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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문화비평학회 2012년도 상반기 정기 심포지엄

한국 “근대 종교”의 탄생

 

 

2012.6.12

 


        한국종교에 관한 그동안의 연구경향을 살펴보면 대부분 다음과 같은 점에서 비슷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하나는 연구가 종교 전통을 기본 단위로 진행되었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각 종교 전통의 시간적, 공간적 연속성을 당연하게 전제하고 있다는 것이다. 즉 대부분의 기존 연구는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도교 등의 종교 전통이 원래 존재하고 있었고, 단지 한국적 상황 속에서 약간의 변용을 거치는 것일 따름이라는 점을 암암리에 전제하고 있다. 그래서 한국개신교와 천주교를 연구할 때도 서구의 기독교사를 배경으로 연구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일정한 종교전통을 그대로 상정할 경우에는 변함이 없는 연속성을 전제로 해야 하기 때문이다. 변화를 논하는 것은 바로 이 연속성 아래에서 가능한 일일 뿐이다. 유교와 불교, 도교도 마찬가지다. 그 이전 시대, 그리고 한국 이외의 유교, 도교, 불교와 역사적 연결을 고려하는 일은 불가피하게 된다. 이런 관점은 현재 너무나 당연하게 간주되기 때문에 그 타당성을 의심받는 경우는 흔치 않다.


        하지만 종교 전통이 지금처럼 연구의 기본 단위가 된 것은 그리 오래되지 않는다. 이른바 세계종교의 패러다임은 19세기 중엽부터 서구를 중심으로 만들어진 것이기 때문이다. 혹자는 “불교, 유교, 도교, 개신교, 천주교 등의 종교전통은 그 이전부터 존재해오지 않았는가?”라고 하면서 쉽게 납득을 하지 못할 수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서양 및 동아시아에서 19세기까지 지배적이었던 관점은 지금 우리에게 익숙한 것과는 거리가 멀었다. 서양에서는 기독교-유대교-이슬람-기타 이교도의 4분법이 널리 통용되고 있었고, 중국, 한국 등의 동아시아에서는 한편으로 유교를 중심으로 하는 성교(聖敎), 혹은 성학(聖學), 그리고 다른 한편으로 이로부터 일탈한 좌도(左道)의 느슨한 이분법이 힘을 행사하고 있었다. 유불도의 삼교(三敎)도 지금 우리가 생각하는 것과는 사뭇 다른 의미를 지니고 있었다. 그러나 19세기 중엽 이후, 이런 체제에 커다란 변화가 일어나게 되었고, 현재 우리의 관점으로 정착되었다.


        이 심포지엄에서 개신교, 천주교, 불교, 유교, 등의 종교 전통의 아이덴티티 단위가 무엇보다도 먼저 연구되어야 할 대상이다. 즉 종교전통 단위 자체를 연구 대상으로 삼고자 한다. 종교전통을 가리키는 명칭이 그 이전부터 사용되었고, 지금도 사용되고 있다면 (예컨대 유교, 불교 등), 어떤 의미론적 변화가 발생하였는지를 검토해야 할 것이며, 새로운 명칭이라면 거기에 함축되어 있는 역사적 배경과 의미를 찾아내야 할 것이다.


        이 심포지엄은 우리에게 익숙한 종교 전통의 아이덴티티 단위가 만들어지는 과정과 맥락, 그리고 그 효과가 무엇인지를 묻고 있다. 이 답변을 얻고자 하면서 던지는 주요 질문은 다음과 같다. 19세기 후반-20세기 초반 구미 및 일본의 세력이 한국에 새로운 세계질서로의 편입을 강요할 때, 한국에서 이른바 근대종교의 지형이 어떤 토대 아래, 그리고 어떤 방식으로 만들어지게 되었는가? 이 시기에 등장한 종교적 정체(正體)성의 단위는 무엇이며, 이 정체성을 유지하기 위해 과거의 전통을 어떻게 사용하였는가? 그로 인해 나타난 효과는 무엇이며, 현재 우리의 종교적 관점에 끼친 영향은 무엇인가?


        본 심포지엄에서 제기하고 있는 이런 물음은 현재 세계 곳곳의 종교연구에서 활발하게 논의되고 있는 종교 개념의 논쟁에도 많은 기여할 수 있을 것으로 기대한다.

 

 

 

 

 

                                                    2012. 6. 12

 

                                        종교문화비평학회 회장 장석만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윤승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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