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근대종교의 개념사에서 한국 근대 종교사로 나아가길

 

 

2012.7.3

 


        지난 6월 30일 한종연 상반기 심포지엄을 다녀왔다. 심포지엄의 주제는 ‘한국 “근대 종교”의 탄생’ 이었다. 한국종교학계의 근대성과 종교에 대한 관심은 1990년 대 부터 꾸준하게 제기되어 오던 주제이다. 특히, 근대적 개념으로 형성된 ‘종교’ 개념에 대한 이해는 많은 이들로 하여금 관심을 불러일으키는 주제이다. 이러한 관심을 반영하듯, 심포지엄은 평소보다 배 이상의 인원이 참석하여 성황을 이루었다.


        첫 번째 장석만이 발표한 “‘종교’를 묻는 까닭과 그 질문의 역사”는 전체 심포지엄의 기조발제에 해당된다. 이 발표는 그 동안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던 ‘종교’의 개념이 근대에 형성된 것이며, 이러한 새로운 ‘종교’의 개념을 통해 근대종교를 재평가해야 한다는 것이다. 특히, 종교의 개념을 묻는 서구의 학술적인 흐름을 살펴보고 이러한 흐름들이 현재 우리에게 어떠한 의미를 제시하고 있는지를 살펴보았다. 두 번째 이진구의 발표는 “한국 개신교지형의 형성과 교파 정체성”이라는 주제로 진행되었다. 발표자는 한국개신교의 다교파 상황을 ‘종교현상’으로 인식하는 가운데, 개신교 다교파 지형의 형성과 그런 상황의 인식과정을 살펴보고 이에 대한 개신교 해결의 시도 등을 정리하고 있다. 발표자는 개신교의 교파주의적 사고는 개신교가 유입된 당시 서구의 지배적인 에토스일 뿐, 한국 개신교의 핵심적인 문제는 아니었다고 설명한다. 세 번째 김순석의 발표인 “근대 유교계의 지각변동”은 역사의 변혁기에 들어선 근대 유교의 지각변동을 통해 서구의 조선사회의 침투와 조선의 서구에 대한 대응양상을 살펴보고 그 결과에 주목하였다. 발표자는 당시 서구의 문화를 자발적으로 수용한 ‘대동교’를 통해 조선사회의 서구문화의 주체적 수용을 살펴보고 있다. 네 번째 송현주의 발표는 “세계종교 범주의 창안과 근대 ‘불교’의 발견”이었다. 이러한 주제를 통해 발표자가 논의하고자 했던 것은 서구의 종교적 개념이 낳은 세계종교 범주를 통해 불교가 근대적으로 재구성되는 과정을 설명하고자 하였으며, 서구에서 형성된 근대불교가 근대 한국에서도 많은 영향을 끼쳤음을 설명하였다. 마지막 윤승용의 발표인 “한국 근대 신종교, 근대종교로서의 정착과 한계”는 근대 신종교 발생과 민중운동에 일관된 축으로 작동하고 있는 개벽사상을 통해 근대 신종교의 형성과 근대사회의 근대성 수용의 양상과 그 한계를 살펴보고자 하였다.


        장시간의 발표가 끝나고 곧이어 각 발표에 대한 종합토론이 시작되었다. 토론은 각각의 발표에 대한 논평과 질의를 중심으로 진행되었다. 각 발표는 한국 근대종교의 탄생이라는 주제를 중심으로 서로 유기적이었던 것에 비하여 각 논평과 질의는 전체적인 주제에 관련된 것이라기보다는 각각의 개별 발표내용에 집중된 경향을 보였고, 또 각각의 질의 내용이 광범위하여 필자가 다 수용하기에도 벅찬 상황이었다. 따라서 필자가 생각하기에 각각의 질문 가운데, 본 심포지엄의 주제와 직접 관련된 질의와 답변만을 내용을 정리하고자 한다.


        우선 첫 번째로 인상적이었던 질의와 토론은 첫 번째 발표자인 장석만 선생의 발표와 관련된 질문이었다. 질문의 내용은 한국의 종교개념 형성의 근원으로서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내용이었다. 발표자의 주장대로 근대 한국의 종교개념이 기독교 세계관을 통해 형성된 종교개념이라고 볼 때, 기독교 세계관에 대한 이해는 종교개념 형성에 대한 이해를 진작 시킬 수 있는 중요한 고리가 될 수 있다. 그런데, 발표자는 종교개념에 대해 주체적인 이해를 강조하고 있다는 것은 논리적으로 모순된 것이 아닌가라는 지적이었다. 이러한 질문은 근대 기독교적 종교개념의 형성이라는 문제의식을 포함하고 있는 동시에 기독교적 종교관의 극복이라는 이중적인 인식이 포함된 것이라고 생각된다. 논평자는 근대 종교개념의 형성에 지대한 역할을 담당했던 기독교적 세계관의 극복이야 말로 근대적 종교개념에 대한 근원적인 인식과 재고의 핵심적 고리가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특히, 기독교적인 세계관으로부터 비교적 ‘자유’로운 조너선 스미스(Jonathan Z. Smith)의 사유를 통해 종교개념을 인식하는 것이 중요한 단초가 될 수 있다는 점을 지적하였다. 이러한 논평자의 지적에 대해, 장석만은 한국의 종교개념의 형성에 대한 기독교적 세계관의 영향력에 기본적으로 동의하면서도 스미스식 모델을 통한 이해에 대해서는 다른 시각을 가지고 있었다. 서구에 의해 형성된 종교개념을 재고하는 데 서구식 이론을 가지고 단초를 마련한다는 것 자체가 한국 학문사회가 그 동안 답습해왔던 학문적 식민화를 반복하는 것이라고 지적했다. 따라서 종교개념의 인식에 있어 서구적 사고의 모방을 탈피해야 한다고 설명하였다. 또한 이와 관련하여, 동양의 학문적 독창성만을 강조하는 일부 한국학계의 방식에 대해서도 전자와 같은 결과를 낳을 수 있다고 우려하였다. 따라서 발표자는 종교개념 재고에 있어 서구이론의 모방의 탈피와 동양적 이론의 독창성 강조에 대한 비판적 시각을 동시에 유지하는 것이 대단히 중요하다고 강조하였다.


