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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에 종교가 있다: 현대 스포츠의 종교성

 

 

2012.8.7

 


        스포츠(sport)는 종교다. 과거의 종교는 스포츠를 비롯하여 영화(screen)와 섹스(sex)를 경쟁상대로 인식하면서 ‘부도덕과 죄’로 분류했다. 그러나 시대가 바뀌었다. 스포츠가 강력한 종교로 부상하며 기존의 상상력을 공략하고 있다. 이제 주말이 되면 ‘성스러움’(the sacred)을 경험하기 위하여 사찰이나 교회를 찾기보다는 적지 않은 사람들이 가족단위로 축구경기장이나 야구경기장 혹은 영화관을 방문한다.


        현대인은 ‘거룩한 성전’에 모여서 선수들을 응원하며 울고 웃는다. 경기를 통한 공정한 경쟁은 공동체 간 ‘가상의 전쟁’이기 때문에 선수들이 승리를 거두면 영웅이 되고 감동의 신화적 스토리가 만들어진다. 종교의례처럼 경기는 정해진 규칙에 따라 반복되어지고 선수는 정정당당하게 게임에 임하지 않으면 야유를 받거나 퇴출된다. 승자에게는 찬사와 박수가 이어지고 패자에게는 위로와 격려가 전해진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스포츠는 고독한 현대인의 상처를 치유하고 무의미와 부조리의 질병을 극복하는 신비한 힘을 제공한다.


        2012년 런던올림픽(London Olympics)의 개막식은 감동적이고 환상적이었다. 산업혁명의 그늘 아래 착취되었던 어린이와 여성의 아픔을 형상화하였고 자유와 평등의 이념으로 세계가 하나가 될 수 있다는 강력한 메시지를 전달했다. 주최국 영국은 52년 만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즈, 북아일랜드의 연합팀을 구성하였고 우리도 고군분투(孤軍奮鬪)하는 대한민국과 북한의 선수들을 응원하며 평화통일을 염원한다.


        스포츠는 공동체, 기념, 기도, 믿음, 축제, 헌신, 희생의 성격을 강하게 드러낸다. 대중매체가 널리 보급되기 전까지 종교의례가 스포츠나 극장에 갈 수 없었던 사람들에게 오락과 유희의 원천이 되었다. 선수들이 ‘영웅’처럼 숭배된다는 점에서 스포츠는 인간 중심의 ‘자연종교’(natural religion)다. 관중은 선수를 응원하고 공동체의 일원으로서 소속감을 느낀다. 경기가 진행되는 장소는 성스러운 공간으로 변하고 사람들은 모여 선수와 팀의 성공을 기원하며 그들의 덕을 기린다. 공동체를 상징하는 깃발이 창공에 휘날리고 국가를 부르며 희로애락(喜怒哀樂)을 나눈다.


        인간의 종교성(religiosity)은 우리의 상상력을 뛰어넘는다. 고된 훈련으로 다져진 영웅들의 놀라운 정신력과 체력은 우리에게 깊은 영성(spirituality)의 감동마저 선사한다. 일상에 만연된 정치적 혼란의 불안과 경제적 난관의 고통에서 벗어나 기쁨과 휴식의 시공(時空)을 마련해주기 때문이다. 좋아하는 영웅과 팀에 대한 팬들의 헌신과 사랑은 종교적 신앙을 능가한다. 종교를 ‘민중의 아편’으로 정의했던 마르크스의 설명처럼 런던올림픽경기는 한 달 동안 모든 국민의 관심을 낮에서 밤으로, 한국에서 런던으로, 《안철수의 생각》에서 ‘금메달의 생각’으로 옮겨놓았다.


        우리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 <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2008), <국가대표>(2009), <코리아>(2012) 등의 영화에서도 이러한 스포츠의 종교적 몰입을 발견한다. 연일 폭염이 계속되는 가운데 한여름 밤 올림픽의 꿈에서 깨어나지 못하는 이유는 우리가 일상에서 직면하여 해결해야할 현실의 무거움과 변화에 대한 기대 때문일 것이다. 여기에 종교가 있다.


                                                                   
 안신_

배재대학교 주시경대학 교양교육부 종교학교수


shinahn@pcu.ac.kr


논문으로 <영화의 상상력과 다문화 종교교육>, <세계종교교수법을 통한 다문화 종교교육>, <종교적 다양성과 칼 융의

 

원형> 등이 있고, 저서로 《세계종교의 이해》,《종교와 종교학》,《세계종교철학의 이해》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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