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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8호- 신화와 종교 사이에서(하정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1. 4. 14. 14:23

신화와 종교 사이에서


2008.11.11

막스 뮐러 이후 신화는 종교학자들의 관심안에서 중심적인 위치를 차지했다. 뮐러를 이어받은 낭만주의자들은 신화는 본질적으로 종교적인 것이며 종교 역시 본질적으로 신화적인 것이라고 보았다. 이러한 관점은 지금까지 종교학 내에서 주류를 지켜왔다. 하지만 자기 종교를 ‘절대적’이라고 믿는 사람들이 ‘신화’라는 말을 선뜻 수용하기는 쉽지 않는 것이 현실이다. 오히려 각자 현재 믿는 자기 종교와는 구별하여 전통적이고 원시적이라고 여겨지는 종교문화 혹은 현대 이데올로기의 일부를 지칭하는 용어로 사용한다면 모를까.

이런 사정을 잘 반영하는 사례가 현재 단군을 신앙대상으로 여기는 여러 단체들과 그들을 바라보는 기독교의 태도이다. 달리 표현하면 단군을 긍정하는 진영과 부정하는 진영이라고 할 수 있다. (물론 단군에 대한 양극단적인 태도는 어제 오늘의 일이 아니다. 이미 조선시대를 거쳐 근대에 이르기까지 두 진영의 성향에만 차이가 있을 뿐 대립 양상은 유사하다)

알려진대로 단군신화를 ‘신화’라고 보편적로 사용하게된 계기는 일제 강점기에 일본학자들이 단군을 연구하면서 부터이다. 일본이 단군에 관심을 둔 이유는 한국 상고사의 시작이 일본보다 앞설 수 없다는 입장에서 고조선을 부정하려는 것과 항일 독립운동과 직결되어있는 대종교를 탄압하려는 목적이었다. 일본측에선 단군에 얽힌 이야기는 한 승려가 만들어낸 것이라는 단군승조설을 제기하였고, 이에 대한 항변으로 민족사학자들은 단군을 한민족의 역사적 시조로서 파악하여 그 실재성을 주장하였다. 최남선은 단군을 역사 이전의 신화적 주인공으로 파악하면서 중국문화와는 다른 동방문화의 원천을 탐구하는 주요한 단서라고 주장하면서 서구에서 형성된 신화개념으로 단군을 바라보았다. 육당은 “인류 최초의 지혜는 신화속에 결정(結晶)되어 있다. 원시인의 신앙, 도덕, 과학, 역사에 대한 노력은 종합적으로 신화로서 표현되어 있다.....”라고 적고 있다. 그의 관점에서 보면 신화는 그 민족의 역사요, 종교다.

하지만 현재 단군의 존재를 긍정하고 단군을 숭배하는 사람들은 단군을 신화적 주인공으로 여기지 않거니와 신화라는 말도 달가와 하지 않는 것 같다. 오히려 단군을 부정하고, 단군신화를 말살해야 한다고 주장하고(지금의 정권하에 더욱 강력한 힘이 실린듯 하다), 단군상을 철거하려는 사람들이 자신의 행위를 정당화하면서 신화라는 말의 부정적 함축은 빛을 발한다. 즉 단군을 부정하는 사람들은 단군은 신화이기 때문에 터무니 없는 거짓 이야기라서 없애야 한다는 것이다. 일본에 항거하여 단군과 고조선을 수호하고 상고사를 바로잡기 위해 서구의 개념인 신화라는 말이 수용되었던 때를 돌이켜보면 지금은 (자기) 종교를 수호하기위해 신화를 폐기하려고 하는 셈이다.

하정현 (한국종교문화연구소, jhha79@dreamw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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