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성장의 한계와 도덕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종교,

                        나아갈 방향을 묻다




2013.10.22

 

 

지난 주말(2013.10.19-20) 불광사 중창불사 낙성기념으로 ‘현대사회의 위기와 종교공동체의 역할’이라는 주제의 국제학술 포럼이 열렸다. 포럼 주체측은 현대사회의 위기에 대해 종교 공동체가 무엇을 할 수 있는지를 점검하고 성장의 한계와 도덕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 종교가 나아갈 바람직한 방향을 모색하기 위한 자리를 마련해보고자 했다. 현대사회는 생태위기와 자원고갈, 빈곤과 빈부격차, 인종과 종교갈등, 정신적 불안과 정신질환 등과 같은 범세계적인 위기에 직면해 있다. 특히 이번 포럼은 개별종교를 넘어 세계적인 종교공동체로 평가받고 있는 각 종교의 모범적인 공동체를 초빙하여. 그들은 어떤 이념과 비전으로 시대적 위기를 진단하고 대응하고 있는지를 경청하고, 불교계를 비롯한 한국의 종교계가 나아갈 방향을 모색해보는 자리였다.

 

이번 국제 학술 포럼에는 모두 7개 나라의 다양한 종교공동체에 관한 9편의 글이 발표되고 이어 관련 토론이 있었다. 틱낫한 스님과 조화롭고 깨어 잇는 수행공동체 ‘프랑스의 플럼빌리지(탁찬팝캄)’, 생태적 기업과 나눔의 경제공동체를 지향하는 ‘태국의 아쇼케 공동체(피쿨 와니차피차드)’, 신의 임재와 세상의 치유를 지향하는 ‘미국의 퀘이커 공동체 펜들힐의 정신(스티븐 스미스)’, 세계 젊은이들에게 삶의 의미와 희망을 제공하는 ‘프랑스의 떼제 공동체(앤써니 수사)’, 인간불교의 이념과 승가와 재가의 평등을 지향하는 ‘대만의 불광산사(마오광, 마호판)’, 승가와 재가가 함께 만든 수행 공동체인 ‘미얀마의 마하시 명상센터(담마나나)’ 6개 해외 종교공동체가 소개되었고, 한국의 종교공동체 사례로서는 한국의 마을 공동체 정신을 살려 지역공동체와 결합한 ‘길상사의 인드라망 공동체’와 개인수행과 환경, 평화, 구호 등의 사회활동을 겸하는 생활불교이자 수행공동체인 ‘정토회’를 에코붓다 유정길 선생이 소개하고, 이들 종교공동체의 소개와 함께 한국 불교공동체의 방향을 모색을 위한 승가의 현대적 모델로서 고려대 조성택 교수는 타종교를 배제하는 근대적 종교공동체를 넘어 타종교와 더불어 뭇 생명을 구제하는 그리고 연기적 세계관에 기초한 개방적이고 탈근대적인 ‘사방승가(四方僧伽)’의 이념을 제안하였다.

 

국내외 학자들과 종교 현장의 실천가들이 자신이 소속된 공동체들을 가지고 종교공동체의 일상생활까지를 소개하였다. 그 공동체의 역사와 현황, 지도자와 이념, 조직운영 방침, 현실 진단과 미래 비젼 등이 비교적 상세하게 소개되었기 때문에 필자에게는 세계적인 종교공동체에 대한 성향과 추세를 이해하는데 상당한 도움이 되었다. 종교연구를 하는 사람으로서 평소에 한번쯤은 가보고 싶었던 곳들이라서 이 포럼 토론자로 참석한 것만으로도 약간의 행운이었다.

 

이번 학술 포럼에 소개된 종교공동체를 일별해 보면, 첫째, 종교공동체 내에서도 자기종교를 떠나 다양한 특성을 가진 공동체들이 존재한다는 것을 일 수 있다. 실제로 우리사회에서 종교공동체라고 하면 교단을 생각하거나 아니면 교회공동체나 사찰공동체를 생각하게 된다. 그러나 하나의 종교 이념에 의해 모든 구성원이 평등한 종교공동체는 종교적인 사회라는 의미에서 법적이고 현실적인 교단과는 좀 다른 의미를 가진다. 그래서 자기 종교라고 해서 자기 종단이나 교단을 비판 없이 무조건 추종한다면 그것은 자기 신앙의 진실성, 나아가 진정한 종교공동체에 대한 여망을 배반하는 것이 되는 경우가 흔히 있다.

