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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규태,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 책세상, 2005, 630쪽(공저)
책소개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은 『책세상문고·우리시대』를 통해 독자들을 만나온 77명의 저자들이 현재를 살고 있는 20대들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소개하는 서평 모음집이다. 권위와 일방적인 시선을 없애고 개인의 순수한 독서체험을 고백하는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어 저자 개개인의 개성과 취향이 묻어 나온다.
동서양의 고전에서 만화책까지 명성에 의존하지 않고 다양한 분야를 두루 포괄하여 소개하고 있으며, 『걸리버 여행기』와 『로빈슨 크루소』 같이 함께 읽으면 좋은 책을 묶어서 추천하기도 한다. 저자들의 삶에 영향을 미친 책과 잊혀져 가는 가치를 담고 있는 숨어 있는 보석과 같은 책을 찾아내고 있는 『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은 다양한 매체와 정보의 홍수 속에서 책읽기와 멀어져가는 젊은 세대들에게 책을 읽어야 할 이유와 재미를 느끼게 해줄 것이다.
저자
박규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에도 후기 일본 신종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일본언어문화학 전공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일본의 신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현대일본 종교문화의 이해』 『도쿠가와 시대의 철학사상』 『일본신도사』 『국화와 칼』 『신도』 들이 있다.
목차
발간사 '우리시대'의 또 다른 말 걸기, 책으로 가는 지도
1. 이남석 : 내 친구 걸리버 | 조너선 스위프트 걸리버 여행기
2. 히라타 유키에 : 동시대에 씌어진 서로 다른 이야기, 그러나 '통하는' 이야기
| 우에노 치즈코.조한혜정 경계에서 말한다
3. 오현철 : 나의 세계관을 바꾸어놓은 책 | 카를 마르크스 경제학-철학 수고
4. 조현범 : 이분법의 틈새에 새로운 사유를 뿌리내리다 | 정진홍 경험과 기억
5. 임형석 : 공자, 신화를 벗다 | H. G. 크릴 공자-인간과 신화
6. 정준영 : 낯선 것에 익숙해지는 방법 | 신시아 프리랜드 과연 그것이 미술일까?
7. 김욱 : 역사상 가장 유명한 저주받은 걸작 | 니콜로 마키아벨리군주론
8. 구춘권 : 21세기의 역사는 반전할 것인가 | 에릭 홉스봄 극단의 시대 : 20세기의 역사(전2권)
9. 최기숙 : 하얀 멍, 붉은 인사 - <금오신화>를 읽는 시간 | 김시습 금오신화
10. 정태욱 : 내가 나에게 주는 선물 | 장 지오노나무를 심은 사람
11. 주영하 : 옹기장이 입으로 풀어낸 민중의 이야기 | 박나섭나 죽으믄 이걸로 끄쳐버리지
12. 권명아 : '개인의 해방과 자유'라는 개념은 안녕하십니까?
| 캐럴 페이트먼 남과 여, 은폐된 성적 계약
13. 김수경 : 짧은 만남, 그리고 돌연한 이별 | 김소진 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
14. 전재호 : 평화주의자의 눈으로 본 한국 사회의 부끄러운 초상 | 박노자 당신들의 대한민국
15. 김창수 : 21세기와 20세기의 대화 | 리영희.임헌영 대화 - 한 지식인의 삶과 사상
16. 박병상 : 역지사지로 본 '동물의 역습' | 마크 롤랜즈 동물의 역습
17. 정승우 : '씨알'의 자리에서 읽은 한국 역사 | 함석헌 뜻으로 본 한국역사
