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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스 레터

565호-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한국종교문화연구소 2019. 3. 12. 20:29

                         넷플릭스의 훌륭한 신종교 연구



                    news  letter No.565 2019/3/12      

 


  
  
     
      인상적으로 본 다큐멘터리 이야기를 하려고 한다. 넷플릭스에서 제작한 <오쇼 라즈니쉬의 문제적 유토피아>(Wild Wild Country)다. 이 다큐는 오쇼 라즈니쉬가 1980년대에 미국에 공동체를 설립하였다가 퇴출당하는 과정을 다룬다. 우리에게 사상가로 잘 알려진 라즈니쉬가 미국에서 겪은 좌절은, 미국에서는 아니겠지만 한국에선 잘 알려진 이야기가 아니라 매우 흥미롭다. 매우 잘 만들어진 이 프로그램을 보면서, 필자는 좀 과장해서 말하자면 한 종교공동체를 연구하면서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쟁점을 볼 수 있었다. 6편으로 구성되어 총 6시간이 넘는 이 다큐의 내용을 요약 소개할 공간적 여유는 없으므로, 두드러지게 느껴진 사안 몇 개만 언급하고자 한다.


○ 라즈니쉬 추종자의 목소리

      신종교(혹은 소위 이단과 사이비)를 취재한 프로그램은 흔히 세뇌라는 관점에서 접근하기 때문에 당사자의 목소리가 잘 담기지 않는 경향이 있다. 라즈니쉬 공동체는 미국 사회에서 물의를 일으켜 추방된 집단이지만, 다큐에서 이들 추종자의 목소리는 중심이 된다. 이들은 철저히 인터뷰되었고 심지어는 그들의 말에 따라 진행되는 인상마저 준다. 핵심적인 신자들이 실제 등장하는 것 자체가 전율스러운데, 더 인상적인 것은 서양 지식인인 이들이 공동체에 느낀 “매력”이 잘 전달된다는 것이다. 필자는 개인적으로 사진으로만 봐도 오쇼 라즈니쉬 얼굴에서 빛이 난다고 느끼는데, 신자들은 그 빛남이 주는 황홀함을 이야기한다. 게다가 그들의 얼굴에서도 빛이 느껴진다! 공동체는 와해되었지만 그 후에도 그 이상은 그들 삶의 총체에 조화롭게 녹아있다는 것이 개인적인 인상이었다. 그들이 미국에 공동체를 건설하는 장면에도 그들의 행복이 잘 전달된다. 필자의 감상은 논외로 하더라도, 공동체 내부의 시선을 정합성을 유지한 형태로 담아낸 것은 명백한 장점이다.


○ 이질적 집단에 대한 미국의 반응

     내부적 시선 못지않게, 이 집단을 배척한 미국 주류사회의 시선도 잘 표현된다. 처음부터 이들을 적대시한 마을 주민들 진술이 공동체 이야기와 교차해서 등장한다. 필요한 대목에서는 이들 사건을 다룬 지역 경찰, 검사, 심지어는 FBI 요원의 인터뷰가 폭넓게 등장한다. 이들에 대한 미국인의 이미지는 ‘컬트’, ‘섹스’, ‘레드’로 요약된다. 미국에 공동체가 설립된 1980년은 존스타운 집단자살이 일어난 다음 해이기 때문에, 컬트(cult)라고 명명된 순간 이들에 대한 의구심과 우려는 돌이킬 수 없는 것이 되었다. 또 이들은 결혼하지 않은 남녀의 공동체이고, 라즈니쉬 명상 중의 자유로운 섹스 장면이 방영되자 주류 기독교적 정서와의 간극은 극대화되었다. 어처구니없게도 이들이 입고 다닌 붉은 옷은 레드 컴플렉스의 빌미가 되어, 주민들은 “마을에서 공산주의자를 몰아내자”며 총을 들었다. “우린 미국인이고 민주주의를 지켜야 한다”는 완고한 정서는 결국 이민법을 적용해 라즈니쉬를 추방한 미국 정부의 행정 집행의 배경이 된다.


