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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진홍, 존 S. 음비티,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 현대사상사, 1979(역)

African religions & philosophy

책소개

아프리카의 종교형태와 사상에 대한 입문서격의 저술. 아프리카의 민간신앙에 대한 다양한 자료를 중심으로 아프리카 종교의 특성을 기술하고 있다. 특히 아프리카 종교의 특성으로 '조상혼령 숭배'를 강조하고 있는 본 저서는 아프리카의 종교를 이해하기 위해 반드시 읽어야 하는 필독서이다.

이 책에서 다루고 있는 아프리카의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가 식민지가 되기 이전, 그러니까 기독교나 이슬람교가 별로 깊이 뿌리 박지 않은 사회에서의 전통적인 사상이나 관습만을 취급하고 있다. 그러나 이 책을 서술해나가면서 나는 마치 그 철학적인 이념이나 종교적인 관습이 지금도 수행되고 있는 양 현재형으로 표현하였다. 아프리카에서 급격한 변화가 일어나고 있다고 하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그래서 전통적인 이념은 변화하는 상황에 따라 파기되고 수식되며, 채색되어가고 있다. 그렇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전통적인 것이 완전히 바뀌어졌거나 잊혀져서 그 흔적을 찾을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 그것은 잘못이다. 변화가 있다 해도 그것은 지극히 피상적인 것이고 다만 물질적인 삶의 측면이다.

음비티의 삶과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African Religions and Philoso-phy)≫은 케냐의 신학자 존 음비티가 1969년에 출간한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개괄서다. 이 책은 동부 아프리카의 스와힐리 문화권을 중심으로 아프리카 대륙 전역에서 수집한 민족지와 신화 등을 분석해 아프리카인의 일상에 녹아 있는 민간신앙의 구조와 행위, 사고관에 대해 기술하고 있다. 음비티는 1969년에 이 책을 출간하면서 학계의 주목을 받기 시작했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하이네만(Heinemman)에서 초판이 나온 이래 13쇄까지 인쇄가 되었다. 20년이 지난 1989년에 논쟁을 통해 도출된 문제점을 수정 보완한 개정판이 마련되어 1990년에 출간되었다. 이후 1997년과 1999년에 2쇄와 3쇄가 출판되었다.

음비티는 아프리카인이 인식하고 있는 영적 개념이 사사와 자마니라는 시간 개념을 통해 이해 가능하다는 입장을 취하고 있다. ‘영적 존재, 스피릿과 살아 있는-죽은 존재’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을 이해하기 위한 핵심 내용이다. 아프리카의 신앙 형태는 다양하지만 이들을 함께 묶을 수 있는 공통분모를 꼽으라면 단연코 ‘살아 있는-죽은 존재’라고 할 수 있다. 그리고 음비티는 아프리카인의 삶에 절대적인 영향력을 행사하는 살아 있는-죽은 존재 이외에도 아프리카 사회에 현존하는 다양한 형태의 신적인 존재와 스피릿에 대해 논하고 있다. 이들 신적인 존재와 스피릿, 살아 있는-죽은 존재 등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아프리카인의 독특한 시간 개념에 대한 이해가 선행되어야 함은 물론이다.

아프리카인들이 한편으로는 두려워하면서도 소유하고 싶어 하는 신비한 힘의 종류와 기능, 그리고 이를 바탕으로 한 아프리카인들의 독특한 윤리관에 대해서도 설명하고 있다. 마술과 주술, 사술 등 신비한 힘은 아프리카인의 일상을 지배하는 초자연적 힘으로, 이들 사이의 구분은 현실적으로 불가능하다. 다만 이들 신비한 힘은 긍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 아니면 부정적인 목적으로 사용하는가에 따라 ‘선한’ 행동과 ‘악한’ 행동으로 갈린다. 엄격한 구분은 될 수 없지만 일반적으로 마술과 주술은 긍정적인 측면이 강조되는 반면 사술은 부정적인 측면이 강조된다고 이해할 수 있다. 아프리카인은 이들 신비한 힘이 개인과 사회에 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는가 아니면 해로운 방향으로 사용되는가 하는 데에 촉각을 곤두세운다. 여기에서 아프리카인의 독특한 윤리관이 등장한다. 음비티 스스로가 이해하지 못한다고 고백했던 윤리관의 논리는 사실 외부인의 관점에서 볼 때 당혹스러운 것이 사실이다. 음비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에게 선과 악의 기준은 절대적이 아니라 상대적이다. 선과 악을 가르는 어떤 윤리적, 도덕적 절대 기준이 있는 것이 아니라, 어떤 행동이(신이나 스피릿에 의해) 처벌을 받을 경우 그것을 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한다. 따라서 우리가 악한 행동이라고 생각하는 것이 아무런 영적 처벌 없이 지나간다면 그것은 악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예를 들어, 간음을 했어도 결과적으로 아무에게도 들키지 않고 어떤 영적 처벌을 받지도 않았다면 간음 행위는 ‘악한’ 행동이 아닌 것이다. 음비티에 따르면 아프리카인에게 있어 유일한 선과 악의 윤리적 기준은 공동체의 질서 유무이다. 아프리카인은 공동체의 질서를 깨트리는 행위를 악한 행위로 인식하고 있는 반면, 질서가 유지되는 한 어떤 행동도 용납될 수 있다는 태도를 취한다고 설명한다.