18. 박애경 : 처용, 그 모호함의 기원을 찾아서 | 유시진 마니(전2권)
19. 정진상 : 진짜 마르크스를 만난다 | 알렉스 캘리니코스 마르크스의 사상
20. 최유준 : '모차르트 효과'는 모차르트를 키워낼 수 있을까 | 노르베르트 엘리아스 모차르트
21. 김경욱 : 당신이 제국의 엘리트라고 꿈꾸는 모든 교양, 그러나 제국주의 앞잡이라고 고백하기 싫어하는 진실 ㅣ 에드워드 사이드 문화와 제국주의
22. 전미영 : 탈신화화를 통한 새로운 문화 해석 ㅣ 마빈 해리스 문화의 수수께끼
23. 서보혁 : 미국의 대북 핵 외교는 합리적인가 ㅣ 리언 시걸 미국은 협력하려 하지 않았다
24. 박동진 : 한국 민주주의 이해하기 ㅣ 최장집 민주화 이후의 민주주의
25. 이창일 : 몸, 욕망의 고깃덩어리를 벗어나다 ㅣ 데즈먼드 모리스 바디워칭 - 신비로운 인체의 모든 것
26. 임종기 : 야생의 사고 ㅣ 미셸 투르니에 방드르디, 태평양의 끝
27. 정철웅 : 시대 조류와 한 개인의 삶 ㅣ 심복 부생육기
28. 공임순 : 가깝고도 먼 나라 북한을 들여다본다 ㅣ 와다 하루끼 북조선
29. 조한욱 : 누가 사소한 것의 역사를 두려워하랴 ㅣ 하인리히 야콥 빵의 역사
30. 박규태 : 종교와 경제, 혹은 사랑과 욕망의 변주곡 ㅣ 나카자와 신이치 사랑과 경제의 로고스
31. 심재관 : 구름의 마음을 읽던 날들의 추억록 ㅣ 오쇼 라즈니쉬 삶의 길, 흰구름의 길
32. 이성용 : 사회학이 무엇인지 알고 싶다면 ㅣ 랜달 콜린스 상식을 넘어선 사회학
33. 조세현 : 아나키즘의 거장 크로포트킨의 핵심 이론 ㅣ 표트르 알렉세예비치 크로포트킨 상호부조론
34. 김고연주 : 결혼은 계륵이다?! ㅣ 또하나의문화 편집부 새로 쓰는 결혼 이야기
35. 이상빈 : 진실과 맞닿은 허구 ㅣ 로맹 가리 새벽의 약속
36. 이영호 : 역사의식을 일깨우는 민중문학의 걸작 ㅣ 신경림 새재
37. 김주삼 : 미술의 바다를 항해하다 ㅣ 에른스트 H. 곰브리치 서양미술사
38. 이경분 : 낭만적 사랑과 반낭만적 사회 비판 ㅣ 베르톨트 브레히트 서푼짜리 오페라
39. 장태한 : 보여주기 싫은 미국의 모습 ㅣ 제임스 w. 로웬 선생님이 가르쳐 준 거짓말
40. 이한우 : 근현대 한국 정치를 읽는 하나의 틀 ㅣ 그레고리 헨더슨 소용돌이의 한국정치
41. 박현수 : 우리의 트라우마를 넘어서기 위해 ㅣ 황석영 손님
42. 김융희 : 신화, 가장 오래된 철학이자 가장 수준 높은 철학 ㅣ 나카자와 신이치 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
43. 이은자 : 실크로드 탐험기를 통해 배우는 역사를 읽는 다양한 눈 ㅣ 피터 홉커크 실크로드의 악마들
44. 김한종 : 조국을 마음 속에 담은 어느 혁명가의 치열한 삶 ㅣ 님 웨일즈 아리랑
45. 김미경 : 잠자고 있는 90퍼센트의 뇌 잠재력을 개발하라 ㅣ 이승헌 아이 안에 숨어 있는 두뇌의 힘을 키워라
46. 조지형 : '상징의 숲'을 걷노라면 ㅣ 샤를 보들레르 악의 꽃
47. 김사천 : 교과서에서 가르쳐주지 않는 지혜, 생활 속의 철학 ㅣ 안지추 안씨가훈
48. 조범환 : 흔들림 없는 구도의 여행 기록 ㅣ 엔닌 엔닌의 입당구법순례행기
49. 홍기빈 : 21세기와 여운형, 냉전 이후의 한반도를 위하여 ㅣ 이기형 여운형 평전
50. 강성호 : 이슬람을 통해 본 세계 문명 ㅣ 이븐 할둔 역사서설
51. 김호경 : 시대에 대한 기행 ㅣ 박지원 열하일기
52. 노서경 : 살아 있는 노동자들의 역사 ㅣ 에드워드 파머 톰슨 영국 노동계급의 형성
53. 선우현 : 우리의 삶은 더 나은 방향을 향해 가고 있는가 ㅣ 헬레나 노르베리-호지 오래된 미래
54. 김용복 : 1990년대 위기를 통해 본 일본의 미래 ㅣ 모리시마 미치오 왜 일본은 몰락하는가
55. 신성곤 : 오리엔탈리즘의 그늘에서 팍스 몽골리카를 바라보다 ㅣ 박한제 외 유라시아 천년을 가다
56. 유기환 : <이방인> 혹은 현대 소설의 시작 ㅣ 알베르 카뮈 이방인
57. 김창현 : 미완의 역사, 미완의 완결 ㅣ 홍명희 임꺽정
