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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도시 종교용지 독점과 은행 대출상품

2011.7.12



도시화의 가장 뚜렷한 특징 중 하나가 신도시이다. 최근 신도시로 대표되는 고층 아파트 단지들이 곳곳에 세워지며 이전과는 다른 새로운 주거 단지를 형성하고 있다. 신도시 건설에서 특별한 용지로 주목받는 것이 학교용지와 종교용지이다. 학교용지의 배려는 일정기간동안 의무교육을 시행하고 있는 나라이기에 충분히 이해가 된다. 그런데 종교용지의 배려는 종교의 자유와 정교분리제도를 운영하는 나라에서 좀 다른 차원의 이해가 필요하다. 특히, 주민의 종교생활의 편리를 위한다고 하지만 우리나라와 같은 다종교사회에서 공공개발이라는 이름으로 제공되는 종교용지를 특정종교가 독식한다고 한다면 문제가 있는 것이 아닌가.

일반적으로 신도시 계획을 수립할 때 종교용지를 지정하고 이를 종교단체에 공급한다. 최근 들어 종교 간의 경쟁이 과열되면서 신도시 종교용지 수요가 급증하고 있고 이에 따라 종교용지에 대한 논란이 발생되고 있다. 국가는 종교시설의 난립을 방지하기 위해 종교시설의 적절한 양과 배치와 관련된 토지이용계획을 시행하고 있다. 특히 신도시 계획에는 종교시설이 택지개발 내에 설치 운영될 수 있도록 종교부지가 배정되어 있다. 신도시 내 종교시설을 건축하기 위해서는 사업시행 초기단계에 공급절차에 따라 종교용지를 확보해야만 한다. 2007년 3월 국회인권포럼에서 <신도시계획상 종교부지확보 및 종교기능에 맞는 부지선정을 위한 세미나>가 개최된 것과 최근 김포한강신도시 종교용지 공급과 관련하여 개신교의 강력한 반발은 이런 논란의 상황을 대변해주고 있는 것이다. 이와 같은 종교용지 공급과 관련된 주요한 논란은 바로 종교간 형평성과 종교용지 공급계획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요인에서 비롯된다.

현재 시행되고 있는 종교용지 공급방식은 종교 간 형평성을 고려하여 배정되기 보다는 그저 자본의 힘이 지배하는 시장의 논리에 따라 배정하다 보니 특정 종교에 편중되는 결과를 낳고 있다. 일산신도시나 분당신도시 그리고 최근 판교신도시 종교용지 공급현황을 살펴보면 특정종교 특히 개신교 독점화현상이 두드러지게 나타나고 있다. 한 예로 판교신도시 종교용지 점유상황을 살펴보면, 종교용지 20필지 중 개신교가 15필지, 천주교 2필지, 불교 1필지 등 개신교가 75%를 차지하고 있다.

신도시 종교용지의 특정종교의 독점화 현상은 무엇보다 토지공사 등 사업 시행사의 종교용지 공급계획에서 나타나는 구조적 요인에 있다. 신도시 사업 시행사는 신도시 주민의 다양한 종교 활동을 보장하기 위해 종교용지 공급계획을 수립하였으나, 의도와는 다르게 특정종교의 종교용지 독점화 양상을 발생시켰다. 신도시 종교용지 공급은 종교를 통제할 목적으로 만들어진 것은 아니지만 종교용지 공급계획은 ‘의도하지 않은 통제’로 작용하게 된 것이다. 거대한 종교용지의 면적과 그에 따른 분양가는 어마어마한 재정적 규모를 요구한다. 이 때문에 종교용지 입찰 경쟁은 재정 동원 능력을 갖춘 일정한 규모 이상을 가진 종교단체가 아니면 애초 접근이 불가능하다. 즉, 재정 동원 능력의 차이로 인해 ‘자유 경쟁’이 아닌 ‘제한적 경쟁’의 국면 양상을 보이고 있다는 것이다. 따라서 본의 아니게 종교의 물신화(物神化)를 촉진하고 문제가 많은 대형종교단체를 키우고 있다.

