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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63호-다문화 시대의 종교 기상도(박종수)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3. 7. 11. 17:53

             다문화 시대의 종교 기상도


                                                                                                                                                                                  2013.5.21



 

현대 한국 사회의 종교지형이 이주 현상으로 변하고 있다. 현대사회에서 이주는 단순히 몸만 이동하는 것이 아니라, 이주자의 가치관과 종교, 그리고 문화가 함께 옮겨지는 현상이다. 그런 의미에서 이주로 인한 다문화 현상은 경제적사회적 지형과 더불어 종교적 지형에도 영향을 미칠 수 있다. 그리고 다문화 시대는 한 사회 안에서 다양한 문화가 끊임없이 만나는 긴장된 현실에서 공존 또는 공생의 방법을 모색하는 시대이기도 하다. 이러한 시대적 상황에서 타종교에 대해 이해와 인정의 자세가 요청된다. 따라서 근본주의를 강조하는 종교는 더 이상 시대에 적응할 수 없다.

 

최근까지 유행했던 해외선교포교가 이제 국내 이주민을 대상으로 한 다문화선교포교로 옮겨지는 분위기이다. 한국 개신교의 경우, 2007년 고 김선일씨 사건으로 해외선교전략을 수정하면서, 해외선교에서 잃은 성장 동력을 다문화선교에서 찾고 있다는 지적이 있기도 하다. 이주민에 대한 종교계의 선교전략은 동화와 배제의 방향으로 나타나고 있다. 동화의 방향은 이주민을 보편적,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진행되고, 배제의 방향은 적대적 대상으로 인식하면서 전개되고 있다. 즉, 한국종교의 전략은 이들을 처음에는 보편적 인간 또는 보살핌의 대상으로 인식하다가 점차 자신들의 종교적 정체성에 위협적 존재로 인식의 자리를 옮기는 경향이 있다.

 

한국 종교계 중에서 통일교가 이주민에 대한 선교전략을 가장 먼저 구체화하지 않았나 싶다. 그러나 통일교는 국제결혼을 통해서 형성된 다문화가정에 대해 자체의 교리에 맞춰 이주민을 수단화하고 있다는 혐의를 받고 있다. 통일교는 한 때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으로 정체성을 전환하면서 가정을 보다 부각시켰던 적이 있다. 그러나 한국 다문화사회가 논의되기 이전부터 국제결혼을 통한 ‘다문화가정’을 형성하였다지만, 자발적 이주에 의한 가정의 형성이라기보다 종교적 신념 또는 타의적 강요에 의해 가정이 형성되었다는 점에서 논란의 여지가 있다. 현재 개신교와 천주교에서는 이주노동자의 인권 보호와 사회적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시작된 ‘이주노동자지원센터’ 또는 ‘중국동포의 집’ 등이 초기에 보여줬던 표면적 목적에서 ‘이슬람포비아’ 현상과 같은 공격적 선교 지향 형태로 변하고 있다는 점에서 논쟁이 부각되고 있다. 물론 선교지향적인 정체성을 강하게 갖고 있는 개신교와 천주교로서는 당연한 논리이다. 하지만 다문화사회라는 독특한 상황에서 이러한 선교지향적 정체성이 어느 범위까지, 어떠한 방법까지 허용될 수 있는가에 대한 보다 진지한 성찰이 요청되고 있다. 불교에서는 이주민에 대해 인연이라는 보편적 시각으로서 볼 것인가, 자비의 발현이라는 시혜적 대상으로 볼 것인가라는 인식근거에 대한 논의가 있었다. 그리고 불교, 원불교에서도 복지를 비롯한 축제와 이벤트 등을 통해서 이주민 포교교화전략이 드러나고 있다. 그러나 이것이 순수한 ‘자비’의 발현으로서 나타난다고 볼 수도 있겠지만, 베푸는 자와 받는 자를 분리시켜 상대적인 우위를 점하면서 포교교화를 용이하게 할 수 있는 전략으로 사용될 수도 있기 때문에 논쟁이 될 수도 있다.

 

최근 종교계에서는 다문화선교의 한 방편으로 다문화교육에 관심을 기울이고 있다. 정부에서 운영을 위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의 경우 시설단체가 종교단체인 경우가 늘어나고 있다. 그런데 종교단체가 주체가 되어 다문화관련 사업을 진행할 경우, 공공성을 확보해야할 기관이 특정 종교의 선교의 장으로 활용될 위험이 있다. 실제로 개신교나 불교계에서 운영하는 다문화가족지원센터에서는 다문화교육 또는 한국문화체험의 일환으로 그 종교의 의례를 참여하도록 요구하는 경우도 발생하곤 한다. 다문화교육이란 문화적, 인종적 배경이 다른 사람들에게 상호 문화적 전통을 이해하고 존중함으로써 인간의 존엄성과 평등성을 증진시키는 보편교육이라야 한다. 종교단체가 다문화가족지원센터를 위탁 운영할 경우 발생할 수 있는 제도적인 보완이 요청되고 있다. 프랑스에서 있었던 부르카 논란의 사례처럼 말이다.

 

한국 사회를 종교백화점이라고 한다. 이 말은 다양한 종교가 한국 사회에 공존하여 현재에 이르렀다는 것으로도 해석할 수도 있다. 한국 사회를 서구사회와 비교한다면, 종교간의 극단적인 갈등이 많지 않았다는 사실은 놀라운 일이라 하겠다. 하지만 다문화,다종교 지형으로 보다 복잡하게 전환된 한국사회에서 앞으로 종교 기상도는 어떻게 예보될지 알 수는 없다. 개신교에서 우려했던 이슬람교의 확장에 따른 충돌이 앞으로 어떻게 전개될지는 아무도 모르는 일이다. 다만, 한국종교계가 이웃 종교에 대한 존중과 관용의 미덕을 좀 더 발휘해야 하는 시대가 도래한 것만은 틀림없는 사실이다. 종교의 자유는 종교선택의 자유뿐만 아니라 강요받지 않아야 하는 자유까지 포함한다는 사실을 종교계가 상기한다면, 우리 사회 다문화 시대의 종교 기상도는 ‘맑음’으로 예보될 수 있지 않을까?


 

 

박종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zigsi11@naver.com
주요논문으로〈종교단체의 다문화교육에 대한 사례 연구-불교, 개신교, 천주교 단체를 중심으로-〉,〈다문화현상에 대한 한국개신교의 인식과 대응〉,<한국 개신교 조상의례의 변천과 쟁점>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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