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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272호-한국 사회의 생태운동과 종교(유기쁨)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3. 11. 18. 17:31

 

 

                       한국 사회의 생태운동과 종교


 

 

2013.7.23

 

 

최근 한국사회의 생태운동 현장에서는 종교 의례 및 상징의 활용이 부쩍 눈에 띄게 부각되고 있다. 그리고 주로 정부나 대기업에서 추진하는 개발을 저지하기 위한 저항적 성격의 생태운동 현장에서는, 과연 그곳에서 수행되는 의례들이 종교 의례인지 아니면 소위 ‘종교의 탈을 쓴’ 위력행사인지에 대한 논란이 벌어지기도 한다. 가령 구럼비살리기운동(제주해군기지반대운동)이 펼쳐지는 강정마을에서의 매일 수행되는 미사와 기도회를 두고 "종교행사를 빙자한 공사방해“라는 현수막이 나붙기도 했다. 학자들의 연구 테이블에서가 아니라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종교 의례의 기능과 성격, 의미에 대한 ‘실질적 논쟁’이 일어나고 있는 것이다.

 

한국 생태운동의 흐름

 

사실 한국 사회의 생태운동은 ‘종교’와 밀접한 관련을 맺으며 전개되어 왔다. 한국 생태운동의 역사적 전개 과정을 간략히 살펴보면, 1960년대와 1970년대에는 환경오염의 피해자들을 중심으로 하는 피해자보상운동과 정부주도의 환경개량운동이 일어났고, 1980년대에는 사회정의운동의 연장선상에서 몇몇 종교인들을 중심으로 저항적 환경운동이 전개되었다. 그러나 본격적인 의미의 생태주의 운동은 1990년대에 비로소 시작되었다. 생태운동과 종교와의 다양한 방식의 결합이 활성화하기 시작한 것도 이때부터다. 특히 이 무렵부터 생태문제에 대한 인식이 우리사회 확산되면서 생태운동에서도 그 의미에 대한 물음이 생겨나기 시작하였고, 세계관의 변화와 문명의 전환에 대한 요구가 나타났으며, 이후 생태운동이 다각화되고 활성화되면서 구체적인 전략으로서 의례의 활용이 한층 부각되기 시작하였다. 나아가 2000년대에 접어들면서 ‘생태영성’을 강조하는 운동의 흐름이 나타났다. 세계관의 생태적 전환이 논의되던 1990년대부터 이미 종교에 대한 기대가 나타나고 있었지만, 2000년대에는 녹색대학이나 모심과 살림 등 새롭게 생겨나는 각종 대안적 생태운동체들의 등장은 물론이고 전문환경단체인 환경운동연합에서도 생태영성의 중요성을 이야기하며, 나아가 일반 사회운동에서도 영성, 종교성에 바탕을 둔 운동을 펼쳐야 한다는 주장이 나타나기에 이르렀다.

그런데 한국사회에서 생태운동 각각의 흐름은 시간의 경과에 따라 사라지는 것이 아니라 오히려 각각의 흐름이 서로 겹쳐진다. 따라서 과거보다 현재의 생태운동 지형은 여러 가지 운동의 흐름들이 공존하면서 상대적으로 복합적인 양상을 드러내고 있다. 오늘날 한국 사회의 생태운동은 저항적, 투쟁적 성격의 운동과 환경개량운동, 문명전환운동, 생태영성운동의 양상을 모두 포함하고 있다. 그리고 종교는 각각의 유형에서 상당한 영향력을 발휘하고 있는 것이다.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종교현상

오늘날 한국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나타나는 종교현상은 주목할 만하다. 한국 생태운동의 많은 사례들에서는 종교가 중요한 역할을 수행하고 있다. 종교인과 종교조직, 혹은 종교계 생태엔지오 등이 생태운동에서 중추적인 역할을 담당하거나, 생태운동의 중요한 문화적 장치로서 종교 의례, 종교 교리, 종교 경전 등이 활용되고 있다. 종교 간의 연합 운동도 눈에 띄게 나타난다. 한국 생태운동의 현장에서는 종교 간의 교류, 대화, 소통, 협력, 연대가 다른 어떤 영역에서보다도 활발하게 일어나고 있으며, 주요 종교 의례들이나 심지어 종교적 용어들이 종교 간의 경계를 넘어서 공유되는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외국의 생태운동에서는 유례를 찾기 힘든 이러한 종교 간의 협력 관계는 종교다원주의의 한국적 특수성에 기인하는 것이기도 하지만, 생태계 위기에 대한 한국 종교계의 공통된 인식에서 비롯되는 것이기도 하다. 이렇듯 한국 생태운동의 현장은 종교문화의 협력과 교류라는 측면에서도 가장 역동적인 변화의 장이다. 나아가 생태 의례의 창안 및 전유, 새로운 상징 형성을 통한 상징적 의미의 추구가 생태운동의 현장에서 역동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다. 이처럼 한국사회에서는 생태주의 혹은 생태운동을 기준으로 종교 지형도가 새롭게 그려지고 있으며, 새로운 종교 현상이 나타나고 있다.

 

그러니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종교계 생태운동의 현장은 종교계의 교류 및 연대가 가장 활발하게 일어나는 공간이며, 새로운 의례가 창안되는 역동적인 현장이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유기쁨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ntolose@hanmail.net
저서로 <<생태학적 시선으로 만나는 종교>>등이 있고, 역서로 <<세계관과 생태학: 종교, 철학 그리고 환경>>등이 있으며, 논문으로 <인간과 종교,그리고 생태 -더 큰‘이야기’속으로 걸어가기->,<한국 종교계 생태 NGO의 전개와 성격 -저항과 생태 교육을 통한 사회참여>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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