 

둘째, 개별종교의 기반을 두고 있지만 그 경계를 넘어 누구에게나 개방되어 있으며, 동시에 인류에게 희망을 줄 수 있는 다양한 삶의 방식을 종교를 통해 끊임없이 실험해 보고, 그것을 현실에서 실천으로 옮기고 있다는 점이다. 기존의 제도적인 종교의 틀을 넘어 무엇이 인류의 행복한 삶에 도움이 되는가를 고민하는 공동체들이다. 진정한 종교는 인간의 삶에대해 항상 성찰할 임무가 있다.

 

셋째, 자급자족을 위한 노동과 걸식을 전제한 공동체는 있을 수 있어도 단순히 신앙만 하는 아주 순수한 공동체는 없다는 사실도 잘 알 수 있다. 세속적 삶 방식을 전면 거부하는 대안공동체에서부터 세속의 삶의 방식과 조화를 이루면서 신앙과 생활을 통합하려는 생활종교의 공동체, 그리고 세속의 정치까지 담당하는 교황청과 같은 종교 교단까지, 종교공동체는 세속과의 관계(聖俗二元論)를 두고 일련의 스펙트럼을 이루고 있다. 그리고 종교전통에 따라 기독교의 예배공동체, 도와 법을 따르는 수련공동체, 그리고 불교와 같이 수련과 예배(禪과 淨土)를 동시에 수용하는 이중적 종교공동체등으로 구분되기도 하고, 출가 성직자와 재가 대중의 공동체내 위계와 역할에 따라 출세간 공동체와 세간공동체, 그리고 출가와 재가가 권위와 역할을 함께하는 즉, 신앙과 생활을 통합한 생활공동체로도 구분된다. 아마 세속의 종교공동체라면 생활과 신앙을 통합하는 생활종교가 최고의 이상일 것이다.

 

넷째, 현대사회 위기의 문제들을 나름대로 수용하여 종교적 과제로 삼고 있으며, 출가 성직자는 재가의 모범이 되고, 재가 대중은 사회참여와 봉사에 결사하여 기꺼이 나서고 있다는 것을 알 수 있다. 언제든지 사화참여와 봉사는 성직자가 아니라 재가 대중의 결사공동체의 몫이다. 신앙 대중이 중심이 되지 않는 한 종교공동체는 아무리 좋은 성직자와 종교이념을 가지고 있더라도 사회참여와 봉사의 종교가 될 수 없다.

 

다섯째, 이들의 삶의 모델은 개발과 발전만 도모하는 경제중심의 사회 체제와 시장 근본주의에 빠져 있는 현대사회에 경종을 울리고 있다. 보다 깊고 순수한 종교성을 되찾아 주는 순수 신앙공동체 혹은 수행공동체로, 신앙과 생활을 일치시키고 영육(靈肉)이 쌍전(雙全)하는 생활공동체로, 혹은 인류의 위기에 대해 경고하여 평화, 생태, 구호를 통해 사회참여를 지향하는 지역공동체, 생태공동체, 평화공동체 등으로 발전하고 있다는 것을 확인할 수 있다.

 

그런데 현재 성장의 한계와 도덕적 위기에 직면한 한국의 종교는 어디로 가고 있는가. 아직도 개별종교의 이해에 빠져 자기 경계를 넘어선 사람들의 행복에 대해서는 별로 관심이 없어 보인다. 종교가 인간 삶에 행복의 수단이 아니라 종교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 버린 듯하다. 불교는 전통문화를 이용해서, 천주교는 순교자들을 통해서, 보수적인 개신교는 종북이데올로기 타령으로 자기 세력의 팽창만 구사하고 있는 것이 아닌지, 우리사회의 종교들은 인간의 삶, 그리고 인류와 민족의 미래를 위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한 번 쯤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다.


 

 

윤승용_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
seyoyun@daum.net
논문으로 〈한국사회변동에 대한 종교의 반응형태 연구〉, 〈근대 종교문화유산의 현황과 보존방안〉등이 있고, 저서로 《한국인의 종교와 종교의식》(공저), 《한국 종교문화사 강의》(공저), 《현대 한국종교문화의 이해》등이 있다.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