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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법인법 제정을 다시 생각해 본다

2011.7.4



신약성서 헬라어 사본에 쓰인 교회라는 단어는 에클레시아(Ekklesia)이다. 에클레시아의 원뜻은 '소집된 모임'이라는 의미인데 원래 종교적인 의미를 가진 단어는 아니었지만 대개의 종교학자들은 ‘믿는 사람들의 모임“정도로 해석하고 있다. 하지만 언제부터인가 교회란 말이 신앙인들의 집회장소 즉 건물을 뜻하게 되었다.

그런데 요즘 이런 교회를 사고파는 문제가 사회적 관심이 되고 있다. 일간 신문들이 교회매매에 관한 실태를 기사화하고, 사설을 통하여 교회에 대한 각종 면세 혜택을 없애야 한다고 보도한 이후 종교계만이 아니라 사회적 파장이 꽤 큰 듯하다. 사실 목회자들이 교회에 부속된 동산, 부동산뿐 아니라 교인들의 머리수를 권리금으로 계산하여 프리미엄을 받고 교회를 팔아넘기는 행태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 같은 종교시설 매매의 문제점은 보편적 시민들의 정서에 부합되지 않을 뿐 아니라 종교본연의 정체성에도 크게 위협이 되는 사안이다. 그러한 이유 때문에 개혁성향의 종교단체들이 경전과 교리, 도그마 등을 동원하여 이런 문제의 심각함을 거론하기도 한다.

우리사회 종교시설매매가 근절되지 않는 것은 문제의 근본원인에 대해 제대로 인식하지 못하고 있다는 것을 방증한다. 교회매매는 종교계 내부의 구조적 모순에서 출발하는 것이고, 실정법을 무시하고 있는 범죄행위라는 점을 우선 지적하고자 한다.

매년 20% 이상을 기록하던 개신교의 성장세는 1995년을 정점으로 내리 10년째 감소하고 있다. 하지만 비인가 신학교를 포함하여 300여개의 신학교에서 매년 1만 명이 넘는 목회자가 배출되고 있다. 현재 목사의 수는 10만 명이 넘으며 전국의 교회가 6만개 정도이니 특별한 경우를 제외하곤 신학교를 졸업하는 즉시 실업자가 될 게 뻔한 상황이다

결국 신학교 졸업생들은 해외선교를 자원하거나 자신과 가족의 쌈짓돈 그리고 빚을 내어서라도 자신의 교회를 설립할 수밖에 없는 게 현실이다. 교단의 지원이나 신도들의 자발적 모금보다는 목회자 개인의 출혈에 의존하는 것, 이는 한국교회가 창립 때부터 사유화를 전제로 출발하고 있는 것을 의미한다. 교회의 사유화는 훗날 그 교회가 대형교회로 성장을 이루게 되었을 때 세습 문제가 대두하게 되는 배경이 되고, 교회를 사고파는 관행의 합리화를 제공하는 근원이 된다.

이같은 교회의 사유화는 대법원 판례와도 어긋난다. 대법원합의체(주심 김영란 대법관)는 2006년 4월20일, 기존 교인 중 3분의2가 찬성해야 교회의 재산권을 주장할 수 있다고 판시했다. 그동안의 기존 판례는 교회 자산을 교인 모두의 총유(수익, 사용은 할 수 있지만 처분은 할 수 없는 권리)로 인정해 목회자나 신도의 소유권을 인정하지 않았다. 실제 교회의 재산권 문제는 이 같은 대법원의 판례와는 별도로 각 교단이 내부적인 규율을 통하여 관리하고 있다. 문제는 그 내용이 실정법과 대법원 판례와 아주 상이하다는 점이다. 한국교회의 대표적 교파인 대한예수교장로회(통합)의 헌법에 기록된 재산관련 규정(제91조~제95조)을 보면, 지교회의 부동산은 노회 유지재단에 편입 보존하며, 부동산은 당회로 관리케 하고 동산은 제직회로 관리케 한다. 단 교회의 재산은 신도에게는 재산의 지분권이 없다고 되어 있다.

