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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20세기 개신교는 과학을 어떻게 인식했는가?


 

 

                                                                                                            2013.7.9

 

 

 

이 글은 머래이(Leslie A. Muray)의 책 Liberal Protestantism and Science의 4장 “Science, Liberal Protestantism, and the Twentieth Century: 1900-1960”의 간략한 서평이다. 머래이의 책은 총 7장으로, 계몽주의와 낭만주의, 다윈의 진화론, 20세기 과학과 자유주의 신학, 환경신학, 그리고 결론으로 구성되어 있다. 이 가운데 4-5장은 20세기의 자유주의 신학과 과학과의 관계를 서술하고 있는데, 필자가 주목하는 것은 전체 7장 가운데 4장이다. 이 장을 주목하는 이유는 20세기 초와 중반에 개신교가 과학을 어떻게 인식했는가가 잘 서 되어 있다는 점과 19세기 초 한국 개신교의 근대적 수용이 개신교의 과학에 대한 인식과 무관하지 않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20세기 초·중반 개신교의 과학에 대한 인식은 신학적 경향과 무관하지 않다. 즉, 자유주의 개신교 신학의 과학에 대한 인식과 신정통주의(Neo-Orthodox)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 그것이다. 이 책에 따르면, 자유주의 개신교 신학은 시카고학파가 주도한 신학적 흐름이었으며, 이 흐름은 ‘사회역사적 방법’을 토대로 한 신학연구라고 할 수 있다. 여기서 ‘사회역사적 방법’이란 신학을 영원불변의 대상이 아니라 사회와 역사적 변화에 대응해서 재해석되는 실체로써 인식하는 방법을 의미한다. 이러한 시카고학파의 대표적인 학자는 포스터(Geoge Burman Foster:1859-1918), 매튜스(Shailer Mathews:1864-1941), 그리고 스미스(Gerald Bitnry Smith) 등이다. 이들의 주요한 관심은 신학과 현대세계와의 관계설정이라고 할 수 있다. 특히, 그들은 현대사상을 적극적으로 신학에 적용하고자 하였다. 이를 통해 그들은 진화론을 자신들의 신학에 창조적으로 적용 하였으며, 우주와 자연의 실체로써 신이 어떻게 자연에 내재하는가를 설명하였다. 이러한 신학의 과학에 대한 이해는 한마디로 과학사상의 신학적 적용이라고 할 수 있다. 이러한 자유주의 신학의 과학에 대한 이해는 과학과 현대세계에 대한 낙관론으로부터 발생한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말해, 그들은 인간의 과학적 진보를 낙관적으로 해석하였으며, 과학이 보다 나은 인간생활로 이끌 것으로 기대했다.

 

하지만, 이런 기대와 확신은 제 1차 세계대전을 겪으며 환멸로 바뀌게 된다. 인간이 만들어놓은 과학의 발전은 인간과 세계를 파멸로 이끌게 된 것을 보고 과학과 현대세계에 대한 낙관적 확신은 결국 환멸로 바뀌게 되었던 것이다. 이러한 환멸은 자유주의 신학에 대한 비판적 입장을 견지한 신정통주의 신학을 등장시켰다. 신정통주의 신학의 대표적인 학자는 바르트(Karl Barth:1886-1968), 니부어(Reomhold Niebuhr:1892-1971) 그리고 하임(Karl Heim:1874-1958) 등을 들 수 있는데, 이들은 신학과 과학을 이분법적으로 엄격하게 구분한다. 이들의 주장은 신의 창조와 인간의 창조는 완연히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신의 영역인 종교의 영역과 인간의 영역인 과학은 엄격하게 구분되어야 한다는 것이 이들의 과학에 대한 인식이다. 또한, 과학은 그 스스로 윤리적 판단을 할 수 없기 때문에 과학에 신의 윤리적 원칙이 적용되어야한다고 주장하였다. 따라서 이들은 종교와 과학을 구분하고 과학을 신의 윤리적 원칙으로 관리해야한다는 입장을 보였다.

 

이상과 같은 자유주의 신학과 신정통주의 신학의 과학에 대한 입장은 한마디로 ‘수렴’과 ‘단절’이라는 말로 정의할 수 있을 것이다. 이러한 두 입장은 현재 개신교 신학이 과학을 바라보는 입장에 기초가 되었을 뿐 아니라 한국 개신교의 과학에 대한 인식을 이해하는데도 중요한 인식모델이 될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이러한 논의들 자체가 신학적 논의의 일부라는 사실은 종교와 과학의 문제가 수렴과 분리라는 맥락을 떠나 보다 폭넓은 범위로 접근해야 함을 보여주는 것이다. 특히, 이 책은 명백히 ‘신학’과 ‘과학’의 관계를 다루고 있음에도 불구하고 ‘신학’과 ‘과학’이라는 용어보다는 ‘종교’와 ‘과학’이라는 용어를 더 많이 사용하고 있다. 이는 신학과 종교를 등치시키고 있는 것이다. 종교학은 이러한 시각을 넘어서 각각의 개별 종교전통을 토대로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재구성해야 할 것이다.


 

 

도태수_
한국학중앙연구원
memendo@naver.com
논문으로 <라이온 킹의 영웅신화 구조와 이데올로기 비판>이 있고, <비평으로서 신화 연구하기>라는 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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