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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5년 여름에 읽는 무속의 현실
news letter No.894 2025/8/5

2025년 7월에 진행된 특검 수사를 통해 지난 정권의 비행에 관한 정보가 쏟아지는 동시에 여기에 종교계가 광범위하게 연계되었음이 알려지고 있다. 보수 개신교, 세계평화통일가정연합(통일교), 불교와 무속이 혼합된 일광조계종, (국민의힘 경선과 관련해서는) 신천지, 그 외의 여러 점복 관련자가 조사 대상이 되거나 거명되었다. 우리나라에 존재하는 각종 종교를 아우른 광범한 범죄 행위의 개요가 아직 정리되지 않은 시점이라 논평할 수는 없지만, 학자로서 잘 알지 못했던 현실을 마주할 때마다 지적 갈증에 시달린다. 이 종교 현실을 설명할 이론적 자세를 준비해야 할 시점이 아닐까? 그리고 주지하다시피 이 종교 현실의 복판에 무속(=무교, 샤머니즘)이 있다. 지금 우리 사회에서 종교학자에게 질문하는 주제다.[성해영 교수의 ‘3PROTV’, 경향신문 인터뷰, 구형찬 교수의 ‘탁현민의 더뷰티풀’ 인터뷰 등. 주된 내용과는 별도로 기사 제목이나 썸네일은 무속에 관련된 것으로 뽑힌다.]
현실에 대한 지적 갈증을 느끼던 터에 눈에 들어와 단숨에 읽은 책이 있다. 오늘은 이 책 소개를 겸해 이런저런 생각을 곁들이도록 하겠다. 이성원 외, 《방치된 믿음: 무속은 한국 사회에서 어떻게 생존해 왔는가?》(바다출판사, 2025).
이 책은 기자 3명이 함께 썼다. 책은 3부로 구성되어 있는데 1부는 무속 관련 범죄의 취재다. 이들은 지난 10년간의 무속 관련 사건의 판결문을 입수하여 내용을 확인하고 분석하고 통계를 내었다. 상당한 작업이고 의미 있는 성과도 있다. 예를 들어 저자들은 무속 범죄의 1심 무죄율이 9.8%로 여타 형사사건에 비해 10배나 높다는 것을 지적한다. 이들은 단순히 무속 사기가 덜 처벌받는다고 분노를 유발하기보다는 그 이유를 차분히 알려준다. ‘과잉 무속 행위’로 고발된 사건의 상당수에 대하여, 법원은 단순히 의도한 결과가 나오지 않았다고 해서 죄를 인정하는 것이 아니라 통상적인 절차에 의해 굿과 기도가 행해졌다면 그것을 마음의 위안과 평화를 주는 행위로 인정하였다. 한 판결문은 이렇다. “피고인은 피해자와 협의해 굿을 했으며 종교 행위의 한계를 벗어난 것으로 보기 어렵다.” 여기서 ‘종교’가 언급된 것이 놀랍다. 무속이 제도적으로 종교로 인정받지 않았다는 것이 나의 상식이었다. 그러나 판례로 축적된 법적 담론에서는 ‘굿의 적절한 절차’를 고민하였고, 굿을 ‘통상적인 종교 행위’로 판단하여 실질적으로 무속을 종교 범주에서 다루고 있음을 알게 되었다.
이 책이 무속 관련 범죄를 나열한 1부에서 끝났다면 일반적인 르포였을 것이다. 그런데 저자들은 2부에서 무속의 현실을 파악하기 위해 여기저기 다닌다. 전국의 유명한 기도처를 찾아가 무당과 신도에게 묻고 묻는다. 기도를 왜 하는지, 무당은 어떻게 되었는지, 돈은 얼마나 버는지. 또 이들은 맵 데이터를 뒤져 서울의 점집 분포 통계를 작성하였다. 미아사거리역(142개), 역촌역(214개), 동묘역(193개)과 같이 전부터 알려진 곳도 있지만, 가장 많은 논현역(285개), 홍대입구역(148개)과 같이 새로 뜨는 곳도 있다. 저자들은 “무속인들은 유동 인구가 많고 돈이 몰리는 지역을 선호했다.”라고 지적한다. 쇠락하는 미아동과 강남에서 활동하는 고소득 무당, 홍대의 MZ무당을 취재하여 서울 지역 무속 지형도의 변화를 포착했다. 마지막에는 온라인을 통한 무속의 변화 양상을 취재한 내용도 흥미로웠다.