아프리카 종교 또는 민간신앙, 보편성과 특수성 논쟁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 신앙과 사고 체계를 종합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훌륭한 입문서다. 원저자인 존 음비티는 저명한 신학자로, 신앙심 깊은 종교인으로, 아프리카 문화에 대한 깊은 자긍심을 가진 아프리카인의 입장에서 이 책을 써 내려갔다. 무엇보다 음비티는 기독교의 도입으로 인해 아프리카 고유의 신앙 형태가 저평가 또는 왜곡되는 것을 경계하는 모습을 보인다. 음비티는 이 책에서 아프리카의 신앙 형태와 행위가 체계적이며 아프리카 고유(전통이라고 표현한)의 생활양식에 바탕을 두고 있는 문화 현상이라는 점을 강조한다. 이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의 일반적인 견해에 대한 정면 도전이었다.

그동안 아프리카 신앙 형태에 대한 외부인, 특히 유럽인의 시각은 부정적이거나 경멸적이었다. 아프리카에는 체계적인 신앙 형태나 사고 체계가 없고 미신이나 (흑)주술, 악마 사냥, 주술사 등 비논리적이고 감정적인 신앙 행위가 있을 뿐이라는 것이 서양 종교학자들의 입장이었다. 따라서 아프리카의 신앙 행위는 타파되어야 할 대상이며, 기독교가 도입되면서 아프리카 민간신앙은 소멸할 것이라는 것이 일반적인 견해로 받아들여졌다. 하지만 이는 아프리카 민간신앙이 지니고 있는 역동성을 간과한 것이다. 그동안의 역사를 보면 아프리카 민간신앙은 이슬람과 기독교 등 보편 종교에 의해 대체되지 않고, 오히려 이들을 민간신앙의 영역으로 끌어들이는 놀라운 생명력을 보여주고 있다. 아프리카 전역에 존재하는 아프리카화된 이슬람과 기독교의 모습은 이를 잘 반영한다.

아프리카 민간신앙의 저력은 어디에 있을까? 이는 민간신앙이 아프리카인의 삶과 직접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에서 찾아볼 수 있다. 아프리카인에게 민간신앙은 단순히 ‘믿는’ 종교의 차원을 넘어선다. 아프리카인에게 민간신앙은 삶 그 자체이기 때문에 외부에서 들어온 종교를 포용하는 저력이 있다고 본다. 아프리카에서 기독교 등 보편 종교는 민간신앙과 대립하기보다는 상호 보완 관계에 있다고 보아야 할 것이다. 이런 점에서 음비티의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 사회와 민간신앙 사이의 유기적인 관계를 잘 설명하고 있는 중요한 책으로 남아 있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이 이처럼 아프리카 민간신앙에 대한 긍정적인 관점에서 기술되었지만 아쉽게도 그 한계는 보이고 있다. 음비티의 저서가 아프리카의 종교 형태와 실천에 대해 ‘모든’ 것을 말해주고, ‘절대적인’ 사실을 담고 있는 것은 아니라는 점을 독자들은 유의해야 한다. 이 책의 내용은 전적으로 존 음비티라는 개인의 견해일 뿐이며, 책이 출간된 이후 비판적 논쟁이 지속되어 왔다는 점을 기억해야 한다.

가장 먼저 지적되어야 할 것은 아프리카 종교 또는 민간신앙을 바라보는 시각이다. 음비티는 자신의 주장을 피력하기 위해 다양한 형태의 자료를 인용하고 있다. 문제는 그 자료들이 1969년 이전의 자료에 한정되어 있다는 점이다(원전의 초판이 1969년에 출간되었다고 해도 1989년에 개정된 개정판에 1969년 이후의 자료가 실리지 않았다는 점은 아쉬운 대목이다). 이는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의 어쩔 수 없는 한계로 지적될 수밖에 없다.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에서 사용한 자료는 대부분 인류학 보고서와 민족지에 의존하고 있는데, 당시의 민족지는 (구조-)기능주의에 이론적으로 기대고 있기 때문에 자료 수집이나 분석이 특정 방향으로 편향된 모습을 보여준다. 특히 군데군데 인용된 비학술적인 인용문, 예를 들어, ‘친구가 말하는데….’ 등의 표현은 본 책이 가져야 할 논리적 정당성을 훼손하고 있다. 더욱이 현대 아프리카 사회에 서구식 미래 개념이 보편화된 지금, ‘전통’ 사회의 시간 개념을 언급하는 것은 시대에 뒤떨어진 생각일 수도 있다. 아프리카 민간신앙이 가진 역동성을 고려할 때 민간신앙에 서구식 미래 개념이 도입되는 것이 부정적이라고 볼 수만은 없을 것이다. 오히려 ‘전통’은 보호되고 지켜져야 할 것이라는 (구조-)기능주의적 관점은 현대사회에서 수정되어야 할 것이다. ‘전통’의 한 부분으로서 민간신앙은 박물관에 박제된 유물이 아니라 항상 현재적 맥락에서 문화 접변을 통해 새로운 모습으로 거듭나는 현재진행형이기 때문이다.

