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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3년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
종교적인 인간(Homo-Religiosus), 그 하나의 얼굴:
소전(素田) 정진홍 교수의 학문세계
종교연구에 평생을 몸담아 온 소전 정진홍 교수의 희수(77세)를 기념하여 6월 22일에 심포지엄이 열린다. 종교연구에서 항시 ‘정직한 인식과 열린 상상력’의 중요성을 강조해 온 정진홍 교수의 가르침을 반추하기 위해 ‘소전 정진홍 희수기념 문집발간위원회’에서는 ‘종교적인 인간(Homo Religiosus), 그 하나의 얼굴’이라는 제목으로 소전의 학문세계가 종합적으로 검토되는 자리를 마련한다.
소전 정진홍 교수는 1970년대 이래 한국 종교학에서 중요한 위치를 차지하고 있고, 후학들에게도 커다란 학문적인 영향력을 미치고 있다. 희수를 맞이하는 선생의 학문세계를 조명하는 일은 한 명의 학자가 40여 년 동안 어떤 연구를 해왔는지를 살펴보는 것으로 그치지 않을 것이다. 소전 정진홍 교수는 그동안 종교연구를 선도하면서, 새로운 경향의 연구를 포함하여 다양한 연구 영역에 관심을 보여 왔다. 그의 학적 세계에 대한 논의가 곧바로 한국에서의 종교연구 전반을 검토하는 자리로 자연스럽게 연결될 수 있는 까닭이다. 이런 맥락에서 이번 6월 22일에 선생의 학문세계를 주제로 개최되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이하 한종연)의 심포지엄은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소전의 학문세계를 조명하면서 한국의 종교 연구가 한꺼번에 성찰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할 수 있기 때문이다.
한종연은 2011년 하반기에 소전 정진홍 교수의 희수를 계기로 학술대회의 개최를 하기로 결정한 후, 위원회를 구성하고 일련의 모임을 가졌다. 이번 심포지엄은 그 모임의 결과 가운데 하나이다. 이번 심포지엄에서 부각되는 측면은 다음의 세 가지이다. 첫째 소전의 학적 문제의식은 무엇이며 그가 특히 관심을 보였던 주제와 영역은 무엇인가? 둘째 소전의 관점이 한국의 종교학계, 종교계, 그리고 사회에 미친 영향과 효과는 무엇인가? 셋째 소전 종교학의 한계는 무엇이며 후학들이 계승·극복해야 할 측면은 무엇인가? 이러한 취지하에 6월의 심포지엄은 아래와 같은 여덟 주제로 구분되어 논의가 전개될 것이다.
1) 종교전통 중심의 종교사 서술에 대한 비판과 종교문화라는 개념: 종교의 개념적 조건은 세속과는 다른 종교 영역의 환원불가능성을 주장하면서 그 안에 여러 하위 범주, 즉 기독교, 불교, 이슬람, 유대교, 힌두교, 유교, 도교 등을 포섭하는 것이다. 그래서 종교학은 종교현상의 보편성을 주장하는 방향과 그 하위 범주의 종교전통을 연구하는 것으로 나누어진다. 소전 종교학의 특징은 후자가 지닌 신학적(교학적) 문제점을 지적하면서 전자에 치중하는 성향을 보인다는 점이다. 그의 영향력 있는 “종교문화”라는 개념도 이런 맥락에서 출현한다고 볼 수 있다. 이에 대한 검토가 “한국에서 종교문화라는 개념의 등장과 문제점”(장석만)에서 다루어진다.
2) 종교현상학 및 해석학: 소전의 종교학은 기본적으로 종교현상학 및 해석학에 뿌리를 두고 있다. 엘리아데(Eliade, Mircea)를 집중적으로 소개한 것도 그이고, 엘리아데를 비롯한 종교현상학적 관점의 유용성을 끊임없이 강조하고 있는 것도 그이다. 따라서 소전 종교학을 운위할 때, 이 부분은 빠뜨릴 수 없다. 소전의 엘리아데 및 종교현상학에 대한 평가와 비판은 “만남의 지평, 그 열림과 닫힘-엘리아데의 현상학과 해석학 성찰”(김현자)이 다룬다.
