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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삼악도〉가 그려낸 ‘싸이비’
news letter No.932 2026/4/28

지난 3월 11일 필자는 채기준 감독의 영화 〈삼악도〉 개봉일 첫 회 상영을 보러 몇 년 만에 처음으로 시내에 있는 CGV 영화관을 찾았다. 부득이 개봉일에 해당 영화를 관람해야 했던 이유는 필자가 오컬트 문화와 신종교를 주제로 논문을 쓰면서 해당 영화를 다루었으나, 관련 자료가 충분하지 않았고 투고 마감일도 얼마 남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개봉 전부터 영화계 일부에서는 〈파묘〉(2024)의 1,100만 관객 동원이라는 기록적인 흥행 이후 나온 첫 오컬트 영화로서 〈삼악도〉의 성공을 은근히 기대하는 분위기였으나, 현재까지 해당 영화는 특별한 화제의 소재가 되고 있지 않다. 필자가 〈삼악도〉에 특별히 관심을 가진 이유는 〈사바하〉(2019) 이후 신종교를 중심 주제로 다루고 있는 두 번째 오컬트 영화이며, 전자와 달리 최신 영화로 이에 대한 학문적 논의가 아직 시작되지 않았기 때문이었다.
그렇게 시작된 필자의 오랜만의 영화관 나들이는 난방이 되지 않은 추운 상영관과 적은 관객―필자를 합해 4명―으로 을씨년스러웠으며, 무엇보다 영화에서 공포와 놀라움을 극대화하기 위해 사용한 효과음은 너무 커서 필자는 상영 내내 귀를 막고 있을 수밖에 없었다. 따라서 그날의 영화 감상은 즐기는 것과는 거리가 먼―어둠 속에서 주섬주섬 떠오르는 것을 기록하는―작업으로 끝났으며, 굳이 영화관에서 영화를 볼 수밖에 없는 상황에 짜증이 났던 것이 사실이다.
그러나 〈삼악도〉는 작품의 예술성이나 완성도를 떠나 종교학자에게 흥미로운 조사대상임에 틀림없다. 우선 영화의 줄거리를 소개하면―아직 개봉 초기라 ‘스포’를 피하고자 이야기의 중요한 반전은 여기서 생략하고―다음과 같다: 사회고발 ‘사이비 종교’ 전문보도 PD 최소윤(배우 조윤서)은 일본 나고야 TV의 기자 마츠다 류헤이(배우 곽시양)로부터 일제강점기에 활동하던 일본계 신종교 ‘삼선도(三善道)’가 일본 패망 후 집단자살 사건을 일으키면서 한반도에서 자취를 감추었고, 이후 일본에서 ‘아카모리교’라는 새로운 이름으로 교세를 확장하고 있지만, 사실 ‘삼선도’는 한국에 존재하며 해당 마을에 아카모리교의 성지(신사) 또한 있다는 제보를 받는다. 마츠다 기자에 의하면 ‘삼선도’를 창시한 음양사 출신의 교주 사토 준이치는 교세가 번창했으나, 한국인 아내와의 사이에서 낳은 딸 사토 나미가 자라면서 아버지를 능가하는 비범함을 보이고 교인들이 그녀에게 집중하자 그녀를 화형에 처했는데, 그 자리에서 그녀는 자신의 부활과 모두의 단죄를 예언하였다고 한다. 이후 일본의 아카모리교는 자신들의 법사들을 해당 마을의 신사(‘천년신사’)로 보내 그녀의 부활을 막기 위해 정기적으로 봉인제를 거행하고 있다는 것이다. 마츠다는 곧 이 마을의 신사에서 봉인제가 열린다며 함께 마을을 취재할 것을 최 PD에게 제의한다. 그러나 방송팀이 방문한 마을의 주민들은 (여자) 배암신이 무사히 환생할 수 있도록 매년 제를 지내는 삼선도의 후신으로, 교주의 딸을 부활시켜 영생을 얻으려는 광신적인 집단임이 밝혀진다. 마을 주민들이 곧 ‘사토 나미’의 100번째 부활제를 치르면서, 결국 그녀는 화염 속에서 부활하고, 이와 동시에 마을 사람들은 광기로 서로 죽이고, 신사 지하에서 봉인제를 거행하려던 법사들 또한 최후를 맞는다. 참고로 영화의 제목인 ‘삼악도(三惡道)’는 불교적 세계관으로 악인이 죽어서 가는 곳인 지옥도, 축생도, 아귀도의 삼도(三道)를 가리킨다. 따라서 영화는 선을 가르치던 종교 ‘삼선도’가 사실은 고통스러운 지옥의 세계임을 시사한다.

이 영화는 〈사바하〉와 여러 면에서 유사성을 보인다. 우선 이 둘은 동일한 스토리텔링 구조를 가진다. 즉 주인공인 ‘사이비 종교’ 전문가가 사라졌다고 알려진 그러나 여전히 존재하고 있는 신종교의 비밀스럽고 위험한 실체를 추적하고, 결국에는 해당 집단에게 내려진 예언이 실현되면서 교주와 추종자들은 괴멸한다는 것이다. 또한 이들 영화가 다루는 종교집단은 그 계보(genealogy)가 정교하게 설계되었는데, 바로 그 시작이 일제강점기로 설정되어 있다는 것이다. 이는 ‘사이비’ 종교의 문제는 그 원류가 백백교와 같은 일제시대 신종교에 있음을 강하게 시사하며, 이는―영화가 만들어낸―가공의 종교에 실체성 또는 역사성을 부여함으로써 관객들의 몰입도를 높이려는 장치라고 할 수 있다.