판교신도시의 경우, 300평에서 1500평의 종교용지를 평당 800-900만원에서 공급했기 때문에 분양가만 25억에서 120억을 지불해야 만이 종교용지를 확보할 수가 있다. 여기에 종교시설 건축비용을 추가하면 그 액수는 어마어마하다. 이것이 종교용지 공급계획에서 특정종교의 종교용지 독점화현상을 발생시키는 데 주요한 요인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종교간 재정적 동원 능력의 차이는 종교단체의 재정적인 규모에서도 발생하지만 종교단체에 차별적으로 운영되고 있는 은행 대출상품으로 인하여 더욱 심화되고 있다. 농협 등 일부 은행들이 가장 자본주의적 종교인 개신교만을 위한 특정 대출상품을 개발하고 시행하고 있기 때문이다. 상대적으로 개신교 이외의 종교단체의 신도시 진출은 재원확보의 기회가 없어 그만큼 어려움을 겪고 있다. 물론 은행의 입장에서는 개신교만의 상품을 개발한데는 그만한 이유가 있을 것이다. 기독교이외 다른 종교들은 신도의 정체성이 불분명하고 종교단체의 재정운영방식도 불투명하기 때문에 대출상품 개발이 어려울 수 밖에 없을 것이다.

어떻든 전국 시중 은행 가운데 개신교만을 위한 ‘교회 대출’상품을 운영하는 곳이 적지 않다. 농협중앙회와 수협중앙회, 신한은행, 한서저축은행, 삼신저축은행 등 5곳이나 된다. 농협중앙회는 시중 은행 가운데 최초로 2001년 4월 ‘교회 대출’ 상품을 출시해 운영하고 있다. 수협중앙회는 2001년 11월부터 ‘샬롬 교회자금 대출’과 ‘샬롬 교회건축자금 대출’ ‘그레이스론’ 등의 대출상품을 운영하고 있다. 따라서 타종교에 비해 개신교의 경우 쉽게 재원을 마련할 수 있기 때문에 신도시 종교용지를 분양받고 종교시설을 건축함에 있어 다른 종교보다 더 용이하게 신도시에 진출할 수 있다. 더욱이 개신교 신자 수가 정체되어 있는 상황에서는 새로운 종교시장으로 각광받는 신도시 진출에 많은 관심을 가질 수밖에 없다.

이상과 같이 신도시 종교용지 독점적 점유양상은 다종교사회인 한국사회에서 시사하는 바가 적지 않다. 그렇다면 신도시 종교용지 공급과 관련된 논란을 해결할 수 있는 방안은 없는 것인가? 판교신도시 종교용지 공급의 사례에서 주목되는 것은 개발지역에 소재하고 활동하고 있었던 종교시설에게 공급하는 우선공급을 제외한 일반공급 종교용지 3필지를 불교, 천주교, 원불교를 1순위로 우선 지정하여 공급한 바 있다. 이와 같이 종교용지를 종교간 형평성 있게 배분하여 공급하는 방식도 해결 방안이 될 수 있지만 무엇보다도 해결되어야 할 사항은 종교시설의 대형화를 조장하는 종교용지의 크기와 규모이다. 종교용지의 적정 수 못지않게 적정규모에 대한 고민 없이는 종교용지 논란을 해결할 수 없을 것이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에서 대형종교시설들의 문제가 제기된 지 오래다. 결론적으로 신도시 주민들의 원활한 종교생활을 위해 국가에서는 다종교상황을 고려한 객관적인 기준을 통해 제도개선 방안을 모색하여 택지개발 내 종교의 형평성을 고려한 공급계획과 방식이 조속히 이루어져야 할 것이다. 이를 통해 신도시 내 종교인의 다양한 종교 활동을 담보해야 할 필요가 있다.

허남진_

한신대 강사

heonj@paran.com


최근 논문으로는 <신도시개발이 종교지형 및 경관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연구-분당신도시를 중심으로>,
<한국 불교 성지의 형성>,

<종교성지의 현대적 의미>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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