팟캐스트(podcast) 세계의 종교, 종교학, 그리고 나
news letter No.518 2018/4/17
"야! 팟캐스트를 가지고 글을 쓸 수 있는 사람은 너 밖에 없어! 그러니 써!"
위의 인용문은 대학원 후배 형님(?)과 술을 한 잔 하던 도중 그 사람이 한 말이다. “미디어와 종교”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누던 도중, 필자가 팟캐스트를 진행한 경험을 글로 써 보라는 그 사람의 조언이었다. 대학원에 다닐 때 지도교수는 ‘무슨 일을 하던지, 해당 분야에 관하여 글 하나는 남겨야 된다.’라고 조언한 적이 있다. 그리고 필자는 약 6년 전 공주대학교에서 재외동포학생들을 대상으로 “한국문화”와 “한국사”를 강의했을 때의 강의 내용과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논문을 작성했다. 그 이후 팟캐스트를 5년이 넘게 했지만, 팟캐스트를 연구한 글을 쓰지 못하고 있다. 그 죄책감도 털 겸, 지도교수와 후배 형님의 조언도 실천할 겸, 연구의 가정도 세워볼 겸 자진해서 글을 투고하기로 결심했다.
2011년 “나는 꼼수다”라는 팟캐스트가 시작된 이후 팟캐스트는 대안 미디어로서 확고하게 자리 잡았다. 팟캐스트는 IOS(애플-Apple사에서 제작한 휴대전화나 컴퓨터, 노트북 등의 운영체제) 사용자를 위한 음악과 방송서비스 어플리케이션인 아이튠즈에 파일을 올리고, 그 파일을 듣거나 볼 수 있는 일종의 파일 교환 서비스다. 팟캐스트는 애플사에서 제작한 기기를 사용하는 사람들이나 아이튠즈를 설치한 사람들만 듣거나 볼 수 있었던 팟캐스트를 안드로이드에서도 감상할 수 있는 어플리케이션(팟빵, 쥐약 등)이 개발되고, 그 어플리케이션이 인터넷에도 서비스되면서 이제 많은 사람들이 팟캐스트를 감상할 수 있게 되었다. 모든 팟캐스트 관련 어플리케이션에서 팟캐스트의 순위를 매기기 때문에 어떤 팟캐스트가 인기 있는지 알 수 있다. 또한 현재 “팟빵”이라는 어플리케이션에서만 3만개가 넘는 팟캐스트가 업로드 되고 있다. 팟캐스트는 일종의 파일 교환 서비스이기 때문에 방송에 관한 법률에 구애 받지 않으며, 방송이라고 부르는 것도 잘못된 표현이다. 같은 이유로 팟캐스트에서는 “업로드”, “다운로드” 등 파일을 주고받을 때 사용하는 용어가 통용된다. 그리고 팟캐스트 한 회당 몇 백원의 요금을 내고 다운로드나 청취를 할 수 있는 유료서비스도 운영되고 있다.
필자가 참여했던 팟캐스트에는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이하 이이제이라고 약칭하겠음)”, “쇼! 개불릭”, “전우용과 이박사의 대한민국근현대사(이하 한국근현대사라고 약칭하겠음)” 등이 있다. 이 가운데 “이이제이”는 한국근현대사의 비화를 다룬 팟캐스트로 현재까지 누적 청취자 수가 3억 명이 넘는다. “쇼! 개불릭”은 종교를 내용으로 하는 팟캐스트로 몇 차례의 휴식기를 거치면서 지금까지 업로드 하고 있으며, 회당 5만 명 정도가 듣고 있다. 특히 이 팟캐스트에는 한국종교문화연구소에서 논문을 발표한 적이 있고, “나는 꼼수다”의 진행자로 유명한 김용민씨가 오랫동한 함께 했고, 불교 신자인 우희종(서울대학교 수의대학장, 바른불교재가모임 상임이사), 천주교 연구자인 김근수(해방신학연구소 소장) 등이 함께 방송에 참여했다. 현재는 종교학자 두 명과 함께 팟캐스트를 진행하고 있다. 그리고 “한국근현대사”는 “팟빵”이라는 팟캐스트 서비스회사가 자체적으로 제작한 한국근현대사에 관한 팟캐스트로, 역사학자인 전우용과 함께 진행한 유료 팟캐스트였다.(이것은 “팟빵”이 일종의 독자적인 방송국이 되었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래서일까? “네가 한국 종교학자 중에서 제일 유명해.”라는 하등 쓸데없는 이야기를 들은 적도 있다.
