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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163호-신화로 그리는 마음의 지도 (이창익)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6. 21. 17:36

신화로 그리는 마음의 지도


2011.6.21



본 연구소는 7월2일(토요일)1시30분 출판문화회관에서 한국사회 신화담론의 현주소를 살펴보기 위해 "한국사회 신화담론의 어제와 오늘"이라는 주제를 가지고 2011년 상반기 심포지엄을 가진다. 본 연구소 정진홍 이사장의 “신화담론이라는 신화”라는 기조발제로 출발하여, 임현수의 “한국의 중국신화 연구 동향: 2000년 이후를 중심으로”, 구형찬의 “신화와 전통: 한국 무속의 맥락에서”, 이창익의 “신화로 그리는 마음의 지도”, 하정현의 “1920-30년도 한국사회의‘신화’개념 형성 및 전개” 등이 발표되고 종합토론이 있을 예정이다. 동 심포지움의 발제문 중 이창익의 ‘레비스트로스가 신화를 통해 그려내는 심리학적 지도에 대한 글’을 간략하게 소개한다.

클로드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신화학을 마치 한 편의 오페라와도 같이 음악 작품의 형식으로 구조화하고 있다. 신화학 연작의 제1권인 《날것과 익힌 것》의 맨 앞에서 우리는 이 책이 “기억의 어머니이자 꿈의 공급자”인 “음악에게” 헌정되고 있다는 기묘한 사실을 만나게 된다. 도대체 그는 왜 음악에게 이 책을 바치고 있는가? 이 책의 목차는 서곡( prelude), 변주곡(variation), 서창(recitative), 소나타(sonata), 교향곡(symphony), 푸가(fugue), 칸타타(cantata), 독창곡(solo), 캐논(canon), 토카타(toccata), 합창곡(chorus) 같은 음악 용어들로 구성되어 있다. 이때 우리는 한 가지 의문을 갖게 된다. 이전에는 신화와 언어의 비교를 통해서 신화 해석을 전개하던 레비스트로스가 왜 이제 신화학 연작에서는 신화를 음악의 형식으로 재서술하고자 하는 것일까?

먼저 우리는 신화와 음악의 생리학적 기능의 유사성에 주목할 것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신화를 통해서 인간들이 어떻게 사유하는가?’의 문제를 보여주고자 하는 것이 아니라, 인간들이 미처 깨닫기도 전에 ‘신화들이 인간의 마음 안에서 어떻게 작동하는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므로 레비스트로스 신화학의 주인공은 ‘생각하는 주체’가 아니라 ‘생각하는 신화’라고 할 수 있다. 그는 신화들 안에서 사유의 과정이 어떻게 진행되는지를, 신화가 어떻게 신화 자체를 성찰하는지를, 나아가 신화들 사이의 관계를 성찰하는지를 보여주고자 한다. 그러므로 그는 ‘신화들 내부에 존재하는 고유한 무언가’를 밝히는 것이 아니라 ‘무의식적 구성물인 신화들 전체에 공통의 의미를 부여할 수 있는 가능한 최선의 코드’를 찾아내고자 한다.(Claude Lvi-Strauss, The Raw and the Cooked: Mythologiques, vol. 1, trans. John & Doreen Weightman, Chicago: The University of Chicago Press, 1983/1964, p. 12.) 이러한 코드는 신화학자가 발명할 수 있는 것도 아니고 외부로부터 부과될 수 있는 것도 아니며, 단지 신화체계 안에 현존해 있는 것이다. 신화는 끊임없이 이야기를 굴절시키고 분기시키는 자연적인 경향성을 지니고 있다.

그러므로 그의 목적은 신화들 상호간의 번역 가능성을 보증하는 코드를 제시하는 것이다. 이러한 신화적 코드는 언어와는 다른 차원에 있는 ‘또 다른 언어’이다. 우리는 이러한 또 다른 언어를 ‘무의식의 언어’ 혹은 ‘마음의 언어’라고 지칭할 수 있다. 신화적 사유는 사물에 대응하는 상동적인 이미지를 형성하고자 하는 경향성을 지니고 있지만, 결코 사물과 뒤섞여 동화될 수는 없다. 사유와 사물은 서로 다른 차원에서 작동하기 때문이다.

레비스트로스는 자신의 책이 “신화적 사유의 자연스러운 운동을 모방할 것을 추구함”으로써 결국 “신화적 사유의 요구사항에 따르고 그러한 사유의 리듬을 존중해야만 했다.”라고 말한다. 그러므로 처음부터 그는 신화와 신화학의 경계선에 대한 고민이나 염려를 전혀 하지 않는다. 왜냐하면 그는 신화학 연작이 텍스트 뒤에서 혹은 텍스트 너머에서 통일체를 구성함으로써 독자의 마음 안에서 ‘하나의 신화’로서 자리잡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글의 끝에서 레비스트로스가 급기야 ‘신화체계로서의 마음’을 주장하고 있다는 사실을 알게 될 것이다.

레비스트로스의 신화학이 갖는 본질적인 특징, 즉 물질의 리듬과 마음의 리듬이 합치하는 지점에서 신화가 어떻게 작동하는가에 대한 그의 논제는 국내에서 거의 논의되지 않고 있다. 주로 지금까지 국내에서는 구조주의와의 관계 속에서만 레비스트로스가 언급되는 경향이 많다. 따라서 레비스트로스가 신화를 통해 그려내는 심리학적 지도에 대한 이 글의 연구는 기존의 논의와는 조금 다른 접근법을 취할 것이다.


이창익_

원광대학교 마음인문학연구소 HK연구교수


changyick@gmail.com


근래에 저술된 공저서로는 『불확실한 세상』(사이언스북스, 2010)이 있고,최근 논문으로는 「죽음의 연습으로서의

의례」와 「자연주의적 종교연구와 종교학의 죽음」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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