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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스트모던 종교, 사이버의례의 연구
2012.5.22
한국인터넷진흥원의 『2011년 인터넷이용실태조사』에 의하면 한국의 인터넷 이용자는 만 3세 이상 인구의 78%인 3,718만 명이며, 주평균 인터넷 이용시간은 15.4 시간이고,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된 장소는 가정(98.1%)이지만, 인터넷 이용자의 51.8%가 스마트폰 등의 무선단말기로 ‘장소구분 없이’ 인터넷을 사용하고 있다고 한다. 또한 인터넷을 이용하는 주된 목적으로는 자료 및 정보 획득(92.0%), 이메일, 메신저 등의 커뮤니케이션(87.9%), 음악, 게임 등 여가활동(87.9%)', 상품/서비스의 구매/판매(58.4%), 교육/학습(50.6%)이라고 한다. 이렇듯 한국사회는 이미 정보화 사회로 깊숙이 진입하였으며, 따라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기술은 더 이상 일상생활을 단순히 편리하게 해주는 기능을 넘어 사회적, 경제적, 문화적 영역에 전반적인 변화를 가져오고 있다.
종교 영역을 보더라도 한국의 인터넷 사이트에는 이미 수많은 종교관련 커뮤니티를 비롯하여 전자/사이버/인터넷 교회, 사이버 법당, 사이버 교당, 사이버추모관 등이 개설되어 운영되고 있음을 볼 때 ‘종교’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 환경에서 어떻게 변화 혹은 진화하고 있는가에 대한 학문적 논의는 매우 시급하다고 할 수 있다. 한국 학계에서는 그간 뉴미디어가 가져온 문화사회적 변화에 주목하여 다양한 조사연구와 담론이 생산되었으나, 문화영역의 핵심을 차지하는 ‘종교(문화)’의 변화에 대해서는 학문적 관심이 상대적으로 미진하고 또 이와 관련된 논의도 다양하지 못한 것이 사실이다.
‘인터넷과 종교’와 관련된 한국 학계의 논의는 2000년도 중반에 본격적으로 시작되었으나, 이후 신학적/인식론적 논의(문영빈)를 제외하고는 엄밀한 의미의 종교(사회)학적 연구는 진행되고 있지 않아 일종의 정체기를 맞고 있다고 할 수 있다. 선행된 종교(사회)학적 연구를 살펴보면 내용상 크게 3 방향으로 나뉜다: (1) 사이버공간 자체의 ‘종교성’ 내지 종교적 성격에 대한 개괄적 논의 (유기쁨, 신재식), (2) 기성 종교 - 개신교, 가톨릭, 불교, 원불교, 이슬람 - 혹은 해당 신자들의 인터넷 이용실태 보고/분석 (박수호, 허호익, 전명수, 박문수, 이한메, 이원삼), (3) 온라인 종교조직 내지 전자 종교공동체에 대한 논의나 조사연구 (김문조, 박수호, 성시정/유명기). 여기서 (2)와 (3)은 경험적 조사를 바탕으로 실태분석을 시도했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내릴 수 있다.
그러나 이런 선행연구들은 2000년도 중반에 집중적으로 수행된 후 후속연구로 이어지지 않음으로서 이들 연구가 현재 인터넷에서 전개되는 종교현상을 반영하는 데는 무리가 있는 것이 사실이다. 무엇보다 선행연구들은 그 조사대상이나 주제가 매우 제한적이어서 ‘종교(문화)’와 전자매체 간의 복합적인 상호관계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보다 다양한 시각에서 주제에 대한 접근이 필요한 실정이다. 다시 말해, 기존의 연구가 전통종교를 중심으로 이들 종교의 인터넷 대응/이용 그리고 온라인 조직(종교커뮤니티, 종교동호회)에 학문적 관심이 편향되면서, 인터넷 활용에 매우 적극적이고 실험적인 신종교나 ‘뉴에이지’와 같은 비제도화된 종교집단 등이 논의에서 배제됨으로서 온라인 종교현상의 전체적 스펙트럼이 반영되지 못했음을 지적할 수 있다.
