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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6년 헝가리 총선 결과의 함의

 

news letter No.934 2026/5/12

 

 

2026년 4월 12일 헝가리에서 실시된 총선거에서 야당인 신생 TISZA(존중과 자유)당은 전체 의석수의 2/3가 넘는 141석을 획득하는 압승을 거두며 제1당이 되었다. 이제 선거에서 승리한 TISZA 당과 당수인 머저르 피테르(Magyar Péter)는 다수 의석을 무기로 개헌도 추진할 수 있게 되었다. 사실 이번 선거는 헝가리 정계에서도 거의 예상하지 못했던 놀라운 결과이다. 더군다나 여당인 FIDESZ와 당수 오르반 빅토르가 16년의 집권 동안 자행한 정치 공학적인 선거제도 개편(게리맨더링), 각종 선거 관련 법 제도의 개정으로 야당 입장에서는 기울어진 운동장과 같은 불리한 조건에서 선거에 임했다는 점을 고려하면 이번 선거 결과는 헝가리인도 스스로 놀랄만한 결과라고 할 수 있다. 선거 전 헝가리의 전문가들이나 정부 성향의 언론들은 여당의 우세나 백중세를 예측하였다. 그러나 선거 결과는 TISZA 당의 당수 머저르 피테르조차도 얼떨떨할 정도로 야당의 압승으로 끝났다. 이에 대해 많은 분석이 쏟아져 나오고 있지만, 선거 패배 요인은 간단하다. 그만큼 헝가리 국민의 정권교체 요구가 절절했다는 것이다. 오르반 정부가 이번 선거에서 패배한 이유는 헝가리 국내 정치적인 요인, 유럽연합과의 관계,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이라는 국제적 요소가 모두 합쳐져 나온 결과이지만, 궁극적으로는 16년간의 장기 집권에 대한 헝가리 국민의 지루함, 이를 타개할 만한 신선한 정책을 제시하지 못한 데에 가장 큰 원인이 있다고 할 수 있다.

오르반 정부는 2010년 2차 집권에 성공하면서 그동안 취해오던 정치적 입장, 행태에 변화를 보이기 시작했다. 기존에 유지해 왔던 헝가리 국가이익에 부합하는 친유럽연합적이고, 민주적인 정치행태에서 민족주의적, 반유럽연합 정서를 자극하는 정치적 수사를 전면에 내세우는 전략으로 선회하였다. 이는 FIDESZ 정권의 연장을 최우선 과제로 설정한 오르반 수상의 영민한 정치 전략에서 기인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즉, ‘체제 전환’이나 ‘유럽연합 가입’과 같은 거대 담론이 헝가리 국민에게 줄 수 있는 실질적 혜택이 별로 없다는 점을 잘 알고 있었던 오르반 수상이 의도적으로 헝가리 여론을 반유럽연합적 정서로 호도하는 전략을 펼쳤다. 특히 그는 유럽연합의 가치를 구현하고자 하는 유럽연합의 시도를 헝가리의 주권을 침해하려는 것으로 매도하여 헝가리의 민족감정을 자극하는 방식으로 대응하였고, 이를 통해 정권을 재창출하였다. 또한 친정부적 언론을 이용하여 자신을 헝가리와 유럽연합의 갈등 속에서 헝가리의 국가이익을 수호하는 독립투사의 이미지로 서사화하였고, 일정 정도 성공하였던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정치적 수사가 반복적으로 지속되면서, 오르반 정부에 대한 국민의 감정은 16년간 익숙했던 서사가 이제는 지루함으로 다가온 것이 이번 선거의 결정적 패인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오르반 정부는 16년 간의 장기 집권을 통하여 이전의 정부에서는 하지 못하였던 매우 중요한 업적을 이루었다. 즉 헝가리 현대사의 가장 큰 사건인 ‘1989년 사회주의로부터의 체제 전환’에서 시작된 헝가리 사회의 변화를 실질적으로 완성한 것이다. 주지하다시피 1949년부터 1989년까지 근 40년간 사회주의 체제를 유지했던 헝가리가 1989년에 정치적으로 체제 전환에 성공했다고 해서, 당시 MDF의 선거 구호가 말해주듯이, ‘몇 년 내’로 자본주의로 진입하고, 유럽의 생활 수준에 다다른다는 것은 성취하기 어려운 목표였다. 사회주의 체제에서 자본주의 체제로의 전환이 성공적으로 이루어지려면, 사회적, 경제적 자본주의화가 동시에 이루어져야 하는데, 오르반 정부는 이 과정을 비교적 안정적으로 관리하여 헝가리에 자본주의적 시장경제 질서가 순조롭게 안착하도록 한 것이다. 이 점이 오르반 정부가 집권하면서 이룩한 가장 큰 공로일 것이다. 물론 이 과정이 진행되는 동안 부패가 누적되고, 관료주의가 강화되고, 법치가 훼손된 측면이 있다는 점은 부정할 수 없는 사실이다. 그러나 이러한 부정적인 측면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오르반 정부가 장기 집권을 할 수 있었던 이유는 헝가리 국민이 공공연하게 혹은 암묵적으로 오르반 정권이 체제 전환을 완성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었기 때문이다. 즉, 1989년 체제 전환의 시작점에서 정치 인생을 출발하여 체제 전환기 내내 정권의 중심에 있으면서, 체제 전환의 상징과도 같은 역할을 했던 오르반 수상이 이 체제 전환의 과정을 마무리해야 한다는 헝가리 국민의 이해가 있었기 때문에, 16년 간의 장기 집권이 가능했다. 그러나 이제는 시대가 바뀌었다. 자본주의, 자유, 체제 전환이라는 매력적인 슬로건이 더 이상 헝가리 국민에게 먹혀들지 않게 되었다. 16년간 통치한 오르반 정부가 새로운 시대에 대한 비전을 제시하지 못하고 구태의연한 정치적 수사를 반복하여 ‘시대의 변화’를 간과한 점이 선거 패배의 본질적인 이유인 것이다. 여론조사에 따르면 이번 선거에서 승리한 TISZA 당과 당수 머저르 피테르의 지지자들은 대체로 변화된 미디어 환경에 익숙한 젊은이들이었다. TISZA 당은 이들을 대상으로 하여 최신 미디어 환경을 활용하고, 정치적 집회의 장을 마련하여 직접 소통과 간접 소통을 병행하는 전략을 펼쳤다. TISZA 당과 머저르 피테르 당수는 오르반 집권 시기 뜸했던 전국적인 정치 투어 행사 등을 개최하여 정치집회를 젊은이들이 모이는 축제 장소로 만들었고, 이 전략은 적중하였다. 특히 대중적 정치 집회가 오히려 소셜 미디어보다도 젊은 세대에게 효과가 컸던 것으로 나타났다. TISZA 당은 전국적인 순회 정치집회뿐만 아니라, 온라인 소셜 미디어 플랫폼도 선거운동 수단으로 활용하였다. 이를 제대로 활용하지 못한 오르반 정부는 여기서부터 패배하고 있었다.

