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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11년도 한국불교학계를 돌아보며

2012.1.17


90년대 들어 한국불교 학계는 응용불교의 중요성에 주목하게 된다. 물론 그러한 움직임은 내부적 반성에 외부적 요구가 결합된 것이기도 하다. 따라서 문헌학, 사상, 문학 등에 국한되어 있었던 연구 경향이 점차 그 폭을 확대하게 된다. 성격을 분석하자면 두 가지로 대별할 수 있다. 먼저 한국불교의 정체성에 대한 반성과 확장을 위한 작업이라면, 다음은 불교의 보편성을 추구하면서도 세계사적 관점에서 불교를 조망하고자 하는 경향이다.

2011년도 연구 동향도 크게 보면 이상에서 소개한 두 가지 큰 흐름의 연장선상에서 조망할 수 있다. 경제력의 증가, 정보의 개방과 확대는 과거에 비해 비교할 수 없을 정도의 다양한 논문들이 생산되는 토대가 되고 있다. 특히 최근 들어 불교와 경제, 사회복지, 생명윤리, 환경, 문화와 관련된 논문들이 <불교평론>, <한국불교학>, <불교연구회>, <보조사상> 등을 중심으로 발표되고 있다. 특히 <불교평론>은 불교와 현대사회의 소통과 융합이라는 거시적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다양한 접근을 시도하고 있으며, 그에 대한 업적 역시 매우 많다.

이상에서 소개한 불교학 연구의 일반적인 경향을 벗어나, 작년 한해에 진행된 한국불교학계의 특징을 개괄해 보면, 크게 네 가지 정도로 압축할 수 있다.

첫째는 개별적인 인물을 연구하는 학술대회가 예년에 비해 많았다는 점이다. 먼저 한국선불교의 중흥조로 평가받고 있는 경허, 전통불교학의 대가였던 백양사의 만암, 경허의 제자이자 상원사에서 평생을 수행한 한암, ‘산은 산이요 물은 물이다’로 유명한 해인사의 대표적인 선승 성철, 해방 이후 한국불교를 주도한 청담, 기호지방의 불교계를 이끌었던 법주사의 금오, 불교의 한글화에 혁혁한 공을 세운 봉선사의 운허 등이 연구 대상자들이다. 이들은 모두 구한말에서 일제식민지 시대, 내지는 해방 직후 혼란기의 한국불교계를 지도했던 걸출한 선승들이다. 그 동안은 연구 대상에서 제외되어 있었지만 이들의 사상과 활동을 통해 근대불교사의 새로운 지평을 탐색하고자 한다. 혹여 문중이나 유관 사찰을 중심으로 연구 작업이 진행된다는 점에서 용비어천가식의 연구가 진행되지 않을까 하는 우려도 없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연구자의 폭이 넓다는 점에서 그러한 우려를 불식시킬 수 있으며, 다양한 시각을 통해 재조명하는 것은 불교의 지향점을 재정립하는데 기여하게 되리라 본다.

둘째 지난 한해 한국불교학계는 유난히 국제학술대회가 많았던 해라 말할 수 있다. 천태종, 금강대, 동국대 종학연구소, 고려장경연구소 등이 그 주체들이다. 천태종의 사상과 동아시아의 내적 교류, 간화선의 세계적 보편성, 대장경의 문화사적 의미 등을 국제적인 시각으로 다루고자 했다는 점에서 커다란 의미를 발견할 수 있다. 불교하면 민족적이고 호국적이란 시각을 탈피해 불교의 정체성을 재점검하고, 해당 사상과 문화를 폭넓은 시각으로 조망하고자 시도하는 것은 이제 한국불교학의 일반적인 경향이 되었다. 특히 작년은 대장경을 초조한지 일천년이 되는 해였다는 점에서 불교학연구회 추계학술대회 역시 ‘대장경이 지니는 현재와 미래에 던지는 의미’를 주제로 하고 있다.

셋째 불교의 보편성, 내지 불교사상의 공유, 나아가 인류에 대한 공헌이라 차원에서 많은 자료를 영어로 번역하는 작업에 돌입하는 해였다고 평가할 수 있다. 다양한 연구업적, 내지 불교유관 자료를 영역하고자 하는 경향은 이미 교계 안팎에 널리 공감대를 형성하고 있었지만 부분적인 시도에 만족했던 것이 현실이었다. 작년에는 이미 한국불교문화와 관련해 템플스테이와 관련된 자료를 영역해 보급하거나, 세계 최고의 금속인쇄물로 알려진 직지심체요절을 영역하는 작업이 진행되었다. 기타 동국대학교 불교문화연구소를 중심으로 전문적인 영역작업 연구진도 구성되었다.

넷째 가장 오랜 전통을 지니고 있는 한국불교학회의 춘계와 추계의 학술대회 역시 눈길을 끌고 있다. 춘계는 ‘불교의 평화사상과 소통’이란 제하 속에서 불교와 그리스도교, 불교에서 본 남북간의 평화와 소통 등, 부분적이고 표피적이지만 평화의 실천 방법에 대해 문제점을 제시하고 있다. 추계는 ‘불교와 한국종교와의 대화’라는 제하 속에서 불교를 중심으로 신종교, 증산교, 유교, 도교, 원불교 등과 소통하는 원리와 방법을 모색하고 있다. 불교 중심의 연구 경향이 주변 종교와의 상관성을 연구하는 형태로 그 폭을 넓히고 있다는 점에서 이전에 볼 수 없었던 현상이다.

연구대상이 매우 다양화되고 있다는 것은 매우 바람직한 현상이며, 각 분야에서 더욱 더 심화되어 갈 것이라고 전망된다. 여러 가지 원인을 찾을 수 있지만 연구자의 증가, 한국사회의 경제성장과 다양화, 국제화, 정보화 등 매우 복합적인 현상을 들 수 있다. 그런 점에서 한국불교사상 내지 한국불교사는 한국이란 공간적 한계와 시간적 한계를 벗어나 아시아적 가치, 내지 세계적 시각에서 탐구할 것을 요구하고 있다. 그런 점에선 연구자들이 지닐 수 있는 고정적인 인식의 틀을 허용하지 않는다.

한국 불교학계의 연구가 심화되고 있다는 것을 반증하는 대표적인 사건이 작년 연말에 발생했다. 즉 ‘근대한국불교사’를 어떻게 인식할 것인가를 중심으로 전개되었던 조성택과 김광식 사이의 근대불교 성격에 관한 담론이다. 필자는 이들 중에서 어느 누가 옳고 그르다는 것을 말하고자 하는 것은 아니다. 고정된 인식과 관념, 특정 가치나 주장을 일률적으로 적용하는 것은 한국불교의 정체성과 방향을 올바르게 탐색할 수 없다는 점에서 이 두 사람 사이에 전개된 담론의 학술적 의미가 내재되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이미 이러한 경향이 불교학계 내부에 잠재되어 있다고 보며, 거스를 수 없는 연구의 흐름을 형성하게 되리라 본다.



차차석_

동방대학원대학교 불교문예전공


svhaha@hanmail.net


최근논문으로 <震默 一玉의 선사상과 그 연원 고찰>,<攝山系 三論師의 定慧雙修說과 天台師의 敎觀兼修說比>

등이 있고, 저서로 《중국의 불교문화》,《불교와 국가권력》,《다시읽는 법화경》,<<불교와수행>>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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