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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319호-제사 다시보기(김순석)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4. 7. 17. 16:27

                           제사 다시보기

               

                                                      

  2014.6.17    


 

     현대인들의 몇 가지 특징 가운데 하나는 일정이 늘 바쁘다는 것이다. 바쁜 일정 가운데도 빠뜨릴 수 없는 것은 부모님 생신이다. 부모님 생신날에 해외 출장이라도 잡혀지게 되면 가까운 주말에 선물을 챙겨서 미리 찾아뵙고 오든가, 식사라도 함께하는 자리를 가진다. 생신은 부모님이 태어나신 날이기 때문에 모든 자식들과 손자·손녀들이 한 자리에 모여 케이크를 자르고 노래를 부르며 축하하는 날이다. 태어남이 있으면 반드시 죽음이 있다. 부모님은 언젠가는 돌아가실 수밖에 없다. 부모님이 돌아가시는 충격은 상상을 초월한다. 이 큰 충격과 아픔은 시간이 해결해 주기를 기다리는 수밖에 없다. 장례를 치르고 나서 슬픔이 어느 정도 가라앉을 때쯤이면 1주기가 돌아온다. 이 때 우리는 제사를 어떻게 모실 것인가 하는 문제에 부딪히게 된다. 젊은 층 가운데는 위패를 어떻게 써야 하는지도 모르는 사람도 많다. 오늘날 이런 어려움은 인터넷이 해결해 준다.

 

 

     제례의 번거로움과 불편함을 덜어주기 위하여 정부는 1973년에 ‘가정의례준칙’이라는 법을 제정하여 공포하였다. 이 법은 기존 관혼상제의 번거로움에서 벗어나 편리하게 지낼 수 있도록 해 준 것이 특징이다. 제례의 경우 한글 지방(紙榜)을 쓸 수 있도록 하였으며, 형식과 절차를 대폭 간소하게 하였고, 제사는 2대까지만 모시도록 규정해 주었다. 문제는 제사를 누가 모시느냐 하는 것이다. 지금까지 한국 사회의 관례는 장남이 제사를 모시도록 되어있었다. 이 관례는 유교 이념이 사회를 지배하던 조선후기부터 전해 내려오게 되었다. 조선전기까지만 하더라도 제사는 모든 자식들이 돌아가면서 모시는 윤회봉사(輪回奉祀)였다. 조선전기까지 재산상속 제도는 아들과 딸의 구분이 없는 균분상속제였다. 따라서 제사도 모든 자녀들이 돌아가면서 모시거나 나누어서 모셨다. 그런데 조선후기에 들어와서 재산 상속이 적장자 중심으로 바뀌면서 제사도 큰 아들이 전담하는 형태가 되었다. 맏아들은 부모님의 재산을 가장 많이 물려받는 대신에 집안의 모든 제사를 지내야하는 의무가 함께 주어졌다. 오늘날 상속제도는 남녀 구분 없는 균분상속제도로 바뀌었다. 그런 까닭에 제사 또한 맏아들이 지내야 할 의무가 없어진 셈이다. 오늘날 한두 명의 자녀를 둔 집안이 대부분이며, 딸만 있는 가정에서 맏아들이 제사를 모신다는 것은 더 이상 의미가 없어졌다.

 

 

     제사에서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 무엇보다도 부모님께서 자신을 낳고 사랑으로 보살펴 주신 은혜에 감사하는 마음일 것이다. 그 다음으로 부모님과 함께 하였던 많은 시간에 담긴 소중한 추억을 되새기는 것이라고 본다. 제사는 곧 부모님에 대한 감사와 추억을 기념하는 의식이라고 해야 할 것이다. 감사와 추억의 표현 방법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의견이 있을 있기 때문에 정형화 된 틀을 제시하기는 어렵다. 왜냐하면 제수(祭需)의 종류와 제수(祭需)를 차리는 법에 대해서는 예부터 가가예문(家家禮文)이라 하여 집집마다 형식이 달랐기 때문이다. 제수의 종류와 진설에 대해서는 앞서 말한 ‘가정의례준칙’에서 이미 간소하게 규정하였다. 이 법에서 “제수는 평상시의 간소한 반상음식으로 자연스럽게 차린다.”라고 하여 간소하게 차릴 것을 권하고 있다. 하지만 상황에 따라서 얼마든지 변형이 가능하다. 그리고 제사의 절차 또한 전통적인 절차를 준수할 것인지 가정의례준칙을 따를 것인지에 대해서는 가족 구성원들 사이에 협의를 통해 결정할 일이다. 공자는《논어》에서 임방(林放)이라는 제자가 예의 근본을 묻는 질문에 이렇게 답하였다. “크도다. 질문이여! 예는 사치한 것 보다는 차라리 검소한 것이 낫고 장례는 형식적으로 잘 치르는 것보다는 차라리 슬퍼하는 것이 낫다"라고 하였다. 공자 또한 장례와 제사의 본질은 추모라는 것을 이야기 하였다. 현대를 살아가는 많은 사람들은 바쁘다는 핑계로 제사에 참석하기를 꺼려하는 경향이 있다. 부모님이 돌아가신 날이 평일이어서 다음날 출근 때문에 참석이 어려운 경우도 있다. 이런 점은 형제들이 모여서 별도로 정하면 되지 않을까 생각한다. 돌아가신 날의 가장 가까운 주말로 정하고, 지정된 곳으로 모이면 되지 않을까. 제수를 장만하기가 번거롭다면 차 한 잔에 과일 한 접시라도 좋지 않을까.

 

 

     결국 제사는 돌아가신 분을 위한 것이라기보다 살아있는 후손들을 위한 것이다. 제사는 할아버지·할머니 그리고 부모님으로부터 받은 한없는 사랑을 되새기고 남아있는 가족들 사이에 화목을 도모하는 자리이기 때문이다. 살아계신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어버이날이 있다면 돌아가신 부모님의 은혜를 기리는 날은 제삿날이 될 것이다. 제사를 어떤 방식으로 어떻게 모실까에 대해서 다시 한 번 생각해 볼 일이다.

 

 

 


 김순석_
한국국학진흥원 수석연구위원
sskim@koreastudy.or.kr
논문으로 〈근대 유교계의 지각변동: 대동교 만들기를 중심으로〉, 〈한국 근현대사에서 호국불교의 재검토- 역사적 사례와 이론 -〉 등이 있고, 저서로 《백년 동안 한국불교에 어떤 일이 있었을까?》, 《21세기에도 우리문화가 살아남을 수 있을까》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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