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간을 경험한다는 것 news letter No.719 2022/3/1 언젠가 아우구스티누스의 《고백록》 11장을 읽어가던 중 웃음이 났던 기억이 있다. 하느님이 세계를 창조하기 전에 무엇을 하셨는지를 묻는 사람들을 향하여 지옥을 준비하고 계셨을 거라고 말하는 대목에서 아우구스티누스식의 유머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물론 이런 느낌은 나만의 경험일 뿐 읽는 사람에 따라서 전혀 다른 의미로 다가갈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는 시간의 문제에 대하여 새로운 지평을 열어준 인물로 평가된다. 앞의 예도 시간에 관해 언급하는 가운데 나온 발언이다. 그에게 시간은 신의 창조물에 불과한 것이라서 시간이 존재하지 않던 창조 ‘이전의’ 일을 묻는 태도는 온당하지 않다고 본 것이다. 아우구스티누스가 시간을 거론한 배경은 시..
세월의 눈금 news letter No.502 2017/12/26 로빈슨 크루소가 날짜를 계산하기 시작한 것은 난파된 배에서 탈출하여 섬에 도착한지 며칠 지나서였다. 그는 그동안 만들어 놓은 거처의 문 앞에 기다란 말뚝을 세우고, 그 윗부분에 가로로 나무를 덧대어 큰 글자를 새겼다. “1659년 9월 30일 이곳 해변에 도착했다.” 로빈슨 크루소는 매일 아침 그 말뚝 위에 조그만 눈금을 새겼다. 7번째 눈금은 두 배로 크게 만들어, 일요일이라는 것을 나타냈다. 30번째 눈금은 좀 더 길고 컸다. 눈금이 365개가 되는 날이 되면 해가 있을 동안에는 금식을 하다가 해가 진 다음 약간의 음식을 먹었다. 그는 금식하면서 자신이 살아있음에 대해 신에게 감사를 드렸다. 로빈슨 크루소에게 눈금을 새기는 일은 자신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