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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년사]

작은 발걸음도 방향만 분명하면 큰 역사가 됩니다

 

 

news letter No.916 2026/1/6

 

 

2026년 병오년(丙午年)의 새 아침이 밝았습니다.

 

붉은 말, 하늘을 솟구치는 용마(龍馬)의 역동적인 기운이 우리 연구소 곳곳에 스며들어, 연구원 여러분의 삶과 학문적 여정에 깊은 평온과 찬란한 통찰이 가득한 한 해가 되기를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오늘날 우리가 마주한 세계는 거대한 대전환의 파고 속에 있습니다. 인공지능이 인간의 영역을 재정의하고, 문명의 전환점이 눈앞에 다가온 듯한 격동의 시기입니다. 이러한 변화의 소용돌이 속에서 종교계와 관련 학계 역시 전례 없는 성찰의 시간을 맞이하고 있습니다. 특히 우리 KIRC(한국종교문화연구소)는 종교를 특정 신앙이나 교리의 틀 안에 가두는 교학적 접근을 넘어, 인간의 삶과 문화를 관통하는 '인간학으로서의 종교인문학'이라는 정체성을 더욱 굳건히 해야 할 시점에 서 있습니다.

 

저는 확신합니다. 세상의 바람이 아무리 거세게 불어올지라도, 우리가 종교를 통해 인간을 이해하려는 인문적 사유의 결을 어떻게 다듬느냐에 따라 우리 삶과 공동체의 풍경은 달라질 것입니다. 우리의 주체적인 사유가 하나로 모일 때, 비로소 거친 시대의 흐름을 바꾸는 보이지 않는 동력이 생겨날 것입니다. 이 전환의 시기를 종교인문학의 존재 이유를 함께 증명하고, 우리만의 새로운 역사를 정성껏 써 내려가는 은은한 희망의 기회로 삼고자 합니다.

 

우리의 자발적인 마음이 KIRC를 숨 쉬게 하는 유일한 힘입니다. 잘 아시다시피, 우리 KIRC는 학술 NGO로서 모든 활동이 연구원 여러분의 마음에서 우러나온 참여와 헌신을 통해서만 존재할 수 있는 소중한 공동체입니다. 1987년 한국종교연구회 시절부터 오늘날에 이르기까지, 우리를 지탱해 온 것은 외부의 보상이 아닌, 오로지 종교라는 창을 통해 인간과 사회를 탐구하려 했던 여러분의 학문적 열정이었습니다.

 

이사장인 저를 포함해 연구소의 살림을 살피는 이들과 현장의 연구자들 모두가 종교인문학이라는 길을 함께 걷는 도반(道伴)입니다. 연구소의 진정한 주인은 바로 연구원 여러분이며, 여러분의 능동적인 참여가 없다면 우리가 꿈꾸는 그 어떤 비전도 향기 없는 꽃에 불과할 것입니다. 이 척박한 토양 위에서 묵묵히 '인간학으로서의 종교학'의 길을 내어오신 여러분의 노고에 깊은 존경을 표하며, 다시 한번 우리의 소명 앞에 마음의 결을 맞추어 주시길 간곡히 부탁드립니다.

 

우리가 함께 마음을 모아 만들어 갈 내일은

 

지난해 여러분이 보내주신 귀한 제안들과 우리가 함께 고민한 '미래 비전 및 체제 개편 방안'을 바탕으로, KIRC가 나아가야 할 지속 가능한 발전의 방향을 구체화하였습니다. 올해는 이 비전들이 단순한 계획을 넘어 우리의 정성어린 실천으로 뿌리내리는 원년이 될 것입니다.

 

첫째, 인간학 중심의 연구 특성화를 통해 학술적 전문성이 사회적으로 깊이 흐르는 체제를 만들어 갑시다. 교리 중심의 연구에서 벗어나 '인간학으로서의 종교인문학'이라는 본연의 가치에 집중하는 환경을 일구어내야 합니다. 급변하는 메가트렌드 속에서 종교문화의 흐름을 읽어내는 연구를 심화하고, 그 결과물이 학술지에 머물지 않고 대중과 호흡하는, 살아있는 지혜가 되도록 함께 가꾸어 갑시다. 이를 위해 종교문화비평의 여러 플랫폼을 고도화하고, 세대와 지역을 아우르는 학술 성과 공유 시스템을 구축하여 우리 연구소의 사회적 영향력을 넓혀 나가는 길에 마음을 모아 주시길 바랍니다.

 

둘째, 연구원 중심의 조직 혁신을 통해 건강하고 투명한 거버넌스를 확립해 갑시다. 연구소의 모든 역량은 연구자 개인의 성장에서 시작됩니다. 신진 연구자들이 자부심을 느끼며 꿈을 꾸고, 중진 연구자들이 깊은 경륜을 다정하게 나누는 '환대의 공간'으로서 연구소 문화를 새롭게 정립해 나갑시다. 모든 의사결정 과정이 투명하게 공유되고, 상호 존중과 협력이 흐르는 이 따뜻한 마당을 우리 함께 정성껏 가꾸어 갑시다.

 

셋째, 지속 가능성 확보를 위한 재정 자립 체계와 글로벌 교류의 든든한 토대를 쌓아 갑시다.학술 NGO로서의 자존심과 독립성을 지키기 위해 무엇보다 연구 환경의 안정이 시급합니다. 향후 수익 모델을 다각화하는 등 단계별 로드맵을 차질 없이 수행하여, 연구원 여러분이 오직 탐구에만 전념할 수 있는 인프라를 다 함께 구축해 발전시켜 나갑시다. 또한 동아시아를 넘어 세계 석학들과 교류하는 글로벌 네트워크의 허브로서, KIRC의 학문적 지평을 넓히는 일에 저 역시 연구소의 일원으로서 올 한 해를 함께 뛰겠습니다.

 

함께 걷는 길, 그 자체가 우리의 아름다운 역사입니다.

 

세상의 속도가 빠를수록 우리는 서로의 숨결에 귀를 기울이는 법을 잊지 말아야 합니다. KIRC가 지향하는 '미래 비전'은 서류 속에 머무는 것이 아니라, 오늘 여러분이 나누는 치열한 인문학적 토론 속에, 그리고 밤 깊은 연구실의 은은한 불빛 속에 이미 살아 숨 쉬고 있습니다. 길이 보이지 않을 때마다 저는 여러분의 곁에서 함께 묻고 함께 고민하겠습니다. 제가 부족한 자리는 여러분의 통찰로 채워주시고, 여러분의 여정이 고단할 때는 제가 먼저 따뜻한 위로가 되어 드리겠습니다. 우리가 손을 맞잡고 나아가는 그 정다운 발걸음 자체가 곧 한국 종교학의 가장 빛나는 역사가 될 것입니다.

 

병오년 새해, KIRC라는 든든한 울타리 안에서 여러분의 고뇌가 세상을 밝히는 찬란한 지혜로 피어나기를 소망하며, 우리 연구소의 새로운 도약과 연구원 여러분의 건승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새해 복 많이 받으십시오. 감사합니다.

 

 

 

202611

KIRC(한국종교문화연구소) 이사장 윤승용 배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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