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1989년 동유럽의 체제전환과 이후 우경화, 그리고 가톨릭 교회 news letter No.887 2025/6/17 1989년에 발생한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들의 체제전환은 20세기 현대사의 중요한 변곡점 중의 하나이다. 20세기 유럽의 역사는 구제도의 붕괴, 두 번의 세계전쟁, 새로운 이념에 의한 시민국가의 탄생, 냉전으로 호칭되는 이데올로기적 열전, 그리고 이념 대립에 의한 갈등의 일상화로 점철되어 왔다. 이러한 현대 유럽사의 격랑을 가라앉힐 세계사적 사건이 동유럽 사회주의 국가의 체제 전환이다. 동유럽 국가의 체제전환은 이데올로기에 기반한 좌우 양 진영의 냉전이 끝내고 세상이 평화롭게 공존할 수 있다는 가능성을 보여준 희망의 사건이었음이 분명하다. 하지만 결과는 그렇지 못했다. 동유럽의 비..

황선명 선생 추모집 편찬에 참여하며 news letter No.886 2025/6/10 1. 출간을 앞두고 있는 황선명 선생 추모집 편찬에 참여한 것은 대단히 뜻깊은 경험이었다. 2023년 5월에 있었던 한국신종교학회 학술대회에 황 선생님이 패널로 참여할 것이라는 소식을 듣고 책장에서 너덜너덜해진 《조선조 종교사회사 연구》를 꺼내 학회장인 대진대학교에 갔다. 사인을 받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당일 건강 악화로 황선명 선생님은 직접 참석하지 못했다. 급히 연결된 온라인 회의 화면에서 그분을 뵌 것이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다. 아마도 나는 선생님과 직접 교류하며 가르침을 받지 않은 세대 가운데에서 그를 가장 활발하게 인용해 온 연구자일 것이다. 석사과정 1년차였던 2007년에 발표한 논문의 각주 1번에..

종교학적 신학자, 한국인 김경재 news letter No.885 2025/6/3 인간 현상으로서의 종교와 신학 ‘종교’는 없다. 불교, 힌두교, 유교, 기독교, 이슬람...이 있을 뿐이다. 불교, 기독교, 이슬람은 없다. 불교인, 기독교인, 이슬람인(무슬림)이 있을 뿐이다. 아리스토텔레스의 표현을 살짝 가져오면, 불교든 기독교든 이슬람이든 모두 ‘인간’이라는 ‘속성’을 가지며, ‘인간’이 종교를 종교 되게 해주는 종교의 ‘형상’(eidos)이라는 것이다. 종교는 한 마디로 ‘인간 현상’인 것이다. 불교/인, 기독교/인이라는 것도 허공에 환영처럼 떠 있지 않다. 불교인이든 기독교인이든 한국이든 어디든 구체적 장소 안에 있고, 역사적 시간과 문화적 공간에 처해있다. 여느 인간이 그렇듯이, 특정 시..

레오 14세 교황 시대의 가톨릭교회 전망 news letter No.884 2025/5/27 레오 14세 프란치스코 교황의 급작스러운 서거로 새로운 교황이 탄생했다. 레오 14세다. 그의 나이 69세(1955년생)다. 건강이 허락된다면 그는 대략 20여 년 가까이 교황직을 수행할 수 있을 것 같다. 그는 아우구스티노회라는 오랜 역사를 가진 가톨릭 남자 수도회 총장직을 두 차례 역임했다. 총장에 선출되기 전에도 두 관구에서 관구장을 역임했다. 프란치스코 교황이 이런 그를 2015년 교구장 주교(페루 치클라요 교구)로 임명하였다. 2023년에는 교황청 주교부 장관으로 임명하면서 동시에 추기경으로도 서임했다. 그는 미국에서 태어났으나 3분의 1만(청년 시절 이전) 미국에서 살았을 뿐 대부분 페루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