책의 첫 부분에서 다루어진 범죄는 내담자에게 내림굿을 강권한 후 여러 이유로 돈을 갈취한 사건이었다. 신어머니, 신딸의 관계가 범죄에 활용되는, 새로운 유형의 범죄로 올해 초 “KBS 추적60분” <쩐과 무당>(25.4.18.)에서도 다루어진 내용이다. 이것은 현재 무속이 처한 현실, 즉 유입되는 무속인을 교육할 시스템의 부재와 연결된다. 무당 유명옥도 올해 초 발간된 《중년의 샤머니즘》(새로운사람들, 2025)에서 이 문제를 심각하게 다룬 바 있다. 최근에 신내림굿 절차가 눈에 띄게 간소화되었고, 내림 이후 책임져주는 이가 없어 무속학원을 찾는 사람이 늘고 있음을 지적하며 전통적인 무업 계승의 붕괴를 걱정하였다.(420) 《방치된 믿음》의 저자들도 이 문제를 심도 있게 다룬다. 이들이 직접 조사한 설문조사에서 46.5%의 무당이 ‘신부모에게 충분한 교육을 받지 못했다’라고 답하였다. ‘무당이 무당 잡아먹는다’라는 현장의 심각한 이야기도 전한다. 신내림굿이 과잉으로 행해져 내림 받고도 말문이 안 터져 무당 일 못하는 사람이 부지기수이고, 어떤 무당은 제자를 양산하여 제자가 받아오는 굿으로 돈을 버는 ‘무당 피라미드’를 형성하기도 한다. 책 제목인 ‘방치된 믿음’의 현실을 잘 보여주는 사례다.
이 책은 무속 범죄를 고발하면서 출발하지만 단순히 무속을 비난하는 쉬운 결론으로 끝나지 않는다. 저자들은 현장을 누볐고 만날 수 있는 거의 모든 사람을 인터뷰하였다. 결론에 앞서서는 소명 의식을 갖고 있다고 평가되는 무당들, 관련 전문가와 종교학자 인터뷰도 진행되었다. 이들은 진짜와 가짜를 판단하지 않는 서늘한 시선을 유지했다. 무당에 사기당한 사연을 취재하는 한편, 엉터리 신내림 사건의 원인이 된 딸의 귀신 들림 문제도 여전히 남아 있다는 피해자의 목소리, 즉 무속이 사기가 아니라 잘못된 신내림이 사기라는 견해도 생생하게 전한다. 저자들이 고발한 것은 ‘방치된’이라는 구조적인 문제였다. 마치 ‘무속을 없는 존재로 취급하는’ 정부의 무책임을 지적한다. 그래서 무당을 등록하여 양성화하는 동시에 책임 있게 관리해야 한다는 대안도 제시하였다. 궁금하면 닥치는 대로 만나고, 통계가 없으면 지적 노가다를 해서라도 만들어내는 등, 이 책은 좋은 의미의 저널리즘이 구현된 알찬 책이다. 그 결과 2025년 시점의 무속 현장을 성실하게 기록한 책이 되었다.
“종교와 범죄”라는 키워드로 논문들을 검색해 본 적이 있다. 결과는 기대 이하였다. 대개 종교와 범죄를 별개의 영역으로 놓는 ‘와’(&)의 함정에 빠져 있었다. 한술 더 떠서, 종교를 선한(good) 것으로 전제하는 연구가 대부분이었다. 예를 들어 ‘종교를 믿으면 범죄율이 얼마나 줄어드는가?’가 연구 주제이다. 이런 나이브한 접근으로 지금의 현실을 어떻게 다룰 수 있겠는가.
종교는 선한 것일까? 범죄에 사용된 종교는 종교가 본연의 선한 모습을 잃었기에 생기는 것일까? 그것은 나무랄 데 없는 종교인의 생각이다. 그러나 연구자로서 내 생각은 다르다. 종교는 영역이다. 그 영역에서는 좋은 일도, 나쁜 일도 생기고 범죄도 발생한다. 경제라는 영역에서 범죄가 발생하고, 정치라는 영역에서 범죄가 발생하듯이, 종교라는 영역에서도 범죄가 발생한다. 범죄가 발생했다고 경제라는 영역 자체를 죄악시할 수 없는 것처럼, 종교에서 일어난 일도 그렇게 보아야 할 것이다. 다만 그런 일이 왜 일어났는지를 따져야 할 것이다. 무속을 활용한 범죄가 일어났을 때, 범죄자를 처벌하는 것과 함께 이루어져야 할 것은 그런 일이 일어나게끔 하는 구조적 취약성을 개선하려는 노력이다. 올여름 종교계에서 일어난 여러 사건을 마주하면서, 범죄가 발생할 수 있는 한 영역으로서 종교에 접근하는 냉철한 태도가 필요하다고 생각하게 된다.
방원일_
서울대학교
블로그: http://bhang813.egloos.com
주요 논문으로 〈원시유일신 이론의 전개와 영향〉, 〈한국 개신교계의 종교 개념 수용 과정〉 등이있으며, 지은 책으로 《메리 더글러스》, 옮긴 책으로 《자리 잡기》, 《자연 상징》 《(개신교 교사들이 본) 근대전환공간의 한국종교 I: 1879~1900》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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