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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화의 사회적 힘과 신종교운동

 

 

2012.5.29

 


        신종교는, 말 그대로 제도종교로서의 기성종교와는 구분되는 상대적으로 근래에 새롭게 탄생한 종교단체를 일컫는다. 이 ‘새롭다’는 것은 어느 사회에서든 나름의 종교적 전통주의가 지배하는 까닭에 긍정적 의미보다는 오히려 그런 전통을 지닌 사회체제를 위협할 수도 있는 불안의 증후로 받아들이기도 한다. 특히 모든 새로운 종교운동은 기성종교의 교권체제로부터는 종교적 전통의 부정을 전제로 철저히 공격대상이 되곤 한다. 그럼 과연 신종교의 등장 자체가 그런 부정적 의의만을 전해주는 것일까?


        Gnter Dux를 비롯한 지식사회학으로서 종교사회학을 이해하려는 학자들은, 종교를 현실이라는 생활세계를 구성하는 필요불가결한 내적 논리를 제공하는 것으로 보려한다. 그런 맥락에서 신종교의 발생은 생활세계의 심층구조에서 일어나는 다양한 지각변동을 보여주는 것으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그래서 우선은 신종교라는 특정의 새로운 교단에 대한 관심에서보다는, 현재 일어나는 사회변동의 역동적 힘에 대해 대응하는 새로운 종교운동, 곧 신종교운동이라는 포괄적 개념에서 현대의 종교문화를 보다 구체적으로 설명하려는 의도를 가진 필자와 같은 사람들의 관심을 끄는 주제이기도 하다. 이런 관점에서 신종교운동은 단순히 병든 사회의 일면을 반영하는 병든 종교교단의 등장이라는 부정적 의미 이상으로, 그 수용자들이 느끼고 복종하여 새로운 현실의 구성 능력으로 고양시킬 수 있는 새로운 사회적 힘에 대한 깨달음의 집합적 표출로 보아도 좋을 것이다.


        오늘날 생활세계에서 피부로 쉽게 느끼는 새로운 사회적 압력은 세계화된 경쟁에서 살아남는 힘을 가져야한다는 것이다. 세계화는, '시장의 수사'(market rhetoric)가 지배하는 신자유주의적 '시장의 혁명'을 낳았고, 그 결과 삶의 모든 측면에서 '상품화의 멘탈리티'와 '자기만족적 소비문화'를 크게 확산시켰다. 세계무역기구 등 각종 국가 간 국제적 무역 및 시장 협약체제는 조직적 시장지배력을 강화시켜 인간의 삶의 거의 모든 측면에서 시장의 설득력과 평가가 강력한 힘을 지닌 사회적 실체로 신성화되도록 한다. 이런 세계시장을 앞세운 사회적 힘은 개인에게 살아남을 수 있는 수단이나 능력과 생존가능성을 계산하는 능력을 갖추도록 요구한다. 이런 능력을 개인의 자기개발로만 달성하기에는 너무 힘들다고 느낄 때, 종교적 해법에 의존하려는 것은 인류의 오랜 문제 해결방법이기도 했다. 오늘날 많은 신종교운동에서는 온갖 운세 예측 기술이나 점술 등의 주술적 기 을 영성적 활동과 연결하여 실행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영술적(靈術的) 수단들을 종교시장에 내놓고 있다. 오늘날 모든 신종교운동은 아예 영생을 보장해 주는 초능력자의 현존을 강조하거나, 다양한 현실문제의 직접적 해결수단을 차별적으로 제공할 것을 약속한다. 이로 인해 확대된 종교시장의 지평은 다양한 영술적 기술 개발에 뛰어든 새로운 능력자를 중심으로한 신종교교단의 등장을 가능하게 한다. 새로운 구제기술이 종교시장에 공개되어 수요층을 창출하는 방향으로 신종교운동은 세계화 압력에 적응하는 셈이다. 그 결과 신종교운동은 탈제도화된 종교로의 적극적 전환을 통해 세계화에 적응하려는 ‘더 작은 신들의 반란’으로 전개되기도 한다. 이 ‘작은 신들’은 신자 개개인으로 세포분열하면서 그들만의 '개인적 영생불멸'에 대한 기술과 담론을 만들어 조직화하여 기성종교와 경쟁하려한다. 결국 현대 신종교운동은 타인이나 공동체보다 개별적 자아의 고유한 현존의 지평을 보호하고 확장시키려는 현대인의 태도를 반영한다. 이것은 곧 현재의 존재상황의 초월로서의 구원이 아닌, 오히려 지속과 존재 지평의 무한한 확장에 대한 갈구이다. 내세에 대한 믿음은 몰락한 대신, 지금 이 세상의 삶만이 유일한 삶이라는 믿음이 날로 증대하고 있는 것도 같은 현상이다.


