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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동아시아 종교학의 교류’에 대한 논평
         -2013년 한국종교학회 전반기 학술발표에 대해-



 

                                                                                                                                     2013.5.17


 

4월 27일 서울대학교에서 열린 2013년 한국종교학회 전반기 학술대회의 주제는 ‘동아시아 종교학의 교류’였다. 한국, 중국, 일본, 몽골의 종교학자들이 모여서 각자의 관점과 관심 사항에 따라서 연구 성과를 발표하고, 또 서로 교류하는 기회를 가졌다. 일반적으로 동아시아라고 하면 한국, 중국, 일본을 염두에 두지만, 이번 학술대회에서는 몽골의 종교학자도 참여하여 학문적 외연이 많이 넓어졌다는 느낌을 받았다. 앞으로 대만과 북한의 종교학자들까지 포괄하여 공동 관심사를 바탕으로 다양한 연구 주제들을 개발하고, 나아가서 ‘동아시아의 입장에서 본 세계종교사’를 함께 집필하는 날이 빨리 오기를 기대할 만하다.

 

한국 측에서는 한신대학교의 류성민 교수가 ‘한국 종교학에서의 동아시아 연구와 학술교류’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한국 종교학계에서 동아시아 종교학자들과의 교류 상황, 동아시아 종교에 대한 연구 동향 등이 어떠한지를 일목요연하게 잘 정리하여, 연구자들에게 좋은 정보가 될 것 같다. 발표를 보면서 한 가지 의문이 들었다. 류성민 교수는 한국 학자들의 동아시아 종교 연구 가운데에서 일본 종교 연구가 시기적으로 근현대에 집중되어 있고, 중국 종교 연구는 근대 이전, 특히 중국의 고대 종교에 집중되어 있다고 분석하였다. 그 원인이 무엇일까? 연구자의 숫자도 많지 않고 또 관심사가 제한적이어서 그럴 수도 있겠다. 그런데 어쩌면 한국 종교학자들의 의식 속에는 일본 종교와 중국 종교를 바라보는 선입견, 일종의 고정된 이미지, 심지어 사유의 주형틀 같은 것이 있어서 연구 경향을 제약하고 있는 것은 아닐까? 이를테면, 중국 종교의 원형은 고대 종교에 깃들어 있다거나, 일본 종교의 원형은 근대 국가신도에 투영되어 있다는 등등의 사고가 한국 종교학자들을 지배하고 있는 것은 아닌지 되묻는 작업이 필요할 것 같다.

 

중국 측에서는 사천대학교의 리캉(李剛) 교수가 ‘중국 종교학 연구의 성찰과 전망: 도교 연구를 중심으로’를 발표하였다. 리캉 교수는 중국 종교학의 일반적인 상황을 소개하면서 이런 말을 하였다. “중국에서 종교학은 아직 형성 과정에 있는 젊은 학문이다. 종교학 이론과 연구 방법론은 아직 외국의 것을 많이 참고하고 있지만, 중국 특색의 종교학 이론과 방법을 구축하기 위하여 노력하고 있다. 중국 종교학 연구의 분야는 비교 연구, 종교대화 연구, 현대 종교 연구(종교와 정치, 종교와 법, 종교와 공공영역 등), 종교 예술 연구, 개별 종교 연구 등이다.” 한국 종교학자들의 관심과 크게 다르지 않은 것 같아서 친숙한 느낌이 들었다. 특히 현대 중국에서의 도교 연구 동향을 잘 알 수 있는 귀중한 발표였다. 다만 리캉 교수는 일본의 중국 도교 연구가 문헌학적, 역사학적 입장에서의 도교 사상 연구에 치중한다면, 유럽의 중국 도교 연구가 인류학적, 사회학적 입장에서의 도교 의례 및 신앙 연구에 집중되어 있었다고 요약하였다. 그렇다면 현대 중국에서 진행되고 있는 도교 연구는 어떤 특색을 지니고 있을까? 리캉 교수는 중국에서의 도교 연구가 사상과 역사에만 집중하고 문헌 자료에 의존하여 현지 고찰과 실증 연구가 부족하다고 평가했다. 그렇다면 일본 학자들이 행하던 도교 연구의 스타일과 상당히 유사하다고 할 수 있다. 리캉 교수는 일본인 학자들의 연구가 약간 미시적인 데 반해서 중국인 학자들의 연구는 상당히 거시적이라고 대답하였다.

