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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글신은 아직 알아주지 않지만 연구소 구성원들은 모르는 사람이 없습니다. 구글 검색 결과에는 골든벨 울린 '공부의 신'이나 전 고건 총리가 대선 후보로 회자될 때 00號로 지원세력 출범을 이야기한 경우 등이 더 많습니다. 한 마디로 언론의 스포트라이트를 받아 보신 적이 없다고 할 수 있습니다.


82학번으로 연구소를 지키고 계시는 (요즘은 아니라고 하시지만) 몇 분 중의 한 분입니다. 연구소에서 담배 피우는 사진이 가장 멋있게 나온 선생님이시기도 하시죠.



위 사진보다 해상도가 좋은 것이 있을텐데, 아직 수배하지 못했습니다.



2002년에 "韓末 新宗敎의 文明論 : 東學·天道敎를 中心으로"라는 박사학위 논문을 쓰셨습니다. 최근 연구 성과는 "종교 통일과 종교 넘어서기: 통일교회의 종교관"(《포스트 문 시대의 통일교회》, 2014)입니다.



글과 말을 선명하고 깔끔하게 하신다는 느낌입니다. 가령 아래 글에서 '이단과 정통'의 문제를 이야기하는 고건호 선생님의 목소리를 들어 보겠습니다.



고건호 박사는 “힘이 센 개신교 주류진영에서 특정집단에 대해 ‘이단, 이단’ 하고 지속적으로 뱉어낸다. 사람들은 치밀하고 의식적으로 이해하지 않은 상태에서 쉽게 ‘이단이구나’라고 말한다. ‘이단’은 언론과 미디어에서 사용해서는 안 되는 표현이다. 과거 탁명환 국제종교문제연구소 소장이 사망했을 때 9시 뉴스 앵커들의 입에서 ‘이단 연구가’, ‘정통교단’, ‘이단교회’, ‘광신자’ 등의 표현이 막 튀어나왔다. 가장 조심해서 말을 해야 할 앵커들마저 쉽게 ‘이단’이라는 표현을 사용한 것은 문제다”라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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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건호 박사는 “사이비종교의 기준은 누가 만드나. 어떤 종교를 진짜로, 어떤 종교를 가짜로 만드는 기준은 상대적인 것인데도 불구하고 사람들은 마치 진짜 종교가 있고 가짜 종교가 있는 것으로 여겨 어떤 종교는 패 죽여야 할 것처럼 대하고 어떤 종교는 보호해야 하는 종교로 대우한다. 결국 정통과 이단을 바라보는 시각이 그대로 전이가 되어서 이단으로 낙인 찍힌 대상자를 사이비종교라고 부른다. 이단과 사이비를 세트로 쓰고 있는 것이다”라고 지적했다. 나아가 고 박사는 “이단과 사이비라는 표현이 모두 헤이트 스피치에 해당한다”고 지적하면서 “이단이라는 단어가 사전적 정의와 달리 현실적으로 매우 부정적인 의미를 갖고 있는데 ‘사이비종교’라는 표현이 가지는 폭력성은 그보다 더 심각하다”며 우려를 나타냈다. 헤이트 스피치는 민족, 인종, 종교, 국적, 피부색, 성별, 장애 여부 등이 자신과 다르다는 이유로 특정한 집단에 대해 편견을 가지고 의도적으로 폄하하거나 위협하는 발언, 연설, 영화, 만화, 기사, 출판물, 낙서 등을 말하며 폭력과 선동을 수반한다.


이단 논쟁이 각 교단 내부에서만 이뤄지는 것이 아니라 타 종교까지 이단 규정의 대상으로 삼는 것은 ‘종교 폭력’이라는 지적이 있다.


고 박사는 이단·사이비 문제가 단순히 종교 안에서 논의되는 것이 아니라 종교의 울타리를 넘어 사회적으로 재생산되고 파생되는 것은 심각한 문제라고 지적했다. 그는 실제 종교적인 문제가 발생했을 때 경찰이나 법원에서 자체적인 합리적 판단에 앞서 기성 교단의 견해를 우선적으로 타진하고 수용하는 잘못된 사회적 구조에서도 문제의 심각성을 꼬집었다.


고 박사는 “종교 논쟁을 벌이는 당사자가 특정 종교에 대해 ‘사이비종교’, ‘가짜 종교’라고 단죄를 하고 낙인을 찍을 때 공권력이 개입해 또 다시 낙인을 찍는 일이 있다. (종교 문제가 발생할 때) 경찰이나 법원이 해당 종교에 대한 자문 즉 그 종교에 대한 평가나 이단인지 여부, 이단이면 왜 이단인지에 대한 의견을 기성 종파 내에 있는 이단대책위원회에 구하는 것이다. 이는 가해자에게 가서 피해자가 뭘 잘못했는지 묻는 꼴이다”라고 일갈했다. 



위 책에서는 이런 글들을 쓰셨죠.


"종교를 통계로 본다는 것에 대해"


"신종교를 어떻게 볼 것인가"


"유교는 종교인가"


"종교적이라는 것의 의미"


'종교'라는 개념이 주어질 때, 그 경계에서 벌어지는 문화적 인식작용의 특성을 추적하는 연구가 많았던 것 같습니다.


상당기간 연구소의 '허리' 역할을 담당하시면서 후배들의 멘토로서, 때론 대변자로 역할을 해 오시기도 하셨죠. 후배들의 '상담' 탓에 술과 함께 밤을 지세운 날이 상당히 많으실 겁니다.



'속정 깊은 경상도 남자', 고건호 연구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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