티스토리 뷰

박규태, 신재식, 이용범<종교와 역사>, 서울대학교 종교문제연구소, 2006, 832쪽(공저)

책소개

신화가 ‘신들의 이야기’라면 역사는 ‘인간의 이야기’라고 말한다. 그러니까 ‘성’과 ‘속’의 이분법적 사고에서 종교가 성스러운 영역에 있다면, 역사는 늘 성스러운 영역이기보다는 속된 영역에 속하는 것이다. 당연히 종교와 역사 간에는 일정한 긴장관계가 있게 된다.

실로 성스러움을 추구하는 종교들은 오래전부터 역사를 초월하는 것으로, 스스로를 역사로부터 구분해왔다. 바꾸어 말하자면, 종교들은 이렇게 역사를 거부하는 것으로 자신들만의 ‘역사’를 만들어왔는지도 모른다. 그래서 많은 종교사들은 보편적인 역사를 무시한 채 신앙적 관점에서만 자신들의 이야기를 기술해왔다. 성령이 임하신 사건이나 선불교 조사들의 극적인 깨달음의 이야기 등을 강조한 것도 이러한 맥락에서였다. 이것은 대부분의 종교사들이 사실을 전하기보다는 전도 및 포교를 목적으로 쓰였기 때문이다.
그러나 ‘인간의 이야기’라는 틀을 완전히 떠나서는 인간이 종교에 대하여 말하기는 어렵다. 아무리 초월적인 종교라 해도 결국은 인간의 삶 속에서 나타난 것이요, 인간의 다른 삶과 완전히 동떨어져 별개의 영역에 홀로 있다고 볼 수는 없는 것이다. 종교사가 결국에는 구원을 그 궁극적인 목표로 삼는다 해도 사실의 객관성을 포기하고 지나치게 신비화되면 보편적 역사에서 소외된 소수의 작은 역사로 종종 전락될 따름이다. 그러므로 철저한 사료에 근거한 실증적 필요성은 종교사에서도 예외가 될 수 없다.

결국 ‘종교’와 ‘역사’, 이 둘은 성과 속으로 구분된 가운데서도 상호 연관될 수밖에 없는 것이다. 다만, 어느 것에 더 비중을 두고 종교적인 사건들을 기술해야 할 것인가? 그것이 당면 문제이다. 이것은 또 종교사가 초역사적인 의미(trans-historical meaning)에 초점을 맞추어야 하는가, 사건 자체만을 밝혀내야 하는가 하는 문제로도 볼 수 있을지 모른다. 사료 없이는 종교적 의미도 없다. 또 사관이 없으면 사료의 중심 문제가 부각될 수 없다. 그러므로 일정하게 객관화된 사료와 사관이 전제되지 않은 종교사는 공허하다. 그러나 사료와 사관만 있고 그들의 궁극적인 의미가 간과된 종교사 또한 맹목적일 뿐이다. 그러므로 종교는 역사 속에 담겨야 하고, 역사는 종교가 지향하는 바를 놓치지 말아야 한다는 것이 종교사학에서 오래도록 고심해온 과제이다.

이 책에 실린 여러 논문들은 이러한 종교사학의 고민과 노력들을 그대로 보여주고 있다. 그리고 ‘종교’와 ‘역사’의 만남이 빚어내는 종교문화의 장에서 새로이 ‘종교와 역사’를 서술하고자 하는 이러한 노력들은 그대로 현재 진행형인 ‘종교사학의 역사’를 만들어가고 있다.

저자

박규태

서울대학교 독어독문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석사와 박사과정을 수료했다. 1996년 도쿄대학교 대학원 종교학과에서 ‘에도 후기 일본 신종교’에 관한 논문으로 박사학위를 받았다. 사단법인 한국종교문화연구소 소장을 역임했으며, 지금은 한양대학교 국제문화대학 일본언어문화학 전공 교수로 있다. 지은 책으로 『상대와 절대로서의 일본』 『아마테라스에서 모노노케 히메까지』 『일본의 신사』 『애니메이션으로 보는 일본』 들이 있고, 옮긴 책으로는 『현대일본 종교문화의 이해』 『도쿠가와 시대의 철학사상』 『일본신도사』 『국화와 칼』 『신도』 들이 있다.