 

일본 측에서는 경도부립대학에 재직하고 있는 가와세 다카야(川瀨貴也) 교수가 ‘근현대 일본에서의 한국(조선) 종교연구 동향’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가와세 교수와는 과거에 여러 번 만난 적이 있는 만큼 반가운 해후였다. 아주 최근의 연구 성과까지 검토하고 있어서 그의 박람강기(博覽强記)가 부러웠다. 영어와 일본어로 나온 한국인 학자(정진홍, 이창익, 장석만)의 저술까지 소개하는 성실함에 감탄하였다. 가와세 교수는 식민지 시기 일본인 학자 및 총독부 관리들의 조선 종교 연구가 역사학이나 민속학을 표방한 것이 인류학적 지향을 보였던 대만의 경우와 현저히 다르다고 지적하였다. 탁견이라고 생각한다. 이 언명을 좀 더 발전시킨다면 앞으로 한국 민속학 또는 민속학의 한국 종교 연구가 지닌 정체성을 파악하는 데 큰 도움을 얻을 수 있을 것 같다.

 

그런데 아까마쓰나 아키바와 같은 인물들이 조선 내에서 활동하던 연대는 불란서, 미국, 독일 선교사들이 조선 문화 및 조선 종교를 연구하던 기간과 겹치거나 이어져 있었다. 그러므로 경성제국대학 및 조선 총독부의 종교연구를 제대로 평가하려면 서양 종교학 및 인류학 이론을 부분적으로 도입하였다는 언급을 넘어서 서양인 학자 및 선교사들의 조선 종교 연구와의 연관성을 해명하는 문제도 중요하리라고 본다. 또한 가와세 교수는 향후 일본 종교학의 한국종교 연구에 대한 전망과 과제를 제시하였는데, 여기에 덧붙이고 싶은 것이 있었다. 많은 사람들이 지적하다시피 한국과 일본은 ‘종교’ 등 여러 번역어들을 공유하고 있다. 이에 대한 두 나라 번역 수용사의 맥락을 비교하는 연구도 필요하지 않을까 싶다. 이소마에(磯前) 씨와 윤해동 씨가 편집한 학술 서적(<<식민지 조선과 종교>>)이 일본에서 나온 것 같지만, 앞으로 더 많은 연구가 필요할 것이라고 본다.

 

몽골 측에서는 울란바타르대학의 삼당 체뎅담바 교수가 ‘몽골에서의 기독교: 현재와 전망’이라는 제목으로 발표하였다. 이 발표는 1990년대 민주화 운동 이후의 몽골에서 기독교가 전파되는 과정과 현황에 대해서 대단히 귀중한 내용을 담고 있었다. 특히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던 몽골 젊은이들이 처음으로 접한 영어공부 책이 바이블이었다는 것, 예수에 대한 영화가 몽골 전국에 무료로 상영되었다는 것, 1995년에 몽골의 교회들이 바이블학원을 설립하였고 이 학원의 졸업생들이 몽골 전국에 세운 교회들이 현대 몽골 기독교의 새로운 시작이라는 것 등은 처음 알게 된 사실이었다. 현재 몽골에서는 기독교에 우호적인 입장을 갖고 있는 국회의원도 있고, 기독교가 정치 활동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한다. 그렇다면 종교 단체가 국가 기구 또는 정치단체와 지나치게 밀접한 관계를 가지게 되면서 많은 사회 갈등이 발생하기도 하는데, 몽골에서는 종교와 정치 문제에 대한 우려가 없을지 궁금하였다. 1993년 몽골에서는 ‘종교, 종교기관들의 관계 관련법’이 제정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종교와 정치의 상호 관계, 정부의 종교정책 내지는 종무행정과 관련하여 동아시아 여러 나라 사이의 비교 연구가 활발하게 진행될 수 있을 것 같다.

 

마지막으로 동아시아 종교학의 교류에 관련하여 몇 가지 단상이 떠올랐다. 동아시아 종교학자들이 공동연구를 추진하려면 공동의 관심사를 확인하는 작업과 이를 토대로 하여 공동의 연구 주제를 모색하는 작업이 필요하다. <<동아시아의 시각에 바라본 세계종교사>> 또는 <<동아시아 종교학자들이 함께 쓴 동아시아 종교사>>와 같은 연구 주제 내지 공동 저술을 제안하면 어떨까? 동아시아 각국의 종교 관련 개념, 인물, 단체, 문화 활동 등을 집대성한 <<동아시아 종교문화사전>>의 발간을 기획할 수도 있을 것이다. 아니면 동아시아 각국에서 사용하고 있는 종교학 및 종교 관련 용어와 개념들을 종합한 ‘동아시아 종교 용어 데이터베이스’를 구축하는 작업도 가능하지 않을까 생각한다.


 

 

조현범_
한국학중앙연구원
hbthomas@daum.net
최근 논문으로는 <한국 천주교의 조직적 특성>, <세계 교회의 흐름과 교계제도의 설정 동아시아 선교 정책의 변화를 중심으로>, <개항기 갓등이 본당의 성립과 지역사회의 복음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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