이번 선거는 단순히 헝가리의 국내 선거라는 성격을 넘어 국제적으로 이목이 집중된 선거였다. 특히 미국의 트럼프, 러시아의 푸틴과 더불어 ‘3대 스트롱맨 정치인’이라고 불리던 오르반 수상의 위상을 고려할 때, FIDESZ 의 참패는 이들에게도 시사하는 바가 작지 않을 것이다. 사실 오르반 수상은 공공연하게 트럼프와 푸틴으로 대표되는 스트롱맨에게 우호적인 입장을 보여왔고, 그들이 행하는 ‘깡패 정치’를 지지하거나 심지어는 모방하려는 행태를 보여왔기 때문이다. 오르반 수상의 이러한 행태에 호응하여 미국도 적극적으로 오르반 수상의 선거운동을 도왔다. 트럼프 대통령은 선거 전날 미국-이란 전쟁의 와중에서도 밴스 부통령을 헝가리에 보내, 오르반을 지지하는 행보를 보였다. 실제로 밴스 부통령은 헝가리에서 공개적으로 트럼프와 통화하는 전화 내용을 생중계(!)하는 등 노골적으로 선거에 개입하기도 하였다. 물론 결과는 실패였지만 말이다.

이번 선거 결과는 트럼프와 푸틴을 위시하여, 이들과 유사한 정치 행태를 보여오던 권위주의적 지도자들은 이번 헝가리 선거 결과가 자신들의 미래를 예측하게 해 주는 타산지석이 될 수도 있다는 점을 간과해서는 안 된다. 이에 반하여 헝가리의 선거 결과를 즐거운 마음으로 받아들이는 측도 있다. 바로 유럽연합과 우크라이나 등이 그들이다. 잘 알려져 있듯이 유럽연합은 자신의 정책, 특히 우크라이나 문제 등과 관련한 정책에 있어 오르반 집권 하의 헝가리와 사사건건 대립하고 있었는데, 이제 선거에서 승리한 TISZA 당이 주도하는 헝가리 신정부와 우호적인 관계를 기대할 수 있게 되었다. 이번 선거에서 TISZA 당이 압승한 요인 중의 하나가 유럽연합과 우호적인 관계를 복원하겠다고 천명한 공약이었다는 분석은 향후 헝가리와 유럽연합의 관계를 짐작할 수 있게 해 준다. 일언이폐지하고 이번 헝가리 총선의 결과가 가장 반가운 나라는 단연 우크라이나일 것이다. 우크라이나-러시아 전쟁의 와중에서 우크라이나를 지원하는 유럽연합의 정책을 사사건건 방해하였고, 우크라이나의 최대 숙원인 유럽연합 회원국 가입을 저지하였던 오르반 정부의 실각은 우크라이나의 입장에서는 가장 좋은 결과라고 할 수 있는 것이다. 헝가리 국내 정치의 결과가 우크라이나의 정치에 영향을 미친 이 사례는 국제정치의 현실을 다시 한번 확인하게 해 주는 사례이기도 하다.

 

 

 

 

 

김지영_
숭실대학교 한국기독교문화연구원
논문으로 〈미국과 영국의 트란실바니아 문제 해결 방안: 1941-1947〉, 〈헝가리의 반유대주의와 홀로코스트 기억 논쟁〉, 〈헝가리 백과사전에 나타난 한국에 대한 서술: 1833-1930〉등이 있고, 저서로 《메타모포시스의 현장: 종교, 전력망, 헝가리》(공저), 《헝가리 현대사의 변곡점들: 역사의 메타모포시스》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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