58. 박지현 : 존재에 대한 인식의 지평을 열다 ㅣ 이부영 자기와 자기실현
59. 장시복 : 마르크스의 <자본론>, 세계를 뒤흔들다 ㅣ 카를 마르크스 자본론(전3권)
60. 김영건 : 여기 진실한 두 인간이 있다 ㅣ 김형국 장욱진 : 모더니스트 민화장
61. 하승우 : 자발적인 예속과 불량의 윤리학 ㅣ 후지따 쇼오조오 전체주의의 시대경험
62. 김찬호 : 정보 문명을 조망하는 학제 간 지성의 심포니 ㅣ 마츠오카 세이고 정보문화학교
63. 최정기 : 죽음의 고통과 희망 ㅣ 빅터 프랭클 죽음의 수용소에서
64. 박대재 : 우리 시대에 살아 있는 고대로부터의 문화 ㅣ 왕력 중국고대문화상식
65. 정성희 : 초보 학자의 중국 과학사 탐구기 ㅣ 조셉 니덤 중국의 과학과 문명
66. 이종록 : 성서학자가 읽은 진화 이야기 ㅣ 딜런 에반스 진화심리학
67. 탁석산 : 문제는 통찰력이다 ㅣ 조지 오웰 1984
68. 이나미 : 길을 찾는 소시민을 위한 책 ㅣ A. J. 크로닌 천국의 열쇠
69. 김태만 : 21세기와 바다, 그리고 중국 ㅣ 개빈 멘지스 1421 중국, 세계를 발견하다
70. 김대영 : 전쟁의 포화 속에서 피어난 휴머니즘 찬가 ㅣ 조지 오웰 카탈로니아 찬가
71. 이태하 : 참된 행복을 찾아서 ㅣ 아나톨 프랑스 타이스. 붉은 백합
72. 김진수 : 낭만적인 사랑과 동경의 초상 ㅣ 노발리스 파란 꽃
73. 정유성 : 인간에 대한 가없는 믿음 ㅣ 파울루 프레이리 페다고지
74. 김동훈 : 철학자가 쓴 한국 사회 불평등론 ㅣ 김상봉 학벌사회
75. 김선욱 : 우리 가까이에 있는 법 ㅣ 김두식 헌법의 풍경
76. 김영진 : 깨끗한 문장의 매력 ㅣ 어니스트 헤밍웨이 헤밍웨이 전집 3
77. 이지명 : 이기주의를 도덕적 공론의 장으로 끌어들인 지적 도발 ㅣ 요리후지 가츠히로 현명한 이기주의
출판사리뷰
1.‘우리시대’의 또 다른 말 걸기,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책읽기 지도
2005년 3월로 통권 100권을 출간한 책세상문고·우리시대가 100권 출간 기념서. 그동안 우리시대를 통해 독자들과 소통해온 필자들이 오늘의 20대에게 추천하고 싶은 책을 한 권씩 소개하는 글을 모아 엮은 책이다.
100권의 필자 중 77명이 참여해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역사,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포괄하는 77권의 책을 소개한《20대에 읽어야 할 한 권의 책》은 책읽기와 점점 멀어져가는 젊은 세대를 실제 독서로 이끌 수 있는 길잡이 역할에 초점을 두었다. 즉 누구나 동의하는 명저지만 독자들이 읽기 어렵고 또 읽을 가능성이 적은 책들로 채워진 기존의 추천도서 목록을 탈피해, 새로운 세대를 위한 새로운 감각의 책읽기 지도(地圖)를 꾸미고자 했다.
전문적인 학술서보다는 삶과 세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도록 도움을 주는 책, 인지도는 높지 않더라도 오늘을 사는 독자들이 꼭 읽었으면 하는 책. 필자의 전공과 책의 장르에 상관없이 다양한 주제를 망라하는 폭넓은 스펙트럼. 이것이 이번 기념서가 지향하는 방향이다.
우리시대 필자들이 마련한 이 새로운 책읽기 지도는 그동안 애정과 비판으로 우리시대를 격려해준 독자들에게 전하는 감사의 선물이자, 100권 출간의 기쁨을 함께 누리는 축제의 자리이며, 또한 우리시대가 앞으로 우리 사회의 현안들에 대해 더욱 치열한 논쟁을 펼쳐나가기 위해 잠시 호흡을 가다듬는 휴식의 공간이라고 할 수 있다.
2. 책을 만나다 ― 고백적 독서 에세이
새로운 책읽기 지도를 위해서는 새로운 어법이 필요한 법이다. 이 책이 말하는 방식은 기존에 흔히 쓰이던 책 소개 방식을 벗어나 있다. 즉 전문가가 다른 전문가를 일방적으로 재단하는 방식이나 책에 담긴 정보를 건조하게 전달하는 방식을 지양한다.
