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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장의 임기를 마치며
news letter No.918 2026/1/20
2026년 1월 24일(토)은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 매우 중요한 날입니다. 1년에 한 번 있는 이사회와 정기총회가 열리는 날이죠. 저에게는 매우 기다려지는 날입니다. 4년 동안의 소장직을 내려놓는 날이기 때문입니다. 그동안 부족한 점이 많았지만 여기까지 올 수 있었던 것은 이사장님 이하 여러 선생님 덕분이었습니다. 감사합니다! 이번 이사회에서 중요한 안건은 새로운 소장을 선출하는 것입니다. 좋은 분이 선출될 것으로 기대됩니다. 저는 이 레터를 통해 감사의 인사말과 더불어 4년 동안 소장직을 수행하면서 하고자 했던 것, 아쉬웠던 것 등을 말씀드리려고 합니다.
첫째, 저는 연구소에 젊은 연구자를 충원하는 데에 힘을 기울였습니다. 언제부터인가 연구소에 신진 연구자의 발길이 뜸해졌습니다. 인문학이 위기에 처하고 종교학 연구자의 수가 감소했다고는 하지만, 연구소에 심각할 정도로 후학들이 보이지 않았습니다. 연구소 창립 때 보아온 사람들이 여전히 중심이었습니다. 중심이라기보다 그들만 남아 자리를 지키는 것은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연구소의 지속을 위해서는 무엇보다도 연구소가 신진 연구자들의 장으로 거듭날 필요가 있습니다. 저는 신진 연구자 중심으로 임원을 구성하고, 매달 있는 종교문화포럼에 신진 연구자의 발표를 늘렸습니다. 이를 위해 수고해 주신 연구실장 최정화, 사무국장 방원일, 그리고 연구위원 윤조철, 박병훈, 민순의 선생님께 감사드리고, 『종교문화비평』 편집장으로 수고해주신 김윤성 선생님께도 감사합니다. 앞으로 계속 연구소를 이끌어 갈 분들이라 생각합니다. 제가 소장으로서 할 수 있는 최대의 임무는 신진 세대로 이어주는 가교의 역할이라 여겼습니다. 앞으로도 새로운 사업을 찾기에 앞서 신진 연구자들이 함께 기획하고 연구하는 장이 되길 바랍니다.
둘째, 코로나19 이후 사라졌던 오프라인 모임을 회복하고자 노력했습니다. 제가 소장을 맡았던 2021년은 팬데믹 코로나 시기였습니다. 이젠 그때의 시간이 아득히 먼일 같습니다. 코로나19 시기에도 연구소의 활동이 쉽지 않았지만, 2023년 팬데믹 시기가 끝난 후 이전 상태를 복원하는 것 또한 무척 어려웠습니다. 지난 2년 동안 연구소를 벗어나 새로운 공간에서 월례포럼을 개최하면서 활동을 회복하려 했지만, 여전히 많은 연구자가 모이지 않았습니다. 전체 회원의 수가 적은 탓도 있지만, 온라인의 편리함에 익숙해진 상황 역시 부인할 수 없습니다. 앞으로 연구소 활동은 온라인 모임을 지향하면서 그에 적합한 방식을 찾아야 할 것입니다. 온라인 모임을 중심에 둔다면 현재의 연구소를 크게 개조하지 않더라도 제 기능을 찾을 수 있으리라 생각합니다.
셋째, 연구소 홈페이지를 개편했습니다. 기존 홈페이지는 보안의 문제가 있었을 뿐 아니라, 모바일 환경에 대응하지 못해 개편이 불가피했습니다. 기존 홈페이지의 데이터를 옮기고 새로운 정보를 더해 제모습을 갖추었습니다. 이 과정에서 뜻하지 않게 연구소 로고까지 새로운 환경에 맞게 디자인하게 되었는데, 이를 위해 많은 분의 수고와 도움이 있었습니다. 그러나 홈페이지의 사업은 이제 시작인 것 같습니다. 홈페이지는 회원들이 수시로 로그인하면서 정보와 의견을 올리고 전하는 곳이어야 합니다. 연구원의 개인 정보도 계속 업그레이드되어야 하고 각 분과 활동도 홈페이지에 드러나야 할 것입니다. 칼럼, 답사, 강좌의 공간도 채워져 연구소 홈페이지가 회원과 일반인에게 생명력 있는 공간이 되길 바랍니다.
넷째, 제가 평소 하고 싶었던 활동을, 연구소를 통해 시도했습니다. 저는 서울의 종교문화를 답사하고 그 소회를 담은 책을 만들고 싶었습니다. 평소 종묘와 사직 등 조선시대 제사 유적지는 자주 돌아다녔지만, 다른 종교에 대해서는 잘 알지 못합니다. 저는 답사분과를 만들어 분과 위원들과 일반 대중도 참여하는 답사팀을 운영해 보았습니다. 이 답사를 통해 자연과 역사가 어우러진 서울의 매력을 마음껏 누리며 곳곳마다 풍부하게 존재하는 종교문화에 놀랐습니다. 연구소 식구들과 함께 걸으며 나누는 대화가 재미있었고, 새로운 사람들을 만나는 신선함도 느꼈습니다. 연구소는 이렇게 즐거운 일을 같이 시도하는 곳이라 생각합니다.
저는 제가 하는 연구가 종교학의 주변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렇다고 제가 중심인 학문 분야가 있는 것도 아닙니다. 국사학계에서도 주변입니다. 그러나 요샌 제가 중심이라 생각합니다. 저를 중심으로 여러 학문 분야가 있는 것이라고요. 연구소에 모인 선생님들도 정도 차이는 있지만 비슷할 것으로 생각합니다. 연구소는 이런 독립된 연구자들의 조화로운 집합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무엇보다 독립 연구자로서 역량을 키우는 것이 중요합니다. 발표하고, 토론하고, 저널에 투고하며 성장하는 연구원과 연구소가 되길 기대합니다. 그리고 생활의 곤궁함이 학문 역량을 좀먹지 않도록 서로를 이끌어주는 공간이기를 바랍니다.
고령화 시대에 연구소 선배님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합니다. 앞에서 신진 연구자의 충원을 말씀드린바 같이, 후진들이 연구원과 연구위원으로 활동할 때 곁에서 지지해 주는 어른이 절실합니다. 어느 분이 소장이 되시든 연구소에서 활동하는 연구원의 수가 갑자기 증원되지는 않을 것입니다. 연구소의 중심보다 주변에서 자유롭고 포용력 있는 시선과 애정으로 선진의 빛을 발휘해 주시기를 기대합니다. 저도 소장의 자리에서 물러나 연구소 주변에서 함께 힘을 보태겠습니다. 매달의 회비와 특별 후원금으로 연구의 바탕이 되어주신 회원님과 이사님께 다시 한번 감사드립니다. 곧 있을 이사회와 총회 때 뵙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욱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주요 저서로 《일제강점기 종묘 연구》,《조선시대 재난과 국가의례》, 《조선왕실의 제향 공간-정제와 속제의 변용》, 《조선시대 국왕의 죽음과 상장례-애통・존숭・기억의 의례화》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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