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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874호-대만 세계종교박물관 참관기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25. 3. 21. 10:56

대만 세계종교박물관 참관기

 

 

news letter No.874 2025/3/18

 

 

 

2008년 연구소에서 문화체육관광부 발주로 <종교문화원형의 발굴 및 활용>이라는 제목의 연구를 수행한 바 있습니다. 디지털문화콘텐츠학과에 몸담고 있는 까닭에 연구 수행의 책임을 맡았습니다. 당시 연구소의 여러 식구들과 함께 즐겁게 과제를 수행한 좋은 기억을 가지고 있습니다. 2010년에 또다시 종교문화원형을 활용한 성공사례 조사 연구와 선무도라는 특정한 종교문화원형을 활용한 콘텐츠 기획 제안 연구까지 수행하였으니, 종교문화원형과 관련한 연구소의 역량과 성과를 알리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3건의 종교문화원형 프로젝트를 수행하면서 많은 것을 배우고 생각할 수 있었습니다. 그 때의 경험은 2003년 문화콘텐츠 교육을 시작한 초심자가 이론과 실천의 합일점을 직접 체득할 수 있는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그때의 경험 중에서도 가장 강렬한 것이 대만의 종교 관련 박물관 탐사 및 벤치마킹 지점 확보 작업이었습니다. 구체적으로는, 타이베이 시내에 소재한 세계종교박물관과 가오슝 불광산사 경내에 소재한 불광연미술관탐사를 실행하였습니다. 그중에서도 세계종교박물관이 매우 인상적이었습니다. 이때의 세계종교박물관 참관을 계기로 지금까지 세 차례 다녀왔습니다. (가장 최근의 참관이 20245월입니다만, 처음 방문했을 때와 비교할 때 거의 변화가 없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가 보고 싶습니다.) 언젠가 연구소 차원의 탐사가 실행되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아서, 세계종교박물관에 대한 개괄적인 소개를 해 보고자 합니다.

 

학생들을 이끌고 대만 탐사를 다녀올 때마다, 종교가 대만(타이완)을 이끄는 중요 동력 가운데 하나라는 점을 실감하곤 합니다. 대만인들에게 있어 종교가 차지하는 비중은 대만의 도시 및 농촌의 경관을 통해서도 쉽게 확인할 수 있습니다. 종교 시설은 대만의 도시와 농촌의 상징적 건축물로서의 위상을 지니고 있습니다. 종교가 대만의 도시 및 농촌의 경관(landscape)을 가로지르는 지표(index)로서의 위상을 점하고 있는 것입니다. 대만 종교가 지니는 특징 가운데 하나를 종교의 생활화라는 측면에서 살펴볼 수 있을 것입니다. 이러한 대만종교의 생활화 경향은 대만 사회의 당대화현상과 연관을 맺고 있는 것이기도 합니다. 대만인들은 그들의 종교적 전통을 유지하면서도 당대(contemporary) 문화의 활성화를 또한 동시에 추구하고 있습니다.

 