신재식

호남신학대학교 조직신학과 교수로, '과학' 문화 속에서 '한국' 신학을 고민하는 신학자이며 목사이다. 서울대학교 종교학과를 졸업하고 장로회 신학 대학원을 거쳐 미국 드루 대학교에서 박사 학위를 받았다. 경계선에 머물면서 그 경계를 넘어서는, 신학과 다른 분야가 교류하는 잡종적 학문 작업에 관심을 갖고 있으며 10년째 신학과 과학, 종교와 과학의 문제를 연구하고 있다. 목사가 되지 않았으면 영화감독이나 여행프로그램을 개발하는 사람이 되었을 것이라고 말하는 그는 반복되는 일상을 싫어하고 여행을 좋아해서 늘 어디론가 떠나는 꿈을 꾼다.『아우구스티누스 & 아퀴나스』『종교전쟁(공저)』『생태학과 기독교 신학의 미래(공저)』등을 집필하고 『신과 진화에 관한 101가지 질문』『근대 신학의 이해』을 번역했다.

이용범

서울대 종교학과 대학원을 졸업하고, 주 전공 분야는 민간신앙 및 한국종교사이다.

목차

머리말

1. 한국 전통문화와 종교
다산의 『논어』 해석과 禮樂論: 禮의 질서와 樂의 조화 / 금장태
지리산 성모신앙에 대한 소고(小考): 민간의 신앙을 중심으로 / 이용범
한국 종교사 속의 미륵과 칠성신앙: 운주사의 칠성바위와 숙종조 미륵불 사건의 해석을 중심으로 / 김일권
욕망의 일상성과 금욕적 실천: 조선 후기 천주교의 경우 / 김윤성
신뢰의 근원과 지속: 동학의 믿음과 수련체계 / 최종성
조선 후기 역서와 의례의 상호성에 대한 연구 / 이창익
조선조 유교사회와 풍수담론 / 이 화
2. 한국 근현대의 종교문화
근대화와 한국 종교의 개념 / 김종서
근대 한국 신종교의 민족 개념: 대종교겳編耐퀋무교회주의를 중심으로 / 강돈구
평양 봉수교회의 교회사적 의의 / 김흥수
한국 무신앙의 과제와 전망: 서구 네오샤머니즘(Neo-Shamanism)의 예를 바탕으로 / 이희정
한국 근대 개신교 지식인의 종교인식: 韓稚振의 『宗敎哲學大系』를 중심으로 / 이진구
근대 한국 불교의 타종교 인식: 1910-1930년대 불교 잡지를 중심으로 / 송현주

1920년대 만주에서의 ‘大高麗國’건국 구상: 한국 민족종교와 일본 亞細亞主義者의 만남 / 삿사 미츠아키
3. 세계종교와 비교종교학
깨달음이란 무엇인가 / 황필호
이슬람 국가의 전통적 종교기구: 울라마의 형성 과정과 그 역할 / 김정위
돈오돈수론의 문화비평적 의의: 불이법적 세계관과 분절적 세계관 / 윤원철
녹색불교윤리 연구 / 김용환
토마스 머튼 신비신학의 기본구조와 특성 / 김영태
R. Panikkar의 우주신인론적 기독론 / 위거찬
‘신국 일본’의 계보 / 박규태
라마크리슈나 운동의 특징과 전개 / 윤용복
나가(뱀)와 약샤신앙을 통해 본 인도 민간신앙의 기원과 성격 / 류경희
유교 ‘국교화’에 대한 의문: 중국 종교사 이해를 위한 문제 제기 / 이용주
『길가메시 서사시』의 형성 과정과 최종 편집자의 편집 의도 / 배철현
기독교 역사 속의 신 담론: 신과 세계와의 관계를 중심으로 / 신재식
독립된 요인으로서의 종교: 시스템 이론적 관점에서 / 김일겸
고대 후기 그리스도교 성지의 중층적 종교성: 마므레(Mamre)의 예 / 최화선
일본의 사회변화와 불교계의 세속화 양상 / 시노다 슌이치
한국종교와 일본종교의 형태에 관한 일고찰: 일본종교의 구조와 역사적 전개를 중심으로 / 카미벳부 마사노부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