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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622호-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0. 4. 14. 20:59

코로나19 이전의 세상은 다시 오지 않는다

  news  letter No.622 2020/4/14


위의 제목은 지난 4월 11일 권준욱 중앙방역대책본부 부본부장이 정례브리핑에서 사용한 표현으로, 그는 이어서 “이제는 완전히 다른 세상이다"라고 말했다. TV로 중계되는 삭막한 숫자와 크고 작은 사건으로 이어진 코로나 브리핑에서 필자는 이 말을 듣는 순간 잠시 멍해졌다. “이거 너무 시적이잖아”라고 생각한 순간 무언가 싸늘한 것이 내 속을 훑고 지나갔다. 그건 바로 내가 매우 초현실적인 시기를 살아가고 있다는 ‘깨달음’ 때문이었다. 집 베란다에서 내려다보면 봄의 밝고 따듯한 햇살과 함께 산책로에는 벚꽃이 흐드러지게 피어 하늘을 덮고, 그 사이 사람들이 털이 보송보송한 강아지들과 산책하는 것이 보이고, 킥보드와 자전거를 타는 아이들의 웃음소리도 심심치 않게 들려온다. 그런데 우연히 본 저녁 뉴스는 미국 뉴욕에서 코로나 사망자가 너무 많아 무연고자를 묻어온 인근 하트 섬에 이들을 임시로 집단매장하는 영상을 내보낸다. 파헤쳐진 시커먼 흙바닥과 그 위에 여러 겹으로 열 지어 놓여있는 하얀 나무관들은 극명한 대비를 이룬다. 코로나 때문에 독일에 사는 딸이 걱정되고, 아이의 작은 사업도 코로나 때문에 타격을 받았거니 염려되어 카톡을 하니, 명랑한 목소리로 코로나 덕에 요새 한 달 벌 것을 일주일 만에 번다고, 잠 잘 시간도 없다고 대답을 한다. 그래서 농담 반 진담 반, 그건 전쟁 중에 무기 파는 것과 같다고 하니, 아이의 답이 “엄마 난 무기를 파는 게 아니라 운동기구를 팔아. 사람들이 밖에 못 나가니까 엄청 주문해.” 전대미문의 강력한 전염병은 이렇게 소시민의 일상을 제멋대로 파편 내고 부유(浮游)하게 만든다.

한편 작금의 코로나 사태는 개인적 차원에서의 인지 부조화를 가져올 뿐 아니라 경제부문이나 교육현장은 물론이고 종교영역에도 강력한 충격을 주고 있다. 최근 한 조사(Lifeway Research)는 미국에서 3월 첫째 주일에 현장 예배를 드린 교회들이 99%였으나, 마지막 주일인 27일에는 7%로 감소함으로써 미국 교회의 93%가 온라인으로 전환하였다고 발표하였다. 같은 조사에 의하면 미국 개신교 목회자 중 41%는 작년 가을까지도 신자들에게 영상을 제공하지 않았으며, 교회 담임 목회자 중 92%가 3월부터 영상 설교와 온라인 예배를 제공했다고 답했다고 한다. 다른 기관(Bana Group)의 보고서에 따르면 부활주일과 관련하여 미국 전체 목회자의 58%가 온라인으로 예배를 드릴 계획이라고 답하였으며, 45%가 실시간 방송을 내보내고, 13%는 부활절 메시지를 따로 녹화해 내보낼 것이라고 답했다고 한다. 이 밖에 응답자의 10%가 야외예배를 드릴 계획이라고 답했고, 오직 2%만이 평소와 같이 교회에 모여 부활절 예배를 드릴 것이라고 응답했다고 한다. 이렇듯 현재 미국 교회의 절대다수는 온라인 예배를 택하고 있다. 이런 맥락에서 교회전문가인 라이너(Tom S. Rainer)는 코로나 이후 “같은 세상이 아니듯 당신의 교회 또한 그럴 것이다(The world will never be the same. And neither will your church.)”라고 개신교인들에게 경고한다.