3) 기독교와 소전의 삶 및 학문: 소전 정진홍과 기독교는 뗄 수 없는 관계를 지닌다. 기독교는 그의 모태이고, 근원적인 애착의 장소이기 때문이다. 하지만 기독교에 대한 소전의 발언에는 늘 일정한 ‘긴장’이 내포되어 있다. 이 긴장의 정체는 무엇인가? “관리인(caretaker)과 비평가(critic) 사이에서: 한국 기독교를 보는 정진홍의 시선”(이진구)은 종교다원주의 및 토착화 논쟁, 한국 기독교의 성장, 신학과 종교학의 관계 등에 대한 소전 의 시각을 분석하고 있다.
4) 종교와 문학, 예술: 소전이 시인이며, 문학의 중요성을 늘 강조하고 있다는 점은 널리 알려져 있다. 그가 엘리아데에 심취한 것도 엘리아데의 문학이 중요한 몫을 했다는 것은 의문의 여지가 없다. 소전의 종교학은 문학 및 예술과 분리될 수 없다. 바로 이렇게 삶과 학문이 연결되는 문학과 예술의 측면을 “틈새의 종교학과 상상의 시학 : 소전학에 있어 종교 예술 문학”(박규태)은 초점을 맞추고 있다.
5) 신화와 역사: 신화에 대한 관심은 소전이 지속적으로 관심을 보여주었던 분야이다. 소전은 신화를 종교를 형성하는 몇몇 축 가운데 하나로서 매우 비중 있게 다룬다. 소전에게 신화는 언어를 기반으로 종교가 지닌 지향성을 그대로 드러내고 있는 것으로 파악되고 있다. 특히 역사는 신화 이해에 필요한 거울로서 취급되고 있으며, ‘신화와 역사’가 함께 짝을 이루어 다루어지는 경향이 강하다. “신화와 역사: 의미 형성의 두 지층” (임현수)은 이와 같은 신화에 대한 소전의 관심을 분석한다.
6) 의례: 소전은 종교적 의례의 이해가 몸과 몸짓에 대한 해석에서 출발해야 한다고 보고, 그 방법론으로서 "몸짓 현상학"을 제시한다. 그의 "몸짓 현상학론"에는 두 가지 학문적 의도가 담겨 있다. 첫째는, 종교연구자를 향한 몸과 몸짓에 대한 학문적 관심의 환기이고, 둘째는 몸짓의 현상으로서 의례를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에 관한 방법론적 모색이다. “몸짓 현상학의 한 탐구: 그리스도교의 기도 행위를 중심으로” (박상언)는 의례 연구에서 차지하는 "몸짓 현상학론"의 자리와 그 의미를 살펴보고, 그 구체적인 적용 가능성을 그리스도교의 기도 행위를 통해 모색하고자 한다.
7) 죽음: 소전은 1980년대 이후 죽음에 지속적인 관심을 갖는다. 그는 왜 죽음에 관한 연구를 자신의 종교학의 주요한 테마 가운데 하나로 택한 것일까? 죽음의 종교학 내지는 죽음의 문화학은 종교학의 문화비평적 기능과 어떠한 관련성을 갖는 것일까? 소전 정진홍 교수의 죽음론이 현재의 종교학 연구에 제공하는 사색의 단초는 무엇일까? “죽음에 관한 일곱 가지 이야기: 정진홍의 죽음론”(이창익)은 이러한 질문에 답하면서 소전의 죽음에 대한 관점을 탐색한다.
8) 민간신앙: 민간신앙은 늘 종교의 경계선에 위치해있는 영역이다. 흔히 종교의 범주에서 제외되는 것처럼 취급되기도 하고, 종교경험의 원천에 있는 것처럼 간주되기도 한다. 소전은 민간신앙을 주변화 하려는 시도에 비판적인 분석을 가하는 한편, 민간신앙을 낭만적으로 본질화하는 작업에도 동조하지 않는다. “경험과 개념: 민간신앙 인식에의 물음”(이용범)은 이와 같은 소전의 시각을 검토하면서 종교현상을 보는 새로운 물음의 타당성을 묻고 있다.
한 명의 학자가 평생 해온 공부를 전면적으로 검토하고 그 의미와 문제점을 논의한다는 것은 학문 공동체의 발전과 연대에 적지 않은 의미를 지닌다. 바둑을 두는 사람들의 세계에서는 자신에게 바둑을 가르쳐준 스승을 넘는 것이 스승에게 보답하는 길이라고 알려져 있다. 이런 정신이 단단하게 뿌리박고 있는 곳에서는 현재 만연되고 있는 “대학의 위기” 운운의 설왕설래는 결코 있을 자리가 없을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이 종교연구의 건강성을 확인하는 하나의 징표가 되길 바란다.
2013. 6. 11
(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전 희수기념 문집 발간 위원회 위원 일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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