탈종교 시대, 대체종교들이 한국의 종교지형을 새롭게 만들다
-통계청의 ‘2015년 종교인구 조사’ 결과를 보고 나서-
newsletter No.452 2017/1/10
통계청은 지난해 12월 19일, 2015년 종교인구 조사 결과를 발표하였다. 종교인구 조사는 통계청이 1985년부터 매 10년마다 실시하고 있는 조사이다. 이번의 조사 결과를 통해, 한국사회에서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종교지형이 형성되고 있음을 볼 수가 있었다. 무종교인이 전체 56.1%로 종교인구보다 13%p나 많고, 개신교가 불교를 추월하여 1위의 종교가 되었다. 종교인구는 2,155만 4천 명으로 전체 인구의 43.9%를 차지하고 있는데, 이는 10년 전인 2005년의 52.9%에 비해 무려 9%p 약 300만 명이 감소한 것이다. 그 감소분은 불교의 종교인구 감소분과 대체로 일치한다. 종교별로 보면, 개신교가 가장 많은 967만 6천 명(19.7%)으로 10년 전에 비해 1.5%p 125만 명이 증가하였으며, 불교는 761만 9천 명(15.5%)으로 10년 전보다 7.3%p 296만 9천 명이 감소하였고, 천주교는 389만 명(7.9%)으로 10년 전보다 2.9%p 112만 5천명이 감소하였다.
종교계는 이 같은 종교인구의 급격한 감소와 새로운 종교지형의 형성, 종교 현장에서 느끼는 것과는 전혀 다른 조사 결과, 그리고 다른 종교인구 조사1) 결과와 큰 차이 등의 이유를 들어 이번 조사의 조사 방법론까지 의문을 제기하며, 쉽게 수용하지 않으려고 한다. 그리고 어디에도 소속되지 않은 재가불자, 개신교의 ‘가나안신도’2), 천주교의 냉담자의 답변 태도도 이번 조사 결과와 깊은 관계가 있을 것이라며 조사결과에 대한 해석이 분분하다. 종교별로 보면, 불교계는 개신교에 1위 자리를 내주고서 충격과 향후 여파에 대해 고심하고 있으며, 개신교계는 교회 현장에서는 신도가 줄고 있는데도 도리어 종교인구가 증가했다는 발표에 대해 이단 종교들이 너무 많이 증가한 것이 아닌가하고 의심하고 있으며, 천주교는 2014년에 교황이 방한해 상당한 선교 효과가 있었음에도 천주교인이 줄었다는 것에 대해 관련 언급을 자제하고 있다. 그러나 통계청은 조사방법의 효율성이나 경비 때문에 이번과 같은 표본조사나 인터넷 조사를 지속할 것이므로 이번 조사 결과를 종교인구 통계의 새로운 기준으로 받아들이고 대책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
이번 조사의 결과가 다른 종교 조사에 비해 양적인 측면과 전통별 각론에서 좀 다른 모습을 보여주고 있지만 종교인구의 전반적인 추세에서는 별반 차이가 없다. 최근의 여러 종교조사를 보면, 종교의 전통적인 역할3)에 대해서 무관심하고 종교의 사회활동에 대한 기대 수준이 점차 감소하는 추세가 현저히 나타난다. 또 개인주의적 성향의 증가로 종교집단에 얽매이지 않으려는 경향도 분명히 드러난다. 그에 더하여 기성 제도종교에 대한 우리사회 부정적 여론도 만만치 않다. 이 모두가 우리사회의 탈종교 현상의 요인들이다. 서구의 세속화 이론에 의하면, 일반적으로 탈종교현상은 세속화에 따른 거대한 종교문화적인 흐름으로 출현하며, 초월성이 강하고 ‘성’과 ‘속’의 경계가 분명한 기독교를 주요 대상으로 하여 일어난다. 그런데 이번 조사의 결과는, 종교인구가 급격히 감소하는 가운데 개신교만이 증가세를 보이고 있다는 점에서, 서구의 세속화 이론만으로는 온전히 설명할 수 없을 듯하다. 오히려 암울한 한국적인 사회상황이 이러한 새로운 종교지형의 형성에 더 많은 영향을 끼친 것이 아닌가 한다.