○ 공동체의 적응과 진화, 괴물화

    주변의 적대적, 때로는 폭력적 태도에 대한 반응으로 라즈니쉬 공동체는 호신을 위해 대량으로 무기를 반입하기 시작한다. 모든 종교 사상을 아우르는 평화로운 세계를 꿈꾸던 공동체가 외부사회와 상호작용을 통해 예기치 못한 행동들의 출발을 보여주는 사건이다. 이후 이들이 미국 주류사회를 위협한 행위들, 예를 들어 거주민의 수를 바탕으로 시의회를 장악하고 앤털로프시를 라즈니쉬시로 개명하고 시장을 배출하는 행위, 노숙자를 끌어들여 주민을 더 확보하여 오레곤 주의회까지 진출하려는 시도, 무엇보다도 독극물 살포로 지역 사회에 공포를 주었던 행위 등. 다큐의 대부분의 시간을 차지하는 내용이다. 사건에 주도적으로 관여한 사람들의 인식 속에서 이 과거의 행위는 어떤 식으로 정당화되어 있는지를 듣는 것도 매우 흥미롭다. 공동체 생존이라는 목적이 모든 수단을 정당화할 때 종교 집단이 위험해지는 일은 종교사에서 많이 볼 수 있는데, 이 다큐는 그 과정을 세밀히 관찰할 기회를 준다.


○ 지도자를 어떻게 평가할 것인가

     가장 핵심적이고 논쟁적인 인터뷰이는 쉴라(Ma Anand Sheela)이다. 라즈니쉬의 비서로 위에 언급한 사건들을 주도하였고, 그 과정에서 미국 사회를 매우 도발하는 태도를 보였고, 나중에는 공동체를 탈퇴하여 라즈니쉬로부터 배신자로 취급당하였고, 사건들의 사법적 책임을 지고 복역했던 인물이다. 그는 인터뷰 마지막 부분에서, 현재 라즈니쉬라는 인물에 대한 평가는 미국에서 공동체를 만들고 운영한 5년이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이루어지고 있다고 말한다. 핵심을 찌르는 말이다.

    한국의 라즈니쉬가 매우 그러하기 때문이다. 나도 1990년대 그에 대한 열풍에 동참하여 <배꼽>을 비롯한 그의 책들을 많이 본 사람이다. 나는 사상가로서 그를 사랑했지만, 그가 자신의 이상을 실천하기 위해 만든 현실의 공동체가 어떤 문제를 일으켰는지에 대해서 전혀 들어본 바가 없었다. 그가 한 행위를 빼놓고 그에 대한 이미지가 형성되어 있는 것이 사실이다.

    우리는 작고한 지 오래된 라즈니쉬 본인의 인터뷰를 들을 수는 없지만, 자료 화면을 통해 간접적인 판단은 내릴 수 있다. 그가 합장할 때 빛나는 엄청난 크기의 다이아몬드 반지, 30대 가까운 롤스로이스 자동차 등에서 그가 물질적 향락을 숨기지 않았던 정신적 지도자임은 대번에 알 수 있다. 그는 공동체의 문제들에 대한 책임을 실무자들에게 넘기고 자신은 사법적 책임을 지지 않았지만, 그 문제가 지도자와 무관한 것이었는지는 깊이 따질 사안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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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 다큐는 넷플릭스 오리지널이기 때문에 이를 보기 위한 방법은 서비스에 가입하는 것밖에 없다.(내가 할 수 있는 변명은, 첫 달은 무료이기 때문에 한 달 안에 보고 해지하면 된다는 것이다!) 최근 한국에서도 새로운 문화 권력으로 부상한 넷플릭스를 왜 광고하고 있는 것일까? 그만큼 압도적인 인상을 받은 다큐이고 종교연구자들이 꼭 봤으면 하기 때문이다. 넷플릭스의 자본력과 과감한 컨텐츠 기획력 앞에서 기존의 영화사나 방송국이 휘청인다는 사실은 잘 알려져 있다. 그렇다면 그 자본과 기획력이 학술 영역에 적용된다면 어떻게 될까? 아마 무력하다는 말도 불필요한 결과가 나올 것이다. 이 다큐에 활용된 자료의 양과 전세계를 대상으로 한 취재와 인터뷰의 양은 학자의 작업과는 차원이 다른 것이었다. ‘넷플릭스 시대에 학자의 자리는 어디일까?’라는 잡생각을 하게 할 만큼, 이 다큐의 수준은 인상적이었다.




      


방원일_
서울대학교 강사
논문으로 <혼합현상에 관한 이론적 고찰>, <원시유일신 이론의 전개와 영향> 등이 있으며, 옮긴 책으로는 《자연 상징》, 《자리 잡기》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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