팟캐스트의 가장 중요한 특징은 파일 교환 방식이라는 것이다. 이것은 제작자 입장에서는 몇 가지 기자재와 방송 제작, 진행, 편집 기술만 있으면 누구나 파일을 만들어서 업로드 할 수 있다는 의미이다. 이러한 특징은 팟캐스트가 방송 관련 법률을 적용받지 않는다는 특징과 결합해서 어떤 사람이라도 팟캐스트 제작자가 될 수 있으며, 어떤 소재든지, 무슨 이야기든지 할 수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또한 수용자 입장에서는 텔레비전이나 라디오처럼 기계를 켜면 나의 의지와 상관없이 프로그램을 시청하거나 들을 수 있는 것과 달리, 자신이 원하는 팟캐스트 프로그램을 찾아서 듣거나 다운로드 받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것은 해당 팟캐스트에 대하여 관심이 있는 사람이 시간과 데이터 비용을 들여서 직접 찾아서 들어야 되고, 청취나 시청의 중단이나 재시작이 매우 자유롭다는 것을 뜻하며, 수용자의 능동적인 의지가 매우 강력하게 작용한다는 것을 의미한다.
팟캐스트는 정치, 사회, 경제, 문화, 유머 등 다양한 카테고리로 분류된다. “종교” 역시 독자적으로 분류되어 서비스되고 있다. 종교 카테고리로 분류된 팟캐스트에는 개신교, 불교, 천주교, 무속을 비롯한 다양한 종교의 팟캐스트가 공존하고 있다. 종교로 분류된 팟캐스트에서 부동의 1위를 차지하고 있는 팟캐스트는 승려 법륜이 진행하는 “즉문즉설”이다. 또한 개신교 목사들이 자신의 설교를 업로드하는 팟캐스트, 성직자나 종교 신자가 자신이 믿는 종교가 가야할 방향을 주장하는 팟캐스트도 있고, “원캐스트 야단법석”이라는 원불교 교무가 진행하는 팟캐스트도 있다. 무엇보다도 “하늘팟”이라는 신천지 공식 팟캐스트가 항상 종교 카테고리에서 상위를 유지하고 있다.
필자가 신병교육대에서 지뢰에 대하여 배울 때 조교가 “지뢰는 똥이다. 밟지 마라.”라는 말로 교육을 마무리한 적이 있다. 지상파 방송이나 주요 신문에게 “종교”는 지뢰와 비슷한 대접을 받는 것 같다. 잘못 다루면 곤란한 상황에 처할 수 있고, 다뤄봐야 사람들이 관심을 가지지 않는다는 의미이다. 그러다보니 역으로 성직자의 성추문, 금전 문제 등 종교 단체나 성직자가 저지르는 범법 행위에 지상파 방송이 집중되는 것 같다. 공식적으로 잘못이 인정되고 사람들의 관심을 끌 수 있기 때문일 것이다. 이러한 현실에서 팟캐스트가 가진 특징으로 인해 각 종교는 팟캐스트에 주목하고, 팟캐스트를 서비스 하고 있다. 사람들이 종교에 대하여 가지고 있는 부정적이거나 무관심한 시선, 그리고 종교가 자신들의 이야기를 알리고 싶어한다는 것이 팟캐스트에서도 확인된다.
마지막으로 종교학자에게 팟캐스트가 좋은 기회라는 이야기를 하고 싶다. 대중은 “교양 차원”에서 인문학에 대하여 관심을 가지고 있다. 그러나 대학 사회에서 종교학은 거의 소멸 단계이다. 이런 모순된 상황에서 논문이라는 매체는 저자와 심사자, 그리고 인용하는 학자에게만 소비되고 있다. 미국이나 유럽의 학자들 중 많은 사람이 자신의 연구를 음성이나 영상 팟캐스트로 만들어서 업로드 하고 있다. 그리고 어린이나 청소년, 심지어 성인들 사이에서 유튜브의 동영상과 팟캐스트가 텔레비전, 라디오, 그리고 책을 넘어서고 그 역할을 대체하고 있다. 이러한 시점에서 연구자가 자신의 연구를 대중이 듣고 볼 수 있는 파일로 바꾸는 행위는 자신의 연구를 심화시키고, 자신의 연구와 종교학을 대중에게 알릴 수 있는 좋은 방법이 되리라 예상한다. 많은 지식을 가진 선배 학자들의 관심과 시도를 촉구한다.
이종우_
상지대학교 교양대학 조교수
진행하거나 진행했던 팟캐스트로는 “이박사와 이작가의 이이제이”, “쇼! 개불릭”, “전우용과 이박사의 대한민국 근현대사” 등이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