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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교평화’ 지수 제정에 관하여

 

 

2012.7.17

 


        종교평화 지수(index) 프로젝트는 ‘한국종교연합(URI Korea)’이 2011년 부터 문화관광부 연구용역으로 진행하는 사업이다. 종교평화 지수를 제정하려는 목적은 간단하다. 말 그대로 종교 간에 평화로운 공존, 더 나아가 상호 이해와 존중으로 이어지는 종교문화를 건설하기 위해서다. 종교가 사회복리를 위해 도움은 되지 못할망정 염려대상이 되거나 안녕을 저해하는 일이 있어서는 안 되겠다는 것이다. 이를 위해 종교평화지수는 매년 종교 간에 일어났던 일을 사전에 만들어 놓은 지표(indicator)를 통해 평정(評定)하고, 이를 지수화하여 매년 종교 간 평화 상태를 진단해보려는 것이다. 그러나 이 지수는 단순히 현상을 서술하는 상태에 머무르지 않고, 적극적인 평화 개념을 적용하여 보다 발전적인 상태로 나갈 수 있는 목표 지향적 개념으로 설계될 것이다.


        2011년에는 종교평화지수 제정을 위해 다섯 차례 콜로키엄을 진행하였다. 1차에는 종교평화지수에 포함되는 주요 단어들의 정의를 살펴보기 위해 평화, 갈등, 지수, 그리고 종교라는 네 단어의 개념과 지수화 작업에 필요한 조건들을 살펴보았다. 2차에는 ‘종교평화’ 개념에 대하여 살펴보았다. 평화를 적극적으로 정의해야 할지 아니면 소극적으로 정의해야 할지를 검토하였다. 3차에는 종교평화지수방법론을 검토하였다. 기존 평화지수들의 제정 절차와 한계들을 검토하고 이 작업에 적합한 방법론을 모색해보았다. 4차에는 종교평화의 지표항목에 해당되는 종교간 관계에서 일어난 사건들의 목록들을 검토하였다. 마지막으로는 콜로키엄에 참여했던 모든 발표자와 토론자들이 그동안 진행해왔던 콜로키엄 결과를 검토하면서 바람직한 지수 제정방향에 대하여 제안하였다.


        올해에도 다섯 차례의 콜로키엄이 예정돼 있다. 7월 16일 현재 이미 두 차례에 걸쳐 콜로키엄이 진행되었다. 1차에는 지난 해 최종 콜로키엄 과정에서 유의해야 할 것이라 요청한 과제들을 검토하고, 올해 전체 콜로키엄 주제와 진행방법론을 결정하였다. 2차 콜로키엄에서는 10단계 등급화 지표를 시험적으로 제정하여 이를 검토하였다. 3차에는 이를 지수로 만드는 방법론을 검토할 것이고, 이 방법론이 결정되면 4차에는 작년에 참여한 연구자들이 함께 모여 지표선정결과와 이를 토대로 만들어진 지수화 공식의 적정성을 검토할 것이다. 마지막 5차 이전에는 각 종단 전문가들에게 회람을 통해 적정성을 검토 받은 후 보완을 거쳐 최종적으로 지수를 제정, 2011년에 일어난 사건들을 중심으로 지수의 적용 가능성을 시험해보게 될 것이다. 이렇게 지수를 제정하는 것으로 올해의 과정이 마무리된다.


        종교평화는 종교간 ‘갈등 없는 공존 상태(status quo)’와 같은 소극적 개념에서부터 물상화된 종교들이 자신의 경계를 허물고 소속 신자들에게 다른 교파 또는 이웃 종교를 선택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권장하는 상태 같은 적극적 개념에 이르기까지, 그리고 그 사이에 존재하는 스펙트럼 내의 다양한 상태들을 포괄한다. 1차 년도에는 종교평화를 소극적 의미로 정의를 내리자는 것이 중론이었다. 장차 종교문화가 성숙해야 도달할 수 있는 상황, 소위 목표지향적인 상태까지를 포괄해서는 소기 목적을 달성하기 어렵다는 이유에서였다. 그렇다고 작업을 미룰 수 없기에 지수화에 적합한 방식으로 일단 조작적으로 정의를 내렸다. 물론 최종적인 정의는 작업의 경과를 보면서 귀납적으로 확정할 것이다.