한국 또한 “대한민국 종교가 멈추다.”(MK뉴스, 2020.02.28.)라는 한 기사의 제목처럼 코로나바이러스의 빠른 확산과 높은 감염률로 인해 소수의 개신교회를 제외하고는 거의 모든 한국의 종교집단이 공동체 의식을 중단하였다. 이로써 한국 천주교는 236년 역사에 처음으로 미사를 중단하게 되었다고 하며, 불교 또한 대중이 참가하는 모든 종교행사를 중단하는 동시에 전국에 산재한 템플스테이의 문도 모두 닫음으로써 혹자는 "한국불교가 1,600년 만에 산문을 폐쇄했다.”라고 말한다. 이렇게 코로나 사태로 집단적 종교의례가 사회적으로 부정적으로 받아들여지면서, 예배가 하나님을 경배하고 찬양하는 매우 중요한 의식으로 자리 잡은 개신교도 교회 예배를 온라인 예배로 대체할 수밖에 없는 상황을 맞았다. 중앙재난안전대책본부는 3월 23일 정례브리핑에서 전날 기준 전국의 교회 45,420개소 중 26,104개소(57.5%)가 예배를 중단하거나 온라인 예배로 전환했다고 발표했다.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이 교인 수 1,000명 이상의 교회 412개소를 대상으로 진행한 조사에 의하면 4월 5일 현장 예배를 드린 교회는 전체 교회의 34.5%를 차지했으나, 기독교 최대 축일 중 하나인 부활절을 맞아 온라인 예배를 진행하던 교회들이 부쩍 현장 예배를 선호하면서 부활절 현장 예배를 올린 교회는 246개로 전체의 59.7%에 달했다고 한다. 이는 지난 주일보다 25.2% 급증한 것이며, 이에 반해 부활절에 온라인·가정 예배를 올린 교회는 160개(38.8%)에 불과했다고 한다. 따라서 코로나 사태를 맞아 전 세계적으로 종교의식이 온라인으로 이동하였다고 하지만, 온라인 성찬식에 대한 신학적 논의는 차치하더라도 ‘공예배(公禮拜)’ - 교회 공동체가 시간과 장소를 정해 드리는 정기적인 예배(예. 주일 낮/오후/밤 예배, 수요 예배) - 와 ‘주일 성수(主日 聖守)’ - 즉 주일을 하나님 만나는 성스러운 날로 수호 – 를 고수하는 대다수의 한국 개신교회에게 현장 예배를 비대면의 온라인 예배로 돌리는 것은 쉽지 않은 일임이 틀림없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코로나19 여파로 한국교회 역사상 처음으로 현장 예배가 온라인 예배로 대거 전환되면서, 주일 예배에 대한 신도들의 인식이 변화하고 있음이 감지된다고 한다. 한국기독교목회자협의회와 한국기독교언론포럼은 지앤컴리서치-목회데이터연구소에 의뢰하여 지난 4월 2일부터 6일까지 5일간 전국의 만 18세 이상 남녀 개신교인 1,000명을 대상으로 ‘코로나-19로 인한 한국교회 영향도 조사’를 실시하였다. 온라인 예배에 참여하는 교회가 가장 많았던 3월 29일 기준, 응답자 61.1%가 ‘온라인 예배’로 대체했다고 답했으며, 15.6%는 ‘현장 예배와 온라인 예배’를 병행했으며, 8.6%는 현장 예배를 진행했다고 답했다. 온라인 예배 응답자의 경우 ‘가족과 함께 예배를 드려서 좋았다’는 90.4%, ‘교회에서 드리는 예배가 소중함을 느꼈다’는 82%, ‘신앙을 점검할 기회가 됐다’가 79.4%, ‘한국교회가 공적인 사회문제에 동참하게 되어 뿌듯했다’가 83.2%로 긍정 답변의 비율이 높았다. 코로나19 종식 후 교회 예배 참석에 대해서는 ‘예전처럼 동일하게 교회 출석하여 예배드릴 것 같다’ 85.2%, ‘필요한 경우 교회에 가지 않고 온라인/방송/가정예배로 드릴 수 있을 것 같다’ 12.5%, ‘교회에 잘 안 가게 될 것 같다’ 1.6%로 나왔으며, 14.1%는 교회에 가지 않을 수도 있을 거라고 응답해 온라인 예배의 ‘역효과’를 짐작할 수 있었다. 무엇보다 “코로나19사태를 겪으면서 한국교회가 가장 관심을 가져야 할 주제는 무엇인가?”에 대해 ‘교회중심의 신앙생활에서 실생활에서의 신앙 실천으로의 의식 전환’ 24.3%, ‘예배의 본질에 대한 정립’ 21.9%, ‘교회의 공적인 사회적 역할’ 21.4% 등이 비슷하게 높게 나왔는데, 이러한 결과는 많은 개신교 신자들이 온라인 예배의 등장으로 예배의 본질을 다시 성찰하고, 교회중심이 아닌 실생활에서 신앙 실천의 중요성을 자각하고, 더불어 교회의 공공성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고 있다고 해석할 수 있다,

코로나19가 종식되면 개신교를 포함한 한국의 종교는 다시 옛 모습으로 회귀할 수도 있다. 그러나 개신교의 경우 코로나 확산을 막기 위해 다수의 교회가 공동체 의식을 유지하고 강화하는 데 필수적인 현장 예배를 포기하고 대신 비대면 온라인 예배를 실행하면서, 영상 예배의 장벽이 허물어지고 예배에서 온라인의 중요성이 두드러진 것이 사실이다. 이와 동시에 일부 교회는 부활절을 맞아 물리적인 접촉 없이 신도들이 모일 수 있는 새로운 방식의 현장 예배 - 온누리교회, 서울씨티교회, 서울대치순복음교회의 ‘드라이브 인’ 예배, 그리고 김천 은혜드림교회의 ‘드라이브 스루’ 성찬 – 를 도입하는 등 과감한 실험을 시도하였다.

과연 한국의 개신교회는 코로나19 이전으로 돌아갈 수 있을까?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 〈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조계종단의 ‘한국불교 세계화’ 기획에 대한 비판적 논의>, <포스트모던 시대의 새로운 종교현상>, 〈젠더화된 카리스마〉,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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