무엇보다 기존 연구들은 인터넷 종교커뮤니티라는 새로운/대안적 형태의 종교공동체의 (잠재적) 역할 - 시공의 제약이나 사회적 위치와 무관하게 동일한 믿음이나 종교적 관심사를 가진 이들의 친교/네크워킹, 정서적 동질감과 집단적 정체성 구축 등 - 에 집중하면서, 사이버스페이스에서 행해지고 있는 보다 개인적이고 광범위한 종교적 실천행위들(예배/예불, 기도, 봉헌, 명상, 성지순례, 고인추모 등)을 간과하는 결과를 낳았다. 이로써 선행연구는 인터넷 이용자들의 다양한 종교적 욕구와 체험을 반영하지 못하고 있음은 물론이고, (전통적인) 종교적 실천행위가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미디어환경 속에서 어떻게 변화/변용/재해석되고 있으며 이와 관련하여 종교체험은 어떻게 재조명되어야 하는가에 대한 문제의식이 결여되어 있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따라서 향후 연구는 기존 연구의 전통종교 중심의 그리고 사이버공동체 중심의 논의를 넘어서 사이버공간에서 다양한 (종교)집단에 의해서 제공 혹은 실험되는 종교적 의례와 수행에 초점을 맞추어 관련 현상들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사이버상의 종교적 의례/순례에 대한 높은 학문적 관심은 서구 종교학계의 하나의 뚜렷한 경향이며 그 연구결과도 지속적으로 생산되고 있다는 것이다(Campbell, Casey, Helland, Hill-Smith, Jacobs, Kalinock, MacWillams, Reader, Schultz, Jijderveld, Zwissler etc.). 따라서 한국 학계에서도 이러한 축적된 서구 학계의 연구결과를 비판적으로 검토할 필요가 있으며 이를 바탕으로 관련 연구가 활성화되어야 한다는 점에서 하나의 시발점이 될 수 있다.
그러나 무엇보다 이런 연구가 종교학적으로 유의미한 것은 흔히 탈육체성으로 특징져지는 사이버공간에서 물리적 신체를 전제로 하는 종교적 의례행위가 어떻게 실현되며, 순례의 경우 사이버공간에서 종교적/구원사적 의미가 부여된 물리적 장소인 ‘성지’(sacred place)로의 ‘여행’이 어떻게 구현되며, 이러한 인터넷을 매개로 한 종교체험이 ‘진짜’(real)인가 등에 대한 기본적인 질문을 포함하면서, 가상공간(virtual space)의 초실제성(hyperreality)에 대한 논의는 물론이고, ‘의례’, ‘순례’ 등에 대한 기존 이론에 대한 재고찰 혹은 확장을 전제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와 동시에 조사범위를 한국(종교)의 인터넷 종교현상에 국한하지 않고 ‘흥미로운’ 사이버 의례/순례 콘텐츠를 제공하고 있는 해외 사이트에도 접속하여 해당 의례/순례의 구조와 특징을 분석할 필요가 있다. 이러한 기획은 전자매체가 가지고 있는 전지구적 특성 그리고 이로 인한 종교문화의 자유로운 초국가적 내지 초영토적 이동이라는 동시대 정보화 사회의 성격을 고려할 때 당연한 귀결이라 할 수 있으며, 무엇보다 이로서 사이버 의례/순례의 미래적 전망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따라서 향후 사이버 의례에 대한 연구는 선행연구가 지니고 있는 제한된 조사범위와 주제 -국내의 인터넷 현상에 국한하여 전통종교를 중심으로 종교조직 내의 네트워크 방식의 변화- 를 극복하고, 보다 글로벌한 시각에서 인터넷이라는 새로운 정보통신 테크놀로지가 종교적 실천행위의 양식/방식 그리고 종교적 체험에 어떠한 변화를 가져오고 있으며 또한 이러한 변화를 가속화하는 주요한 사회문화적 조건을 파악함으로써 동시대 정보화 사회에서 종교문화의 흐름을 보다 넓음 맥락에서 현상적으로 고찰해야 할 것이다.
우혜란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주요논문으로 <한국사회에서 여성 종교지도자의 카리스마 구축구조>,<젠더화된 카리스마-한국 여성 종교지도자들의 사
례를 중심으로>, <천도재의 새로운 양태-낙태아를 위한 천도재>,<현 한국사회에서 합동 천도재의 복합적 기능에 대하
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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