대만에서 가장 활성화되고 영향력이 있는 종교는 불교라고 할 수 있습니다. 대만의 불교는 종교로서의 역할인 설법(경전교리)과 법회(의례) 이외에도, 복지를 목적으로 하는 자선활동과 교육, 출판, 납골당 운영, 환경보호, 여성운동 등 사회적 역할 또한 중시하고 있습니다. 타이베이시에 소재한 세계종교박물관(世界宗敎博物館, Museum of World Religions)은 이러한 맥락에서 조성된 대표적 시설 가운데 하나입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전 국민의 생명교육을 확대하고, 종교·예술·문화를 관람하며, 사랑과 평화가 충만한 세상을 만드는 것을 목적으로 200111월에 타이베이(臺北) 융허(永和) 중산루(中山路)에 개관한 종교 전문 박물관입니다. 설립자는 무생도량(無生道場)의 창시자인 심도법사(心道法師)인데, 그는 이 박물관을 통해 세계 종교문화유산을 모아 연구하고, 전시하며 종교에 관한 교육활동, 출판 활동을 통해 생명교육의 핵심가치인 사랑과 평화를 전파하는 데 중점을 두었습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다양한 종교에 관한 각종 콘텐츠를 한자리에 펼쳐낸 박물관으로서, 단일 종교(a religion)가 아닌 다양한 종교들(religions)’을 대상으로 만들어진 박물관이라는 점에서 그 의의가 매우 크다고 하겠습니다. 불교적 기반을 지닌 심도법사와 재단에 의해 설립된 박물관임을 전제할 때, 불교적 색채를 전면에 드러내지 않은 명실상부한 세계종교박물관을 구현해 냈다는 점을 높이 평가할 수 있을 것입니다. 또한, 사립 박물관으로서 종교인들의 기부를 통해 유지운영된다는 점도 주목할 만한 부분입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시내 중심가의 대형 백화점 건물 6층과 7층에 소재하고 있습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의 관람객 동선은 독특하게 구조화되어 있습니다. 박물관 매표소는 건물 1층에 조성되어 있으며, 매표 후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7층 전시관으로 올라가면서 박물관 관람을 시작하도록 되어 있습니다. 1층에 조성되어 있는 매표소는 천정이 높은 공간 구조를 취하고 있으며, 천정에는 세계 각 도시의 이름이 별자리 형태로 표기되어 있어서 관람객들로 하여금 신비감과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 요소로 작용하고 있습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백화점 건물 6~7층에 소재하고 있지만 별도로 구분되어 있으며, ‘종교적 우주로의 진입이라는 나름의 콘셉트를 부여한 1층의 안내 데스크에서 바로 엘리베이터를 이용하여 7층의 박물관 입구로 진입하는 동선의 구조화를 통하여 속으로부터의 구별을 적절하게 실행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동선과 공간 구조는 종교의 신성성을 강조하고 거룩한 세계에 접하는 듯한 느낌을 부여하기 위한 의도 하에 이루어진 것으로 여겨집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의 구조는 단순하고 명료한 편입니다. 박물관의 구성은 진입로의 역할을 하는 정심수막(淨心水幕)’조성보도(朝聖步道)’와 중앙광장에 해당하는 금색대청(金色大廳)’의 도입부(7), 세계종교문화유산의 전시 공간인 세계종교전시대청(世界宗敎展示大廳)’ 및 종교 건축물의 미니어처 전시장인 세계종교건축모형전시구(世界宗敎建築模型展示區)’로 이루어진 주요 전시관(7), 대강당의 역할을 겸하는 상영관 우주창세청(宇宙創世廳)’과 박물관의 메인 테마를 갈무리한 특수 상영관 화엄세계(華嚴世界)’(6~7), 인간의 탄생에서 죽음까지의 과정을 종교와 연관 지어 전시한 전시 공간 생명지여청(生命之旅廳)’, 각성(覺醒)과 수행학습을 테마로 한 생명각성구(生命覺醒區)’영수학습구(靈修學習區)’(6) 등으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세계종교박물관은 진입로에서부터 박물관 내부의 모든 동선에 종교적인 의미와 가치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앞에서도 잠깐 언급하였듯이, 1층에서 7층까지의 엘리베이터를 통한 이동에는 인간의 세계에서 신의 세계로 이동하는 차원 이동의 의미가 부여되어 있습니다. 조성보도(朝聖步道)라는 이름에서부터 알 수 있듯이, ‘성스러움으로 향하는 길이라는 의미에 걸맞게 왼쪽 벽에는 성지를 순례하는 다양한 종교들의 순례자의 모습이 페인팅 되어 있습니다. 조성보도 오른쪽 벽에는 빔 프로젝터를 활용하여 인간의 삶과 생명, 그리고 신과 진리에 대해 끊임없이 묻는 글귀들이 세계 각국어로 투영되고 있습니다. 조성보도는 좁고 어두운 초입에서 시작하여 점점 넓어지고 밝아지는 점증(漸增)의 양태를 취하고 있어서 순례 행위의 결국(結局)을 암시하고 있습니다. 정심수막과 조성보도를 거친 도입부의 체험은 금색대청에 이르러서 절정에 도달하게 됩니다. 금색대청은 인간의 마음의 창을 눈()의 형상으로 표현한 것으로서, 관람객이 눈을 뜨고 마음의 문을 열어 종교박물관을 통해 종교의 세계에 대해 체험할 수 있기를 바라는 마음을 담고 있습니다.

 

정심수막조성보도장흔수인금색대청 등 도입부에서의 체험을 통해 세계종교박물관의 지향점을 인지하게 된 관람객들은 2개의 영상 콘텐츠 감상을 통해 본격적으로 세계종교와 평화에 대한 이해의 여정을 떠나게 됩니다. 물론, 2개의 영상 콘텐츠 감상이 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닙니다. 첫 번째 콘텐츠와 두 번째 콘텐츠 사이에 생명지여청이 개재되어 있습니다. 대강당을 겸한 극장 형식의 제1상영관 우주창세청(宇宙創世廳)에서 상영되는 영상 콘텐츠는 창조를 중심 테마로 삼아 다양한 종교의 우주관을 이미지로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를 통해 우주의 탄생과 나의 존재 의미에 대한 성찰의 기회를 부여하고 있습니다. 2상영관인 화엄세계(華嚴世界)는 구형(球形)의 상영관으로서, 천장을 스크린으로 활용하여 의자에 앉거나 비스듬히 기대어서 하늘을 우러러보는 상태로 영상물을 감상하게 되어 있습니다. 화엄세계의 이런 공간 설계 개념은 󰡔화엄경(華嚴經)󰡕일즉일체, 일체즉일(一卽一切, 一切卽一)”, 하나가 곧 전체요, 전체가 곧 하나라라는 경전 구절에서 기인한 것으로서, 각 종교와 생명 간의 공통적인 지혜와 본질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화엄세계에서 상영되는 영상 콘텐츠는 특별한 스토리 라인 없이 말 그대로 화엄 세계의 다양한 이미지로 이루어져 있습니다.

 

지면 관계상, 더 많은 것들을 소개하지 못해 아쉽습니다. 보다 상세한 내용과 의의 등에 대해서는, 종교문화연구24(2015)에 게재한 대만 세계종교박물관의 전시 이념 및 체계에 대한 연구를 참조해 주시기 바랍니다. 편지글 서두에 썼습니다만, 다시 한번 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대만의 종교 세계도 두루두루 살펴보고 세계종교박물관도 참관할 날을 고대하면서 이만 맺습니다. 감사합니다.

 

 

 

 

[참조]

세계종교박물관 홈페이지(http://www.mwr.org.tw/)

世界宗敎博物館, 珍藏世界宗教博物館世界宗教博物館紀念書之二隨書附贈 VCD(臺北: 宗博出版, 2003).

신광철, 대만 세계종교박물관의 전시 이념 및 체계에 대한 연구, 종교문화연구24(한신대 종교와문화연구소, 2015).

 

 

 

 

 

 

 

신광철_
한신대 디지털영상문화콘텐츠학과 교수
논문으로 <두 개의 키워드로 보는 종교계의 방향: ‘엔데믹’과 ‘챗GPT’를 중심으로>,  <신화 - 제의 공동체의 관점에서 본 BTS 성지순례 현상>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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