이 책에서 주의해야 할 또 다른 문제는 일반화의 오류이다. 물론 개괄서의 성격을 띠고 있기 때문에 일반화의 오류를 피할 수는 없겠지만,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에서 중심 개념으로 등장하는 사사와 자마니는 특수한 사례를 일반화한 대표적인 개념으로 지적될 수 있다. 사사와 자마니는 동부 아프리카 스와힐리 문화권에서 통용되는 시간 개념이다. 음비티는 사사와 자마니를 통해 동부 아프리카 스와힐리 문화권의 시간 개념을 훌륭하게 분석했지만, 이것이 아프리카 대륙 전반에 적용되기에는 약간의 무리가 따른다고 본다. 스와힐리 문화권 외의 지역에 사사/자마니와는 다른 시간 개념이 존재할 수도 있을 것이다. 오히려 사사와 자마니의 개념도 현대적 맥락에서 재해석되어야 할 소지가 있을 것으로 보인다. 음비티의 지적처럼 향후 이에 대한 연구가 집중적으로 진행되어야 할 것이다.

이런 문제점에도 불구하고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은 아프리카의 민간신앙에 관심 있는 사람은 반드시 읽어보아야 할 필독서임을 부정할 수 없다. 아프리카 종교에 대한 개괄서는 적지 않게 출간되었지만, 아프리카인의 관점에서 아프리카 민간신앙을 분석한 사례는 드물기 때문이다. 책이 나온 지 40년이나 지났지만, ≪아프리카 종교와 철학≫이 아프리카 종교 분야에서 고전으로 꼽히는 이유는 여기에 있다.


저자

존 음비티(John S. Mblti, 1931- )

목차

머리말

1. 序論

2. 아프리카 宗敎와 哲學에 ...
初期 硏究方法과 態度
現代 및 最近의 硏究

3. 時間
인 時間과 實際的인 時間
時間의 헤아림과 年代記
過去ㆍ現在ㆍ未來
歷史와 歷史以前
時間과 人間의 삶
죽음과 不死
時間과 空間
未來의 發見

4. 神
神의 永遠性과 履性
神의 道德性

5. 神의 活動
創造
도우심과 持績
人間의 苦痛과 神
神의 다스림
人間의 歷史와 神

6. 神과 自然
神의 神人同形同性的 屬性
神ㆍ動物ㆍ植物
神ㆍ自然의 事物 및 自然現象...

7. 神에의 禮拜
犧牲祭儀와 供儀
祈禱ㆍ祈願ㆍ祝福ㆍ人事
禮拜에 따르는 기타 사소한 ...
宗敎的인 仲介者 및 宗敎專門...
禮拜의 때와 場所

8. 靈的 存在ㆍ靈ㆍ살아 있는...
神的인 存在들과 神의 同役者...

살아 있는─死者

9. 人間의 創造와 人間의 原...
入間의 創造 및 起源
人間의 原狀態와 人間을 爲한...
神과 人間의 分離

10. 種族ㆍ親族ㆍ個人
種族ㆍ民族ㆍ아프리카人
親族
家族ㆍ世帶ㆍ個人

11. 出生과 幼年期
姙娠
出産
幼兒의 作名과 養育

12. 通過儀禮와 成年式
아캄바族의 通過儀禮
마사이族의 通過儀禮
난디族의 女性通過儀禮S. Ch...
은데벨레族의 成年式

13 結婚과 出産
結嬌과 出産의 準備
結婚相對者의 選擇
約婚式과 求婚期間
結婚式
"複婚制" 및 아내나 남편의 ...
離婚과 別居
結婚生活과 性

14. 죽음과 來世
은데벨레族과 죽음
아발루이야族과 죽음
죽음의 原因과 意味
來世
魂의 運命

15. 宗敎專門家들 ─呪醫ㆍ雨...
呪醫
靈媒와 占術師
雨師
王ㆍ女王ㆍ統治者
司祭ㆍ豫言者ㆍ敎祖

16. 神秘한 힘ㆍ呪醫ㆍ魔法師...

17. 惡ㆍ倫理ㆍ正義의 槪念...
惡의 起源과 本性
賠償과 處罰
要約 및 結論

18. 變化하는 人間과 그의 問...
急激한 變化의 原因
變化의 性格
急激한 變化의 諸問題

19. 아프리카의 基督敎이슬람...
아프리카의 基督敎
아프리카의 이슬람敎이 절을...
아프리카의 기타 傳統宗敎

20. 새로운 價値ㆍ새로운 自...
宗敎의 主張
이데올로기의 主張
結論 : 아프리카 딜레마 속에...

譯者後記

參考文獻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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