그래서 각 글은 전문적인 리뷰가 아니라, 개인의 독서 체험을 고백하는 자유로운 에세이 형식을 띠고 있다. 그 안에는 필자들이 책과 만나게 된 사연, 책에 얽힌 추억, 책에서 얻은 성과와 영향, 자신의 학문 세계와의 연결 고리, 책을 바라보는 자기만의 독특한 해석 등이 어우려져 있다. 그 책에 대해 그 필자만이 쓸 수 있는, 필자의 개성과 취향을 적극적으로 반영하는 독특한 책 이야기인 것이다.
3. 동서양의 고전에서 만화책까지, 풍요로운 책의 세계
이 책이 소개하는 77권의 면면은 실로 다채롭다. 정치, 경제, 사회, 문학, 역사, 예술, 과학 등 다양한 분야를 두루 포괄하며, 동서양의 고전에서 최근의 신간까지 폭넓은 스펙트럼을 펼쳐 보인다. 마르크스의《경제학-철학 수고》와《자본론》, 크로포트킨의《상호부조론》같은 고전이 있는가 하면, 김동훈의《학벌사회》, 김두식의《헌법의 풍경》같이 우리 사회의 현재적 문제를 파고든 신간이 있다. 문학에서는《금오신화》,《열하일기》와 함께 황석영의《손님》, 김소진의《눈사람 속의 검은 항아리》가 같이 있으며, 《파란꽃》,《걸리버 여행기》,《타이스》를 거쳐《이방인》,《카탈로니아 찬가》그리고《방드르디, 태평양의 끝》에 이른다. 신경림의《새재》와 보들레르의 《악의 꽃》은 드물게 보이는 시집이다.
영국 역사학자 톰슨의《영국 노동계급의 형성》과 함께 왕력의《중국고대문화상식》, 중세 아랍의 역사학자 이븐 할둔의《역사서설》이 함께 자리해 균형을 잡아주고 있으며, 야콥의 《빵의 역사》나 나카자와 신이치의《신화, 인류 최고의 철학》은 신문화사나 신화에 대한 독자들의 관심을 반영한다. 또《오래된 미래―라다크로부터 배운다》나《동물의 역습》은 세계화 시대의 새로운 삶의 양식과 환경 문제에 대한 관심을 일깨우며,《남과 여, 은폐된 성적 계약》과《새로 쓰는 결혼 이야기》같은 책들은 여성 문제와 성 담론에 대한 문제의식을 제기하고 있다.
4. 삶을 뒤흔든 한 권의 책
때로 책은 한 사람의 삶의 행로를 결정하기도 한다. 후배들을 위해 한 권의 책을 고르면서, 필자들은 자신의 20대에 혹은 인생 전체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친 특별한 책들의 사연을 들려준다.
이른바 386세대로서 대학 졸업을 앞두고 운동에의 투신도 취업도 아니라면 도대체 무엇을 할 것인가라는 고민에 빠졌던 구춘권은 홉스봄의 저작들을 계기로 공부를 인생의 목표로 설정하게 되었다고 회상한다. 장기수들에 대한 박사 학위논문을 준비하면서, 도대체 무엇이 장기수들에게 그토록 오랜 기간을 견디도록 한 것인지 의문을 풀지 못했던 최정기는 프랭클의《죽음의 수용소에서》를 통해 인간의 내재적인 힘과 희망이 고통 속에서도 삶을 유지하게 하는 힘이라는 것을 깨닫는다.
사회학자 이성용은 학위를 받고 강의를 하면서도 ‘사회학이 무엇인가?’라는 질문에 대한 답을 얻지 못하다가 콜린스의《상식을 넘어선 사회학》을 통해 명쾌한 설명을 얻을 수 있었으며, 김치박물관에서 일하면서 김치와 옹기의 관계를 연구하던 주영하는《나 죽으믄 이걸로 끄쳐버리지》라는 옹기쟁이의 책을 접한 후 옹기 가마를 찾아 다니며 새로운 세상을 보게 되었다고 말한다.
또 치열했던 1980년대 초반 대학의 빈 강의실에서 노발리스의《파란꽃》을 읽었던 김진수는 그때 그 책을 통해 현실에서는 사라진 줄 알았던 낭만적인 사랑과 혁명의 꿈을 되살려낼 수 있었다고, 그 책을 읽지 않았다면 지금의 자신은 존재하지 않았을지도 모른다고 회상한다.
