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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6호- ‘반복’과 ‘연속’(정진홍)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5:13

‘반복’과‘연속’

2009.1.6



새해입니다. 정확하게 말하면 ‘또 새해’입니다. 제 삶을 되돌아보면 이제 올해로 새해를 일흔 두 번째로 맞았습니다. 새해가 반복하기를 그렇게 여러 번 한 것입니다.

한데 그렇다고 해서 한 해가 그 나름으로 끊어진 토막 같아서, 그 토막을 다 훑어 끝에 도달한 다음에 마치 달리기의 바통 터치처럼 새 해를 ‘바꾸어 이어받은 것’은 아닙니다. 그러고 보면 ‘새해 경험’은 반복을 경험한 것이 아니라 다만 반복으로 무니 내어 경험한 실은 연속을 경험한 것이라고 말해야 옳을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러니 엄밀하게 말하면 새해맞이는 그것을 아무리 여러 번 되풀이해도 반복일 수 없습니다.

그런가 하면 그것을 아무리 이어 겪어도 소박하게 연속일 수도 없습니다. 비록 캘린더가 아니더라도 덜커덩거리며 끊어질 듯 이어지는 세월을 우리는 익히 겪고 있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세월 산다는 것, 반복인 채 연속이고, 연속인 채 반복이라고 해야 옳을 듯합니다.

그러므로 새해를 맞는 우리의 ‘경험’ 안에는 불가해한 역설이 똬리를 틀고 있습니다. 분명히 새것인데, 그렇게 맞고 싶은데, 그렇게 인식하고 받아드리고 싶은데, 사실은 새것이 아닌 이어짐이라고 여겨야 비로소 새해의 정서를 경험하는 역설. 그런데도 새것으로 이어짐을 지우고 나야 겨우 이어짐조차 이어짐으로 드러나 내 삶을 새로 이어지게 한다는 역설이 그것입니다.

그런데 반복은 실은 ‘정지된 작동’입니다. 움직이되 나아가지 않습니다. 해마다 새해인데 새것은 아무 것도 없습니다. 그저 격동할 뿐입니다. 그리고 연속은 실은 ‘작동하는 정지’입니다. 나아가되 움직이지 않습니다. 해마다 삶은 이어지는데 이어지는 것이 실은 없습니다. 그저 침잠할 뿐입니다.

물론 달리 묘사할 수도 있습니다. 반복은 강화이어서 정체성의 확인이 점점 투명하고 뚜렷해집니다. 그러므로 반복의 소멸은 곧 자아의 소진과 다르지 않습니다. 그리고 연속은 존재이어서 실재의 승인이 당위적일 수밖에 없습니다. 그러므로 연속의 소멸은 존재의 무화와 다르지 않습니다.

새해를 맞았습니다. 우리가 반복의 범주 안에 새해를 담았는지, 아니면 연속의 범주 안에 그렇게 했는지 잘 모르겠습니다. 저는 아무래도 ‘반복의 연속’ 아니면 ‘연속의 반복’을 지향해야겠다고 되뇌면서 결국 어느 것도 모두 놓치고 만 것 아닌가 하여 조금 쓸쓸합니다.

한국종교문화연구소가 어떻게 새해를 맞았는지는 이 해가 다 끝났을 때 확인해보고 싶습니다. 그런데 그래도 너무 늦지 않으리라고 생각하는 것은 새해를 어떻게 맞은 의식의 결단인지 스스로 궁금해집니다.

정진홍(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mute93@hanmail.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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