        두 번째로 관심을 끌었던 토론은 마지막 발표와 관련한 질문이었다. 특히, 논평자 박규태 는 개벽사상이 현대 한국의 신종교와 어떤 관계를 유지하고 있으며, 현재 우리사회의 종교 개념형성에도 공헌을 하고 있는지에 대한 질문이었다. 이에 대해 발표자인 윤승용 선생은 현대 신종교 가운데, 현대 한국사회에서 개벽사상을 유지하고 발전한 종교가 있지만, 근대적 개벽사상을 그대로 계승한 것은 아니라며, 개벽사상의 내용이 근대 정치종교의 주제인 민족보다는 구복과 성공에 치중하는 등 많이 변화가 된 상태라고 답변하였다. 따라서 현대사회의 신종교들을 단순히 개벽사상으로만 이해하기는 어려움이 따른다고 하였다. 이러한 답변은 현재 개벽사상을 통해 발전된 신종교들을 가지고 근대적 종교 개념을 이해하는 모델로 삼기에는 한계가 있다고 판단한 것으로 보인다. 다시 말해, 개벽사상을 통해 형성된 근대적 신종교가 한국 근대 종교개념 형성에 하나의 모델로 간주하기에는 보다 세밀한 성찰이 필요하다는 지적이라고 볼 수 있다.


        한국사회의 근대는 이전의 역사를 봉인한 후, 근사한 포장지로 외부를 둘러치고 겉으로는 내부를 볼 수 없는 단절된 역사의 공간이었다. 그리고 이러한 근대로부터 형성된 현재는 포장의 역순으로 해체하는 과정을 통해 조망할 수 있는 어려움이 남아있다. 따라서 현재의 근대에 대한 관심은 현재를 바라보기 위한 우리의 관심을 반영한다. 다시 말해, 근대는 우리의 현재를 바라보기 위한 중요한 렌즈와도 같은 시기이다. 하지만 근대의 내부와 외부의 단절은 우리가 조망하는 근대의 스펙트럼을 단순화하는 것 같다. 한국사회의 근대는 엄청난 충격과 급격한 변화라는 역동적인 상황을 제시하지만, 단절된 외부는 내부의 깊이 있는 성찰을 저해한다. 근대에 형성된 ‘종교’를 바라보는 시각에도 다르지 않는 것 같다.


        한국 사회에서 근대 종교개념의 형성에 대한 논의가 시작된 것이 어느 덧 20여 년의 세월이 흘렀다. 하지만, 이후 근대 종교개념에 대한 이해는 근대 종교현장의 역동성을 담보해내지 못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의심이 들었다. 특히, 지금까지의 종교 개념사에 대한 논의는 근대이전과 이후의 종교개념의 비교를 통해서 양자 간의 차이를 강조하는 것에만 집중하고 있는 것은 아닌가. 종교라는 개념에 대해 재고하려는 성찰적 사유는 종교를 학문의 대상으로 인식하는데 있어 매우 중요한 문제이다. 하지만, 개념으로만 고착된 논의가 얼마나 종교의 현장에 관한 풍부한 논의를 담을 수 있을까? 다시 말해, 역사적 사실과 분리된 담론이 얼마나 자신의 운신의 폭을 넓혀 낼 수 있을까?


        서구에서의 종교개념에 대한 연구는 자신들의 역사적 공간에 파고들어 현재를 성찰하는 과정을 통해서 진행되고 있다. 이는 종교라는 담론을 종교사라는 공간에 안착시켜 종교라는 개념을 재구성하는 것이라 여겨진다. 그 개념은 실천이라는 구체적인 상황을 통해서 정리된 것이기도 하다. 물론 개념사를 통한 담론의 역사적 변화를 고려하는 것도 종교개념을 이해하는 방식 가운데 하나라는 것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하지만 개념사 뿐만 아니라 개별종교 전통이 실천해 온 종교적 수행의 과정과 이를 통해 형성된 이념으로서의 ‘종교’에 대한 인식이 보다 많은 논의의 지점이 되었으면 하는 아쉬움이 있었다.


        이번 심포지엄의 한국 ‘근대종교의 탄생’의 주제는 3년이라는 기간을 통해 ‘근대종교’의 형성을 이해하고자 하는 장기적인 프로젝트이며, 이번에 그 첫 선을 보인 것이다. 이번 심포지엄의 기획을 보면, 개별종교전통 속에서 종교개념을 살펴보고자하는 기획 역시 포함되어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근대종교 개념중심의 담론이 개념으로 그치지 않고 종교적 전통과 실천이 함께 어울릴 때 이 연구가 보다 생동력을 가질 것이며, 한국종교 연구에 있어 의미 있는 성과가 있을 것으로 기대된다.


                                                                   
 도태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memendo@naver.com


논문으로 <라이온 킹의 영웅신화 구조와 이데올로기 비판>이 있고, <비평으로서 신화 연구하기>라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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