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례와 구마노고도 news letter No.505 2018/1/16 산다는 건 알든 모르든 하나의 순례가 아닐까? 지난해 가을, 사람들이 왜 땅을 ‘대지의 모신(母神)’이라고 불렀는지를 새삼 반추하면서 아내와 함께 일주일에 걸쳐 구마노고도(熊野古道, 총 212.2km)를 걷고 왔다. 어머니 대지는 우리에게 생명을 주기도 하고 그것을 죽음으로 회수하기도 한다. 상반된 두 얼굴을 가진 땅은 그러나 지금도 ‘치유의 길’을 통해 우리에게 살아갈 힘을 주고 있다. 아마도 모든 ‘신에의 순례’는 먼저 ‘땅의 순례’일 것이다. 지중과 연결된 피뢰침이 벼락의 폭력을 중화시키듯이 땅은 자신을 밟고 넘어가는 순례자의 온갖 상처를 조용히 흡수하여 치유와 재생이라는 선물을 수여해 준다. 그래서인가 특히 1990년대 이래 포..
뉴스 레터
2018. 1. 16. 19:5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