더불어 〈삼악도〉에 등장하는 두 삼선도 후신―일본계와 한국계(마을사람들)―은 의례의 측면에서 시각적 대조를 이루는데, 법사들이 행하는 봉인제가 이들 종교전문가에게만 허용된 폐쇄된 (지하)공간에서 정적이고 정형화된 형식으로 치러진다면, 마을의 부활제는 축제와 같은 분방함과 함께 열린 공간에서 진행되며 동물의 피를 참가자들에게 흩뿌리는 희생제의와 결합된 일종의 ‘피의 세례식’이 중심이 된다는 것이다. 영화에서 이렇게 시각적으로 서로 대비되는 의례를 비교적 길게 보여주는 것은 관객들에게 인지적 불협화음과 함께 괴기스럽고 불편한 감정을 일으키려는 의도로 보인다. 〈삼악도〉는 근래에 신종교를 다룬 여타 공포 오컬트물과 달리 이들 종교의 ‘비밀스런’ (집단)의례를 재현하는 데 꽤 많은 공을 들였다고 할 수 있다. 그러나 영화에서 재현된 의례들은 관객에게 충격과 공포를 선사하기 위한 장치로, 불교(밀교), 신도, 민속 등의 여러 요소가 특정한 방식으로 결합해 ‘만들어진’ 의례라는 점을 강조할 필요가 있다. 특히 영화에서 괴기스럽고 공포스러운 이들 의례가 전면에 부각된 것은 ‘사이비’ 종교의 의례에 대하여 일반 대중들이 가진 부정적 이미지를 투영한 것이고, 영화의 배경인 외딴 작은 마을과 주민들의 예측 불가한 행동 또한 ‘사이비’에 흔히 부여되는 폐쇄성과 비합리성을 시각적으로 구현한 것이라 할 수 있다.
이런 의미에서 〈삼악도〉 또한 〈사바하〉처럼 신종교 일반에 대한 대중의 부정적인 시각을 충실히 반영하거나 이를 극대화하면서 관련 종교를 재현하고 있기에, 결국 신종교에 대한 기존의 부정적 대중 담론을 증폭 또는 고착시키는 데 이바지한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영화에서 배우들이 (‘종교’가 빠진) ‘싸이비’ 발음을 일관되게 사용하고 있을 뿐 아니라, 영화사의 다음과 같은 자극적인 홍보 문구에서도 쉽게 확인된다: “마을 전체가 사이비에 홀리면 생기는 일”; “이걸 보고도 ‘사이비 종교’가 두렵지 않다면 당신을 상위 1% 강심장으로 인정합니다.” 무엇보다 〈삼악도〉가 신종교를 다룬 타 오컬트물과 차별되는 것은 관계자들이 공개적으로 백백교를 언급하며 이 영화가 실화를 기반으로 한다거나, 실제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며 여론몰이를 하고 있다는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채기준 감독은 인터뷰에서 자신의 할머니가 독특한 기도를 올리는 것을 목격했고, 그것이 후에 일본계 ‘사이비 종교’와 연관되었다는 것을 알게 되었으며, 이에 착안해 “우리나라에 있었던 ‘백백교’라는 사이비 종교, 그리고 일제강점기 시대를 조합하면 독특한 풍습의 문화가 나올 수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라고 밝힌 바 있다(「“할머니 댁에서 우연히”…‘경험담’ 토대로 만들어져 더욱 소름 끼치는 韓영화」, 《MHN》 2025.03.15.).
그러나 필자에게 무엇보다 충격적으로 다가왔던 것은 〈삼악도〉 영화 관계자들이 ‘삼선도’가 실제로 존재하는 종교라는 ‘가짜 뉴스’를 퍼뜨리는 홍보전략을 채택하였다는 것이다. 그리하여 개봉에 앞서 “신도 집단자살 이후 자취를 감춘 사이비 종교 ‘삼선도’에 대해 아시는 분은 제보를 바란다.”라는 내용의 벽보를 공공장소에 붙이고, 나무위키에는 ‘사이비 종교’ 범주 아래 ‘삼선도’라는 항목을 만들고―영화의 내용에 부합하게―해당 종교의 교조, 역사, 사건, 핵심 교리 등의 내용을 올려놓은 것이다. 필자 또한 이를 보고 삼선도가 정말 한국이나 일본에 실재했던 신종교인지 확인코자 자료를 뒤적이기도 하였다. 이런 맥락에서 〈삼악도〉 관계자들은 영화를 위해 봉인제와 부활제와 같은 새로운 의례만 고안한 것이 아니라, ‘삼선도’라는 신종교를 탄생시켰다고 할 수 있다. 이는 오컬트물이 신종교 담론에 적극적으로 참여할 뿐 아니라, 필요하다면 대중의 즐길 거리로 새로운 종교 또한 기꺼이 만들어낸다는 것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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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글에는 곧 출간될 『신종교연구』 제54집(2026)에 실린 필자의 논문 「한국 사회에서 오컬트, 대중문화 그리고 신종교」 일부가 인용되었음을 알린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연구원
논문으로 <한국 학계의 ‘공적 종교’ 담론에 대한 재고찰>, <재난연구와 한국의 종교학: 그 대화의 필요성에 대하여>, <한국의 현 종교지원정책과 문화자본주의>, <한국 불교계의 ‘마음치유’ 사업과 종교영역의 재편성>, <한국 신종교의 조직구조>, 〈현대사회 성물(聖物)의 유통방식에 대하여>, 공저로는 《한국사회와 종교학》, 《신자유주의 사회의 종교를 묻는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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