릴 수 있다는 단언이 과거 이성을 신앙의 시녀로 둠으로써 “신앙의 통섭”을 시도했던 중세 기독교와 같은 오만 또는 일방주의일 수 있음을 비판적으로 고찰한다.

그리고 ‘진리’ 그 자체보다 ‘진리’를 둘러싼 담론과 그 효과에 관심을 갖는 종교학자 김윤성 교수는 사실에 대한 판단의 권위와 의미와 가치의 소유권 또는 독점권을 두고 다투는 과학과 종교가 서로 어떤 관계를 맺고 있는지, 기독교, 이슬람, 불교 등의 종교들은 이 문제를 제각각 어떻게 보는지, 과학과 종교가 다시 통합해야 한다는 주장과, 서로 분리되어 있어 아무런 상관없는 것이라는 주장과, 종교는 결국 과학에 대체되어 소멸하고 말 것이라는 주장 등이 어떤 문제가 있는지를 치밀하게 분석한다. 이것을 통해 김 교수는 도킨스를 시작으로 한 과학의 도전이 “무신론자의 몽상”으로 끝날 수도 있다고 경고하고, 현대 과학의 시도를 제대로 이해하지 못하는 종교는 불교가 되었든, 기독교가 되었든, 신종교가 되었든 “신이라는 망상”에서 헤어 나오지 못할 것이라고 비판한다.

갈릴레오 재판이 열리던 시대에 벌어졌던 과학과 종교의 논쟁에서부터 시작해, 현대 하버드 대학교 자연사 박물관 에드워드 윌슨 연구실에서 벌어졌던 세 진화 생물학자의 종교 논의에 이르기까지, 종교를 핑계로 내세운 테러와 전쟁이 벌어지는 이라크, 아프가니스탄, 티베트, 그리고 미국에서부터 특정 종교와 대통령이 갈등을 일으키고 또 다른 특정 종교가 네티즌들에게 여론의 몰매를 맞는 우리 사회까지 시공간을 누비며 벌어지는 세 학자들의 대화는 과학과 종교 논의의 과거 논제들을 역사적, 학제적 맥락에 따라 정리하고, 세계 학계에서 한창 이슈가 되고 있는 새로운 이슈들을 소개하고 어떻게 풀어 가야 할지 전망을 제시함으로써 한국 사회의 과학과 종교 논의를 한 단계 고양시킬 수 있는 출발점을 마련하고 있다.

오랜 대화의 끝이자 새로운 대화의 시작

이 책은 크게 5부로 구성되어 있다. 4부까지는 세 저자의 편지 릴레이 형식으로 이어진다. 그리고 5부는 세 저자가 나눈 좌담을 정리한 것이다. 그리고 이 책의 기획과 전개 과정, 그리고 이 책과 관련해서 읽으면 좋은 책들이 소개되어 있는 글들이 부속으로서 딸려 있다.

「과학이 종교에게」라는 제목이 붙은 1부의 첫 편지에서 장대익 교수는 “과학의 시대에 종교의 유통기한이 끝난 것은 아닌가?”라는 도발적 질문으로 종교를 향해 포문을 연다. 그러나 신재식 교수는 과학과 종교의 깊은 역사적 관계를 들춰내며 함부로 종교에 사망 선고를 할 수 없는 복잡한 정황을 전하고, 김윤성 교수가 과학과 신학 사이의 제3의 종교학적 입장을 견지하며 종교와 과학은 모두 인간 문화의 한 가지일 뿐 그리 다른 것도, 아주 같은 것도 아니라는 식으로 차이를 흐려 놓는다. 「다시 과학이 종교에게」라는 제목을 단 2부의 첫 편지에서 신재식 교수는 종교를 해부하려는 과학적 시도가 정확하게 무엇인지 “반성 없는 과학은 중세의 기독교와 다를 바 없다.”라고 비판적으로 따져 묻는다. 특히 종교 비판의 아이콘이 된 리처드 도킨스의 접근 방법이 19세기의 사회 진화론자의 방법과 유사하다는 점을 지적하며 종교 방어에 나선다. 이에 장대익 교수는 기도와 기적에 대한 믿음을 과학적 시각에서 비판하고, 전 세계에 퍼져 있는 초자연적 존재에 대한 믿음들이 어떤 진화적 연유에서 생겨났는지를 과학적으로 해부한다. 이러한 논쟁에 대해 김윤성 교수는 종교와 과학 모두가 총체로서 존재하는 인간 경험의 일부에 불과하다는 점, 그리고 과학과 종교의 영역이 포괄하지 못하는 거대한 영역이 있음을 역설한다.