여기서 우리는 두 가지 위법 사실을 지적할 수 있다. 첫째, 유지재단에 편입된 부동산을 당회가 관리하게 한다는 규정은 분명히 명의신탁 행위인 바,‘부동산실권리명의등기에 관한 법률’ 제3조를 위배하고 있다. 둘째, 교회의 재산은 신도에게 지분권이 없다함은 기본적으로는 옳다. 그러나 신도뿐 아니라 목회자에게도 지분권이 없어야 만이 총유( 어떤 단체가 위와 같이 “법인 아닌 사단”으로 인정될 때 그 단체의 재산은 단체의 구성원들이 집합체로서 소유하는데, 이 경우 단체의 구성원들은 총유재산을 사용수익할 권리를 갖지만 처분할 권리는 없음.)에 귀속된다는 그 동안의 판례 및 2006년도 대법원 판례와 일치하게 된다.

우리나라의 개신교는 대부분 개교회주의를 채택하고 있다. 물론 가톨릭이나 안식교같이 중앙집권적 체재가 우월하다는 뜻은 아니다. 그러나 개교회주의가 원래 추구하고 있는 다양성 그리고 의사결정과 집행과정의 신속함, 평등성이나 자치권 등의 민주적 가치는 퇴색되고, 단지 교회 사유화 목적으로 전용된다면 개교회는 자교회의 부흥만을 추구하는 이익집단으로 변하게 될 것이다. 바로 오늘 한국교회의 현주소이다.

하지만 일부 언론에서 주장하는 것처럼 교회매매에 과세를 하는 것은 조심스럽게 접근해야한다. 왜냐하면 대법원의 판례를 적용하자면 법인격이 없더라도 종교단체는 ‘법인아닌 사단(민법상 법인은 관할 관청의 허가를 받아 법인등기를 하여야 하지만 우리 사회에는 이러한 등기를 하지 않은 단체가 많다. 여러 사람이 모여 단체를 만들어 재산을 갖고 대표자를 뽑은 다음 그 단체가 직접 사회경제적인 주체로 활동하는 때에는 이를 “법인 아닌 사단”이라고 분류하여 법인에 준하여 취급한다.)’으로 인정되기 때문이다. 즉 비영리법인의 범주에 든다는 뜻이다. 그렇다면 과세보다는 비영리법인의 해산 및 청산에 준해야 법정신에 어긋나지 않을 것이다.

교회매매 혹은 교회사유화를 근절시키는 방법은 두 가지 방법을 모색할 수 있다.

첫째, 개교회주의를 포기하고 각 교단 혹은 교파별로 중앙집권적 체제를 구축하거나 둘째, 교회에 귀속된 재산은 대법원 판례에 따라 신도 2/3 이상의 동의 없이는 처분할 수 없음을 규정하고, 신도 동의하에 처분하더라도 종교 목적 외는 사용하지 못하게 분명히 명문화할 것 등이다. 물론 목회자 개인 혹은 장로 등이 교회를 설립하였더라도 지분권을 주장할 수 없어야 한다.

종교시설의 매매는 법이 금하고 있는 명의신탁문제와 함께 다루어야 한다. 대부분의 교회, 사찰은 유지재단을 통하여 명의신탁을 하고 법인격을 부여받는 방법으로 19개 정도의 각종 세금 혜택을 받기 때문이다. 법인격이 없는 상태 즉 ‘법인이 아닌 사단이란 편법을 동원하거나 유지재단을 통한 명의신탁 모두 실정법을 무시하는 행태이다. 차제에 종교계의 무리한 관행 종식을 위해서라도 종교법인법이 제정되어 소규모 교회라도 법인설립이 자유롭게 되었으면 한다. 참고로 우리나라의 종교법인 수는 2011년 현재 621개이나 일본의 경우 20만 개 정도임을 알려드린다. 그리고 사실, 종교시설을 팔아넘기는 행태는 개신교만의 문제가 아니다. 기독정보넷, 기독교부동산 등이 교회 매물을 거래하는 곳이라면, 사찰넷의 경우는 사찰 전·월세와 매매를 다루고 있는 곳으로 널리 알려져 있다.

김상구_

종교권력감시시민연대 사무처장


주요 저서로《예수평전》,《범재 김규흥과 3.1혁명》등이 있고, 최근 종교가 믿음을 팔고 종교를 산다는《믿음이 왜

돈이 되는가?》(2011, 해피스토리)라는 책을 출판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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