        또한 개인의 주관적 삶의 성찰을 영성 추구라는 방식으로 해결하려는 다양한 영성운동에의 참여를 통해 개인들은 스스로를 ‘자기 할 일이 무엇인가를 아는 자유로운 사람’임을 확인한다고 생각하려 한다. 이를 통해 신자유주의적 시장의 수사가 지배하는 세계화의 압력과 불안의 세계화로부터 ‘살아남을 수 있는 탈출구’를 발견했다고 믿는다. 이런 다양한 영성운동의 활성화도 신종교운동의 특징적 단면이다. H.Cox가 주장하듯이, 대표적 영성운동의 신종교 중 하나인 오순절 교회는 원초적 언어, 원초적 신앙심, 원초적 희망이라는 원초적 영성을 회복시켜, 현대인에게 결핍된 무아적 황홀감과 무아적 희열을 체험하게 하여, 심원한 본능적 통찰력과 활기차고 자유로운 느낌으로부터 인간을 가두어 온 인지기능의 창살과 장벽을 일시나마 파괴하는 체험을 제공하기도 한다. 인간을 노동자, 도구공작인, 이성적 사유인으로서뿐 아니라 놀이와 춤을 즐길 줄 아는 ‘축제인’으로, 꿈을 그릴 수 있는 ‘환상인’으로 받아들이도록 하여 이른바 정보화사회의 다양한 문화컨텐츠를 즐기는 향락인이 됨에도 죄의식을 느끼지 않도록 하는 기능도 한다. 주관적 초월을 지향하는 오늘날의 영성추구현상은 다분히 이성적 존재가 아닌 ‘환상을 즐기는 존재’로서의 인간상을 전제한다, 오늘날 종교도 이러한 이상적인 사회형을 제시해 주는 실험공동체의 역할을 담당할 것을 사회로부터 요구받는다. 신종교운동에서 열렬한 예배는 축제가 되고 신앙은 적극적인 놀이가 되거나, 관음법문회와 같은 명상단체에서 보여 지듯이, 오히려 더 그런 행태에 반발하는 신비주의적 금욕의 은밀한 형태로 전환되기도 한다. 이런 모든 종교적 변용이 세계화의 압력이란 사회적 힘에 왜소해지고 줄어드는 자아의 존재 지평을 현실적 보장받고 확장하고자 하는 의미잇는 특이한 사회적 행위의 결과일 것이다.


       그 점에서 신종교운동은 기존의 제도종교의 새로운 일시적인 변종이기 보다는 분명 오늘날의 종교시장에서 경쟁력을 지닌 새로운 상품으로 자리 잡아, 변화하는 종교문화의 현실을 알려주는 현장 기록으로 보아도 무방할 것이다.


                                                                   
 박승길_

대구가톨릭대학교 사회학과 교수


sgpark@cu.ac.kr


저서로 <<현대한국사회와 SGI>>,<<한국사회사연구>>,<<한국내 일본계 종교운동의 이해>>등이 있고, 역서로 <<현대

 

세속화이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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