3부 「종교가 과학에게?는 종교의 과학관을 다룬다. 3부의 첫 편지에서 장대익 교수는 “과학적 무신론자들의 사령부”라고 할 만한 에드워드 윌슨의 연구실에서 이루어진 윌슨, 데닛과의 실제 만남을 생중계한다. 이 글에서 종교를 강하게 비판하며 무신론 운동을 선동하는 도킨스를 전사로, 종교를 이성과 과학으로 길들여야 한다고 주장하는 데닛을 전략가로, 생태계 보호를 위해 종교와 과학이 협력해야 한다고 종교계에 손을 내미는 윌슨을 외교가로 규정하는 흥미로운 장면을 만날 수 있다. 그리고 장대익 교수는 신재식 교수에게 현대 종교의 과학관을 묻는다. 이 질문에 대해 신 교수님은 코페르니쿠스에서 다윈에 이르는 서구 과학의 놀라운 성과들에 기독교가 어떤 식으로 대응해 왔는지를 이야기한다. 이 과정에서 ‘진화론적 신학’을 적극 모색하고 있는 가톨릭 신학자 존 호트와 종교를 중심으로 과학을 포섭하고자 했던 현대 신학자 볼파르트 판넨베르크 등의 논의를 소개하고 있다. 김윤성 교수는 이 편지들에 이어서 도킨스, 스티븐 와인버그 등 대표적 무신론자 과학자들의 종교 이해가 상당히 나이브함을 구체적인 사례 분석을 통해 생생하게 보여 준다. 그리고 불교, 유교, 이슬람교가 과학을 어떻게 보는지, 또 자신과 같은 종교학자들이 과학을 어떻게 보는지를 들려준다.

4부 「과학과 종교가 함께」에서는 국내 상황으로 시선을 돌려 “왜 한국 교회가 창조 과학에 열광하는가?”라는 질문에 답을 하려 한다. 세 저자는 돌아가면서 종교학, 과학 철학, 신학의 입장에서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운동에 집중 공격을 가한다. 첫 편지에서 김윤성 교수는 한때 창조 과학에 빠졌다가 곧 탈출하게 된 개인적 경험을 고백하면서 창조 과학과 지적 설계 운동이 헌법적 원칙인 정교 분리, 종교의 자유를 침해하는 운동임을, 그리고 자타가 공인하는 이공계 최고 학부인 국립 카이스트 내부에 번듯하게 교회와 창조 과학관이 운영되고 있는 사실을 고발한다. 또 장대익 교수는 과거 창조 vs. 진화 논쟁에 뛰어들었던 개인적인 경험을 털어놓는다. 그리고 한국에 직수입된 미국 지적 설계론의 주장들을 과학 철학적 측면에서 논파하고 미국의 우파 조직과 창조론 운동의 깊은 관계를 추적한다. 결론적으로 세련된 창조론이라 불리는 지적 설계론도 사이비 과학일 뿐이라고 주장한다. 신재식 교수는 한 걸음 더 나아가 창조 과학/지적 설계론 운동이 신학적으로나 종교적으로도 기독교에 해악만을 가져다주는 신앙 운동이라고 일갈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런 신앙 운동이 한국 교회에서 여전히 환영받고 있다는 측면에서 한국 기독교의 보수성을 읽어 낸다. 한국의 창조론 운동에 대한 이런 식의 입체적 비판(과학적, 과학 철학적, 신학적, 종교학적 비판)은 국내에서 처음 시도되는 것이다.

5부 「대화: 과학과 종교의 미래」는 ‘종교의 미래’라는 화두를 놓고 이루어진 좌담 내용을 정리해서 묶은 것이다. 종교를 유전자 같은 문화적 복제자 밈(meme)으로 설명하려는 종교 밈 이론에서 시작해서 동물과 인공 지능, 심지어는 외계인에게 종교성이 있을 것인가 하는 논의까지 과학, 종교학, 신학 내부에서 종교라는 주제를 둘러싸고 벌어지는 수많은 이슈들을 흥미진진하게 소개하고 있다. 과학과 종교 논의의 새로운 출발점이 어디가 될지 짐작해 볼 수 있는 꼭지이기도 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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