필자가 보기에 지난 10년간 우리사회를 지배하고 있었던 신자유주의와 저성장 기조, 그리고 탈근대의 문화조류 등 한국의 사회적 상황이 종교인구 증감에 더 큰 영향을 미쳤을 것으로 판단된다. 이들 사조(思潮)들은 모두 우리사회를 안정시키기보다는, 개인의 생존을 위협하고, 사회 불안을 야기하며, 삶의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방향으로 작동하였다. 먼저 우리사회에서 절대적 가치로 기능하고 있는 신자유주의는, 양극화현상을 심화시켰을 뿐만 아니라 시장의 경쟁원리를 기본가치로 삼아 성과주의를 강조하고 더불어 사는 공동체를 해체시키는 역할을 했다. 이로 인해 개인의 삶이 팍팍해지면서 사람들은 자신의 종교적 보호막을 쌓아 안식처를 만드는 데 골몰하게 되었다. 다음으로 탈근대적인 문화조류는 우리사회에서 새로운 삶의 방향성을 모색하는 것에 기여했다기보다는 기존의 가치와 조직을 해체시키는 역할을 주로 수행해 왔다. 이는 종교적 측면에서는 제도종교에서 탈피하고자 하는 경향과 세속과의 융합 현상, 그리고 영성을 강조하는 종교형태로 나타난다. 마지막으로 우리는 지금 박정희 시대의 성장 패러다임을 마감하고 한정된 지원을 서로 나누며 살아가야 하는 저성장시대를 맞고 있다. 성장시대에는 사람들이 자신의 능력에 의해 삶을 살고 있다고 생각하며, 더불어 사는 공동체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을 가지지 않았다. 그런데 지금까지의 삶이 자신의 개인적 능력에 의한 것이 아니라 성장사회가 부여한 사회적 혜택이었다는 것을 깨닫는 순간, 미래에 대한 불안이 엄습할 수밖에 없다. 그런 불안을 해소하기 위해 너도나도 자신만의 피난처를 찾고 있다. 그럼에도 새로운 삶의 패러다임은 아직 나타나지 않고 있다. 이는 해방 이후 양적 성장에만 길들여 왔던 종교에도 적용될 수 있다.
지난 10년 동안 한국인은 상황 속에서 자신의 삶을 정의하기도 쉽지 않았고, 그렇다고 해서 지금의 고난만 극복하면 향후 미래를 기약할 수 있는 것도 아니었다. 그야말로 헬조선이다. 그렇다고 기성 종교에 자신의 불안 해소와 미래 희망을 기대할 수 있는 상황인가 하면 그렇지도 않다. 일부에서는 기성 종교를 ‘반기독교’나 ‘비구독재’로 비하하고, 심지어는 그 운영방식을 비꼬아 ‘영혼주식회사’라고 질타하고 있지 않는가. 이에 일부 종교인들은 자신을 보호하고자 스스로 종교적 대안을 찾아 나섰고, 그 대안으로 등장한 것이 바로 ‘영성과 근본주의’였다. 전자는 제도종교를 해체하는 기능을 하였고 후자는 제도종교를 더욱 강화하는 역할을 했다. 개인적 피난처를 찾아 스스로 해결해 보겠다고 나선 개인에게는 탈근대의 영성이, 집단적 피난처를 찾고 있던 개인에게는 이성적 근대성에 저항하는 비합리적인 근대성을 가진 근본주의가 선택되었다. 이후 영성은 명상이나 수련을 강조하는 불교에 부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와 관련된 종교인구의 감소시키는 핵폭탄이 되었고, 근본주의 신앙은 개신교에 긍정적으로 작용하여 제도종교를 더욱 강화시켜 신앙집단을 통한 피난처가 되었다.
여기에 더하여 2000년 초에 위기를 맞은 한국 종교의 내부 분열도 큰 영향을 주었다. 해방 이후 종교는 양적 성장과 더불어 민주화 운동에도 공헌한 바가 크다. 그러나 1987년 민주화 이후 종교는 역으로 시민사회로부터 비민주적 적폐에 대한 개혁을 요구받게 된다. 당시 권위주의적인 종교권력에 대한 비판 여론이 적지 않았다. 종교가 집단적 이기주의에 함몰하여 사회적 공공성이 부족하다는 것이었다. 결국 2000년대 초부터 종교 내부의 개혁을 놓고 종교의 구성원들이 분열되기 시작하였다. 종교 내부의 동력을 가지고 위기를 극복해보자는 핵심성원과 외부의 요구에 민감하게 작용한 주변성원으로 양극화된 것이다. 이때 핵심성원들은 자기 조직을 지키고자 자기 신앙과 교리에 더 집착하는 근본주의를 강화하였고, 주변성원들은 종교 조직에서 떨어져 문제를 스스로 해결하려고 명상과 수련과 같은 영성종교에 탐닉하게 되었다. 전자가 종교공동체를 철저하게 관리하는 개신교의 대형교회 사례라면, 후자는 불교공동체에 자기 위치가 없는 재가신도들의 사례다. 개신교는 근본주의 신앙을 가진 대형교회 중심으로 종교인구가 증가한 반면, 불교는 영성종교에 탐닉한 주변신도들이 제도종교를 이탈해 종교인구가 크게 감소했다. 그 결과 한국사회에 새로운 종교지형이 등장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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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통계청의 인구주택총조사는 가구를 대상으로 조사한 것임에 비해 다른 종교 조사는 개인을 대상으로 조사한 것임.
2) 교회에 출석하지 않지만 신앙을 유지하는 사람. 교회에 ‘안 나가’는 것을 뒤집어서 하는 말.
3) 신이나 초월자에 대한 믿음이나, 聖과 俗을 구분하는 가운데 성스러운 삶을 지향하는 것을 말한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