        기존 평화지수들은 대부분 평화의 상태뿐 아니라 평화의 반대 요소인 갈등상태도 포함시켰다. 평화가 갈등 상황에서 요청되는 가치라는 점을 반영한 것이다. 이에 우리 팀도 평화와 갈등상황을 두 영역의 비교를 통해 긍정적인 평화상태가 더 잘 드러나는 방식을 선택하였다. 그런데 이 방식을 선택하면 갈등과 평화를 각각 5단계로 나누거나 7단계로 나눠 양자를 대비시키기 쉽지 않은 문제가 발생한다. 갈등은 이미 역사적, 현실적 경험을 통하여 등급(혹은 단계) 구분이 가능할 정도로 사건들이 축적돼있지만, 종교평화는 세분화할 수 있을 만큼 경험적 사례들이 충분하지 않기 때문이다. 이러한 사정을 반영하여 이 작업에서는 최악의 갈등상태에서 가장 긍정적인 상태로까지 점진적으로 등급이 올라가는 방식을 택하였고, 갈등은 6단계, 중간은 7단계, 평화는 3단계로 구분하여 총 10단계로 구상하였다. 따라서 이 작업에서 정의할 종교평화는 종교 간에 벌어질 수 있는 최악의 상황인 직접적 무력 충돌 상태에서부터 목표로 삼아야 하는 최선의 평화 상태를 모두 포괄하는 개념으로 넓게 그리고 느슨하게 정의하게 될 것이다.


        앞의 종교평화 개념은 ‘종교간’ 평화에 해당한다. 종교간 평화의 경우에는 어떤 종교와 종교 사이의 관계를 특정하기가 쉽지 않다. 국내에 존재하는 모든 종교를 대상으로, 각 종교간 관계를 상정하면 경우의 수가 많아 사실상 작업이 불가능해진다. ‘종교간 평화’는 이러한 문제를 안고 있다. 따라서 종교간 평화의 범위가 어디까지이고, 무엇을 기준으로 종교간 관계를 특정할지가 앞으로의 과제 가운데 하나가 될 것이다.


        종교간 평화 외에도 종교평화지수를 제정할 때 포함시켜야 하는 영역이 더 있다. 종교 내 평화와 종교와 정부 혹은 시민사회와의 관계 영역 두 가지이다. 종교내부의 평화에 대하여 만 생각해본다. 한국 사회에서 종교(또는 교단, 교파)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처럼 국민적 공분(公憤)을 사거나, 해당 종교 소속 신도들의 정신적 안녕에 불화를 가져오는 경우도 있다. 종단 내부에서 같은 성원들끼리 권력, 이익배분, 교리적 해석의 차이를 놓고 벌어지는 갈등의 경우처럼 말이다. 물론 종단의 모범적인 운영, 대 사회활동, 사표가 되는 종교인 배출과 같이 종단 내부의 일이지만 종교간 평화를 촉진하는 긍정적인 사례들도 있다. 이러한 모습은 이웃 종교 뿐 아니라 시민사회에도 긍정적인 영향을 끼쳐 궁극에 사회 평화에도 기여한다.


        그러나 이 영역을 다룰 때 문제점 두 가지가 있다. 하나는 종단 내부에서 일어나는 갈등을 외부에서 발견하기 쉽지 않다는 것이다. 언론에 노출되는 경우만을 관찰 대상으로 한다고 할 때 과연 실효성이 있겠느냐는 것이 문제이다. 두 번째로, 지수를 내는 주체들이 종단 내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조사를 하게 될 경우 종단으로부터 불필요하게 오해를 살 수 있고, 또 잠복해 있는 문제를 표면화해 오히려 종교평화를 해칠 우려가 있다. 이에 이러한 작업의 난점과 우려를 고려해 궁극에는 종교 내부도 포함해야 하지만, 이번 작업에서는 방안은 제시하되 평정(評定)은 하지 않기로 했다.


                                                                   
 박문수_

한국가톨릭문화연구원 부원장


franciscus0906@daum.net


주요논문으로 <가톨릭 사회복지와 한국의 근대화 : 1784년부터 1945년까지>, <한국 천주교회 활동수도회의 현황과

 

전망>등이 있고, 주요 저서로 <<천주교와 한국 근·현대의 사회문화적 변동>>(공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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