이처럼 필자들의 젊은 시절을 뜨겁게 했던 특별한 독서 체험에 대한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이 현란한 ‘디지털 시대, 이미지의 시대’에도 책을 읽어야 하는 이유를 어렴풋이나마 깨닫게 되지 않을까.
5. 뜻밖의 어울림이 주는 색다른 감동
일견 어울리지 않아 보이는 필자와 책의 조합을 발견하는 것도 이 책을 읽는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이는 필자들이 자신의 전공과 상관없이 자유롭게 책을 고르는 즐거움을 누린 덕분이다. 지식인으로서 누군가에게 책을 소개할 때 작용하기 쉬운 여러 가지 제약과 허위의식을 버리고, 인생의 선배로서 후배들에게 솔직한 독서 체험을 전하는 글들은 색다른 감동을 선사한다.
가령 현대 영미철학을 전공하는 김영건은 화가 장욱진의 삶과 작품 세계를 들여다볼 수 있는《장욱진 : 모더니스트 민화장》을 통해 한 가지에 미친다는 것, 한 사람을 지극히 사랑한다는 것의 의미를 성찰하는 한편, 이 땅에서 그림을 그린다는 것의 의미를 끊임없이 모색했던 장욱진을 거울 삼아 ‘수입상의 철학’이라는 비판을 받는 한국 서양철학의 현실을 돌아보고 있다.
‘우리시대’에서 탄핵의 대의와 절차, 한계를 꼼꼼히 따졌던 역사학자 조지형은 중학 시절 지적 충격을 안겨준 보들레르의《악의 꽃》을 통해 인습과 권태에 빠진 현대인의 가련한 자화상을 비판하고, 순간성으로 가득한 현대 사회에서 영원성을 찾으려고 했던 보들레르의 전율과 고통을 전해준다. 또 성서학자 이종록은 인간의 삶을 하나님과의 종교적 관계로 설명하는 기독교의 시각을 탈피해, 진화론을 바탕으로 인간의 마음을 이해하는 딜런 에반스의《진화심리학》을 소개한다. 진화론을 믿더라도 내놓고 주장하기 어려운 기독교의 현실에서, 현직 목사이기도 한 저자의 이러한 시각은 놀라운 파격인 셈이다.
6. 사이 좋은 혹은 사이 나쁜 짝패 ―‘같이 읽으면 좋은 책’
책세상은 필자들에게 또 하나의 부탁을 했다. 추천하는 책 외에 ‘같이 읽으면 좋은 책’을 소개해달라고 한 것이다. 이는 기계적인 유사 도서 소개가 아니라, 추천 책의 의미를 더욱 풍부하게 확장해주고 때로는 전혀 다른 시각을 제시하는 등 독자들에게 좀더 풍요로운 독서 체험을 제공하기 위한 장치다. 필자들은 두 권을 같이 읽음으로써 주제를 총체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책, 서로 보완적 역할을 하는 책, 때로는 같은 주제를 다룬 다른 장르의 책이나 상반되는 시각에서 씌어진 책 등 다양한 책의 조합을 보여주었다.
18세기 중국 사회를 배경으로 하는 심복의 자전적 소설《부생육기》와, 심복 같은 좌절한 지식인이 배출될 수밖에 없었던 당시의 사회 현실을 보여주는《18세기 중국사》를 같이 읽을 것을 권하는 정철웅의 글은 상호 보완적 독서의 예에 속한다. 조지 오웰의 소설에서 비극 속에 깃든 인간애와 낙관적 세계관을 읽어내는 김대영은 스페인 내전을 그린 오웰의《카탈로니아 찬가》와 함께 조정래의《태백산맥》을 묶었으며, 실존했던 한 인간으로서의 공자와 신화적이고 초월적인 존재로서의 공자를 대비시킨 크릴의 《공자―인간과 신화》를 추천한 임형석은 독자들이 한 걸음 더 나아가 공자의《논어》에 도전해볼 것을 권한다.
또 김욱의 소개대로 마키아벨리의《군주론》과 키케로의《의무론》을 같이 읽는 것은 세계를 보는 관점과 처방이 얼마나 극단적으로 다를 수 있는지 확인하는 계기가 될 것이며, 똑같이 동화적 여행기의 성격을 띠는《걸리버 여행기》와《로빈슨 크루소》를 짝지은 이남석의 안내에 따르면, 당시 영국 사회의 모순에 대한 비판과 자본주의적 인간형에 대한 찬양이라는 상반된 시각을 읽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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