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천절, ‘신시개천’의 이념-弘益民族主義와 理化民主主義- news letter No.852 2024/10/15 개천절은 고대부터 전해 내려오는 제천행사와 단군사화(檀君史話)에 그 뿌리를 두고 있다. 근대적 의미의 개천절은 대종교(大倧敎) 창시자 홍암 나철(羅喆, 1863~1916)이 음력 1909년 1월 15일 단군 대황조신위(大皇組神位)를 모시는 제천의식[襢儀式]을 거행하고, 단군교를 선포하면서 시작되었다. 이후 대한민국 정부가 수립된 다음 해 1949년 3.1절, 제헌절, 광복절과 함께 국가 법률로서 4대 경축일로 지정되었고, 2005년 한글날이 국경일로 승격되면서 대한민국 5대 국경일의 하나로 정착하게 된다. 그리고 1948년 9월에는 ‘연호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여, 단군 기원 곧 단기..
상징을 넘어서는 어마어마한 코끼리 news letter No.851 2024/10/8 18세기 청나라 사람들은 중국 서남쪽에 거주하는 민족들을 탐방하고 그림과 글을 남겼다. 근대 동아시아 민족지(ethnography) 『묘만도설(苗蠻圖說)』의 영어 번역본을 태국의 한 서점에서 발견하고 빨려 들어가듯 그 자리에서 그림과 설명을 한 장씩 넘겨 보았다.1) 지금으로부터 삼백 년 전, 중국 인접 민족들에 대한 특징과 풍습을 묘사한 내용이 여행이나 다큐멘터리 등을 통하여 오늘날까지 연속성을 가지고 발견되는 순간, 찰나적 흥미는 탐구 주제로 변하기도 한다. 그 책에서 타이족은 타투와 코끼리로 묘사되어 있었다. 실제로 태국은 ‘내가 바로 불교요’라고 우렁차게 말하는 듯한 황금빛 사원들 외에 그..
우리의 이상한 말 습관 넷 news letter No.850 2024/10/1 요즘 우리 주변에서 쉽게 들을 수 있는 말투 때문에 나는 때로 괴이하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고, 거북한 기분에 사로잡히기도 한다. 네 가지 유형으로 나누어 그런 말 습관을 살펴본다. 첫째는 경우에 도무지 맞지 않게 높임말을 남발하는 것이다. 이런 영상을 본 적이 있다. 어떤 이가 길을 가고 있는데, 느닷없이 괴한이 나타나 뒤통수를 후려치고 사라진다. 그러자 그는 뒷머리를 어루만지며 “누가 갑자기 내 머리를 때리고 가셨어요.”라고 어리둥절한 표정을 한다. 욕은 못 한다고 하더라도, 왜 그는 평어체가 아니라 높임말을 쓴 것일까? 그런 그가 나를 어리둥절하게 만든다. 그런데 이런 이가 드물지 않고, 여기저기 많이 보이는 것이..
우리는 저마다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지으며 산다 news letter No.849 2024/9/24 비와 당신의 이야기>는 1986년 음악 밴드 부활의 첫 앨범에 수록된 곡이다. 비 오는 날이면 라디오 음악방송에서는 종종 비와 당신의 이야기>를 들려주었다. 버스 안에서든 좁은 기숙사 방에서든 라디오의 썩 좋지 않은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이 음악을 들으며 창밖의 비 오는 거리를 바라본 적이 많았다. 지금도 비 오는 날에 잘 어울리는 노래라는 생각에는 변함이 없다. 어떻게 보면 비와 당신의 이야기>가 지닌 독특함은 ‘비’라는 자연현상 혹은 물이라는 사물에 기대어 삶의 한 부분을 들춰내는 데 있는 것도 같다. 비라는 현상 혹은 빗물이라는 물질은 오래 묵은 옛 기억을 떠올리게 하고 현재의 감정에 미..